국민·기초 합해봐야 소득대체율 35% 내외
적정 46.2%···부족분 11% 퇴직 연금 역할
국민 92.9% 일시금 수령, 연금화 ‘미작동’
“적립 단계서 충실한 운용이 밑바탕 돼야”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국민연금 개혁이 집단 간 이해 대립으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퇴직연금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준비를 위해 공적·사적 연금의 다층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손댈 수 없는 국민연금에 비해 퇴직연금은 너무 쉽게 중도에 써 없애 버린다는 점이다. 일시금 수령은 물론 중도 인출로 인해 노후 자금으로 대부분 기능하지 못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실에선 더 적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자금만으론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31일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령화연구센터장)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공사 연금의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지난 2007년 연금 개혁에 따라 2028년 40%까지 낮아진다. 문제는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즉 연금 수령액이 더 적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소득대체율 40%는 40년 동안 충분히 가입해 평균 소득액을 넣었을 때 저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지 대부분 25~30년 국민연금을 붓는다고 나옵니다.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은 25~27% 정도 됩니다.”
강 선임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개인 기준 월 소득 383만원(국제 비교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필요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177만3000원이다. 필요 소득대체율은 46.2%이며 이때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실질 소득대체율은 30~35%에 불과하다. 적정생활비 기준으로 약 11~16%포인트가 부족하다. 매달 약 42~61만원 정도가 생활비에서 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강 선임연구위원이 찾은 대안은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이 이 간극을 채우기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현금 흐름이 풍부하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연금이 없다면 주택연금으로 환원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퇴직연금의 연금화는 쉽지 않다. 55세까지 모두 적립하더라도 일시금으로 상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30대와 40대에 중도 인출해 목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연금화는 퇴직연금 수령 단계에서 연금 형태로 월마다 받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연금에 대한 연금화 추이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10% 밑을 맴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퇴직연금 연금화 비율은 2017년 1.9%에서 2022년 7.1%로 증가했다. 반면 일시금 수령 비율은 2022년 기준 92.9%나 됐다. 대부분 적립금 전액을 노후 연금 형태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다.
연금 수령자 적립금, 일시금 수령자 6배
“많이 모아야 연금화 연결 잘 쌓아놔야”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연금 수령자와 일시금 수령자의 평균 적립금 차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 수령자의 평균 적립금은 1억5500만원인 반면 일시금 수령자 평균 적립금은 250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6배로 차이는 확연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적립을 많이 할수록 연금화로 이어졌고 적립액이 적으면 모두 찾아 썼다.
이는 현행법상 적립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 시 제약이 없다는 데 기인한다. 통계청의 ‘2021년 퇴직연금 통계’ 자료에 따르면 30대나 40대는 주택구입이나 주거 임차 등 주거 관련으로 중도 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연간 2조원이 누수되고 있다.

또 이직마다 퇴직연금을 찾아 쓰기도 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근속기간은 6.7년으로 생애 4~5회 이직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한국인은 이직 시 IRP 계좌 이관 후 대부분 해지했다. 2021년 기준 해지율은 94.7%다. 이렇게 되면 연간 10조원이 누수되는 꼴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사람들은 퇴직연금을 많이 적립해야 연금화했습니다. 전 생애 기간 충실하게 퇴직연금을 운용해야 합니다. 연금화하기 위해선 잘 쌓아놔야 한다는 말입니다.”
강 선임연구원의 ‘퇴직연금 소득대체율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 퇴직연금 수급대상자 39만7000여명(55세 이상)의 총 소득대체율은 2.1%다. 이 중 연금 수령자(대상자의 4.3%) 소득대체율이 16.4%, 일시금 수령자(대상자의 95.7%)가 1.4%로 나타났다. 공적연금(국민·기초) 소득대체율 외 11% 틈을 메우기 위해선 퇴직연금의 연금화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료 높이는 퇴직연금의 연금화
노후 자금 연결 위해 제도적 메리트 必
문제는 중도 인출 요인뿐만이 아니다. 수급 시 연금과 일시금 선택이 가능하고 퇴직소득공제율이 높아 오히려 일시금 수령을 유인한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퇴직소득공제율은 50.3%이며 퇴직일시금의 실효퇴직소득세율은 4.4%다.
연금 수령 시 건강보험료가 높아진다는 맹점도 있다. 퇴직소득세는 대체로 부담이 되지 않지만, 현행법상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면 건강보험료에 대한 부과 소득 형태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연금화 유인에 방해가 된다. 현재 유예 단계로 실제 부과되고 있진 않지만, 최근 감사원은 유예를 풀라며 압력을 넣고 있다. 업계는 연금화 전환에 대한 제도적 메리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사용처가 있으니 찾아 쓰는 것이 우선일 테고 그다음으론 제도적 유인책이 파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세금 메리트도 없으니 노후 자금 연결이 잘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만약 국민연금도 필요할 때 찾아 쓸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 기금이 모이지 않을 것이다. 손 못 대니 노후 자금으로 연결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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