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옥의 살다보면2]
어릴 적 실수와 경험은 삶의 보약이 된다
섬 여행에 한 친구가 자전거를 준비해 와
자전거 트레킹 즐겨···자전거에 얽힌 추억

긴 명절 연휴를 이용해 섬 여행을 다녀왔다. 한 친구가 자전거를 준비해 온 덕분에 연홍도 거금도 금당도 비견도를 배를 타고 건너며 셋이 걷다가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가을을 함께했다.

시골 마을 운동장에서 경험을 끄집어내어 트레킹 전 열심히 연습했다. /사진=송미옥
시골 마을 운동장에서 경험을 끄집어내어 트레킹 전 열심히 연습했다. /사진=송미옥

자전거를 배운 건 열세 살쯤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한 친구가 아버지 몰래 끌고 나온 짐 자전거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줬다. 내릴 땐 다리가 안 닿아 매번 넘어져 엉덩이와 무릎을 까면서도 재밌는 시간이었다.

이후엔 제대로 타보지 못했다. 젊은 시절엔 사는 게 바빠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고 나이가 들수록 핑계가 많아졌다. 비가 와서 바람 불어서 더워서 추워서 비포장이라 골목이 많아 등등, 이런저런 이유가 시간과 엮어 왔다.

얼마 전 어린 손자가 자전거를 갖고 와 잔디밭에서도 재주를 부리길래 나도 그 시절이 생각나 가뿐히 탈 것 같았다. 그런데 올라타고 페달을 돌리기도 전에 그만 넘어져서 뒹굴고 말았다. 아이들이 깔깔거리고 웃는 바람에 같이 웃었지만 나이 때문인가 타박상에 오래 아프기까지 했다. 그 참에 자전거 타기를 완전히 포기했다.

원래 하루에 2만~3만 보 트레킹을 잡았는데 갑자기 자전거 트레킹을 하잔 말에 여행의 기분을 잡치든 말든 화를 내버렸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큰 부상을 입는다, 자전거 공포증이 있다고 하며 못 탄다고 완강하게 버티니 나를 시골 학교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한번 타 본 경험이 있으면 몇 번만 연습하면 탈 수 있다는 거다.

목일신의 작품 /인터넷 화면 캡처
목일신의 작품 /인터넷 화면 캡처

문득 귀촌하여 처음 정착한 곳의 주민 이야기가 생각났다.

해발 700m 산꼭대기라 지금은 고랭지 농사만 짓지만 이전엔 많은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동네였다고 한다. 가끔 그곳에 살았던 분들이 놀러 왔다. 그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들은 두 시간이나 산길을 걸어 내려가야 도착하는 학교에 땡땡이를 치기 일쑤였는데 한 부모가 자전거를 사주기 시작하면서 모두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했단다.

일반 자전거로 산을 오르내렸으니 다치고 고장 나는 건 일상이 되었다. 아침이면 가장 나이 많은 형을 선두로 우르르 내려갔다가 학교가 파하면 모두 모여서 자전거를 메고 쉬며 놀며 강행군을 하며 올라왔다.

그땐 다음날 자전거를 타기 위해 제 키보다 더 큰 짐을 메고 올라오는 고단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혼자 올라오기가 힘들지 여럿이서 함께 올라올 땐 자전거를 울러 메고 달리기도 했다. 그들의 삶에 많은 것들이 길을 막을 때마다 그 시절 자전거를 등에 메고 올라갈 때보단 덜 힘들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탈 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멈추지 않고 그냥 달리는 것이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다. 몇 번을 비틀거리며 열심히 페달을 밟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달리고 있었다. 무엇이든 격려해 주고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되고 행복한 일이다. 인생은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힘들고 아프지만 자전거만큼은 반대다. 그날의  마음은 하늘을 날았지만 몸은 힘들어 죽을 뻔했다. 하하···.

고흥 목일신의 거리에 있는 작품상 /인터넷 화면 캡처
고흥 목일신의 거리에 있는 작품상 /인터넷 화면 캡처

고흥군 읍내로 들어와 맛집을 찾다가 ‘목일신의 거리’가 눈에 띄었다. 며칠 동안 달려 본 섬마을 자전거 트레킹이 자랑스러워 노랫말이 절로 흥얼거려졌다.

 

찌르릉찌르릉 비켜나셔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찌르르르릉

저기 가는 저 영감 꼬부랑영감

어물어물하다가는 큰일납니다.

 

이 노랫말은 목일신 선생님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쓴 동시다.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배우던 그 기분이 노랫말에 녹아 있다. 50년 만에 타보는 내 기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자전거를 선물해 준 친구에게 고마움을 담아 보낸다.

찌르릉찌르릉~~ 내가 타던 자전거가 택배에 실려 다시 나에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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