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40년 가입할 때 소득대체율 45%
실질 가입 기간 높이고 퇴직연금 역할 기대
수익률 제고 위해 자금 성격마다 전략 수립
공·사 역할 분담 통한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보험연구원은 한국연금학회와 광화문 코리안리빌딩 12층 대강당에서 ‘초고령사회, 공·사연금 연계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다층적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최주연 기자
보험연구원은 한국연금학회와 광화문 코리안리빌딩 12층 대강당에서 ‘초고령사회, 공·사연금 연계를 통한 노후 소득 보장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다층적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최주연 기자

2055년 국민연금 고갈이 확실시되면서 개혁 바람이 한동안 거셌다. 국민연금은 간과하면 더 큰 위험에 처하는 ‘회색코뿔소’ 한 마리가 됐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역풍도 만만치 않다. 일부 국민은 ‘더 많이 내고 늦게 받지만, 같은 돈을 받는’ 개혁안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국민연금 고갈 개혁 도로아미타불?···결국 ‘더 받는 안’ 추가)

이에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다층적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애초의 사회보험인 공적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720조 규모로 축적돼있는 퇴직·개인연금과 연계해 노후소득보장 제고에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보험연구원은 한국연금학회와 광화문 코리안리빌딩 12층 대강당에서 ‘초고령사회, 공사연금 연계를 통한 노후소득보장강화 방안’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에 대한 결정이 국회로 넘어간 상황에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이 모였다.

이날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어떤 연금개혁안도 기금고갈 시점을 연장하는 정도이지 완전한 재정 안정화 대안이 될 수 없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 원장은 “국민연금 950조 외에도 퇴직연금 350조, 개인연금 370조가 축적되면서 노후 소득 보장 제고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면서 “국회·정부의 결단, 현세대와 미래세대 간의 이해와 협력, 전문가들의 사심 없는 연구와 토론, 다양한 집단과의 대화와 타협 등 노후 빈곤 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총체적 국민적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라고 행사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정부와 학계 등 연금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세미나 발제는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 연구실장과 정도영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이 맡았다.

먼저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와 공적연금의 미래’라는 주제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재정 안정화 방안을 소개하고 평가했다. 

성 연구위원은 “보험료율과 지급개시 연령, 기금투자수익률 각각 단일한 수단으로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된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노후생활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에 대한 실질적인 가입 기간을 최대한 높여 실질 소득대체율과 명목 소득대체율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균소득 가입자의 명목 소득대체율 45%(국민+기초)는 40년 가입 시 추정치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퇴직황금기] ① 국민연금만 턱 받치다 노인 빈곤···“젊을 때 퇴직금 탕진은 낭패”)

이어 정도영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퇴직 연금시장 평가와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을 주제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목적별 투자 전략(Goal Based Investing) 도입을 제안했다.

정 교수는 “2022년 말 기준 335.9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적립금은 자금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됐다”면서 “전체 적립금을 세부 목적(최소생활비, 여유 생활자금, 자녀지원비 등)에 따라 구분하고, 목적별로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령 여유 생활자금 성격의 적립금은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반대로 최소생활비 성격의 적립금은 대체로 리스크가 없는 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해 수익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와 휴먼 어드바이저(Human Advisor)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어드바이저(Hybrid Advisor) 모델도 제안했다.

국내 사적연금제도는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입률, 노후 자산 축적 수준, 연금 수급 과정에서의 일시금 인출 편중 현상으로 인해 전 국민에 대한 노후 소득 보장 기여는 미흡한 수준이다. /연합뉴스
국내 사적연금제도는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입률, 노후 자산 축적 수준, 연금 수급 과정에서의 일시금 인출 편중 현상으로 인해 전 국민에 대한 노후 소득 보장 기여는 미흡한 수준이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공・사적연금의 연계와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 이후 사적연금의 역할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사적연금제도가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입률, 노후 자산 축적 수준, 연금 수급 과정에서의 일시금 인출 편중 현상으로 인해 전 국민에 대한 노후 소득 보장 기여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선진국은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목적으로 연금 개혁을 단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공・사 간 역할 분담과 사적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면서 “공적연금의 재정문제를 고려할 때 사적 연금시장의 문제점 개선과 공·사 역할 분담을 통한 노후 소득 보장 강화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사회보험 성격의 국민연금
손익 기대하는 생각 변해야
인구구조 변화 적립액 커야

발제 후 토론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은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주연 기자
발제 후 토론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은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최주연 기자

발제 후 토론에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보험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전문가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토론은 김용하 순천향대 부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강성모 서스틴베트스 박사 △김대환 동아대학교 교수 △김수완 강남대학교 교수 △원시연 입법조사서 선임연구관 △이창운 금융감독원 연금감독실장이 의견을 냈다.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사회보험을 통해 더 많이 받을 생각으로 공적연금을 바라보면 개혁할 수가 없다. 50~100개 방안이라도 개혁안을 확정 짓기 어려울 것이다”라면서 “기왕에 늦은 거 원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정 수익을 돌려줄 제도가 국민연금이다. 노후에 힘이 되어줄 거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재정 악화라도 꾸준히 최대한 오래 가입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열심히 독려하고 지원해 드려야 한다. 국민연금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성모 서스틴베스트 박사는 “(국민연금에 대해) 내가 낸 돈보다 더 받는지 덜 받는지 이 같은 손익 기대하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과도하게 수혜가 돌아가는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김대환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보험의 기본 개념은 청장년이 노년층을 부양하는 구조이며 모든 국가가 이 구조를 따르는데 다만 충분한 청장년층과 적은 노년층 비율일 때를 전제한다”면서 “과거에는 적합한 모형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보다 적립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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