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에 주요국 화폐 급락
“노동·소비 강세면 고금리 지속”

글로벌 화폐 제왕은 역시나 미국 달러화(이하 달러화)였다. 미국을 싫어하든 좋아하든 달러화 움직임에 전 세계 화폐 가치 판도가 달라진다. 킹달러를 제지할 방법은 있다. 달러화가 강세라도 세계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달러 힘은 약해진다.

문제는 ‘제왕’을 저지할 만한 화폐가 없다는 점이다. 미 국채라는 이자도 높고 강력한 안전자산이 자금을 미국으로 쏠리게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금 이탈로 주요국 화폐가치는 하락하고, 상황의 처참함은 환율이라는 계량기로 나타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는 세계 화폐 불안을 지속시킨다’는 명제가 여전히 건재함을 확인시킨다. 미국이 금리 인하하지 않으면 환율 요동은 계속된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는 세계 화폐 불안을 지속시킨다’는 명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이 금리 인하하지 않으면 환율 요동은 계속된다. 사진은 미국 달러 지폐 안의 조지 워싱턴이 아르헨티나 500페소 지폐에 있는 재규어를 사냥한 모습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작품. /AP=연합뉴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는 세계 화폐 불안을 지속시킨다’는 명제는 여전히 건재하다. 미국이 금리 인하하지 않으면 환율 요동은 계속된다. 사진은 미국 달러 지폐 안의 조지 워싱턴이 아르헨티나 500페소 지폐에 있는 재규어를 사냥한 모습으로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나타내는 작품. /AP=연합뉴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8원 오른 1349.3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6.5원 오른 1355.0원에 개장해 장 초반 1356원까지 오르면서 전날 기록했던 연고점(1349.5원)을 넘었다. 1400원 전망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은 대규모 금융완화 입장을 밝힌 이후 지난해 말 초엔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전날에 이어 149엔대에서 요동쳤다.(인베스팅닷컴 실시간 FX 데이터 오후 6시 7분 기준 149.10엔) 149엔대 환율은 150엔을 넘어섰던 지난해 10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일본 외환 당국이 “엔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는 구두 개입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미일 금리 차에서 기인한다. 일본은행이 10년물 국채 금리의 상한선 목표를 상향 조정(0.5→1.0%)했지만 작년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을 넘어 지금도 긴축하고 있는 미국 국채 금리를 따라가기엔 미약했다. 25일(현지 시각) 미 국채 금리는 4.53%를 기록하며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 일본 10년물 금리는 0.74%로 금리 차는 3.78%포인트나 벌어져 있다.

일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도 높고 강력한 안전자산인 미국 금융상품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채권시장에서 미국이 39%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다음 중국으로 16%, 일본이 8% 차지한다.(2022년 3분기 기준)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전자산 선호가 상승하고 낮은 수익률로 인해 중국 채권에 대한 관심은 2022년 이후 둔화하고 있다.

위안/달러 환율은 7.31위안(26일 기준)으로 지난 8일 7.34위안보다는 낮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작년 10월 최고점은 넘으며 위안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는 부동산 시장 경색과 내수 부진, 그리고 미·중 갈등에 기인한 경기 침체 우려와도 밀접하다. 이같이 경기 불안도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데 최근 유로화 가치 절하도 이에 기인한다.

매파로 돌아온 연준 고금리 장기화 확실시
잘 방어하던 원/달러 환율 1356원 빨간불
秋 개입 시사 이미 ‘보이지 않는 손’ 가동?

작년부터 미국의 긴축 기조가 채권 금리를 상승시키면서 주요국과 금리차로 달러화 대비 환율을 상승시켰다면, 최근의 환율 요동은 지난 21일 새벽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입장 때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작년부터 미국의 긴축 기조가 채권 금리를 상승시키면서 주요국과 금리차로 달러화 대비 환율을 상승시켰다면, 최근의 환율 요동은 지난 21일 새벽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입장 때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FP=연합뉴스

작년부터 미국의 긴축 기조가 채권 금리를 상승시키면서 주요국과 금리차로 달러화 대비 환율을 상승시켰다면, 최근의 환율 요동은 지난 21일 새벽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입장 때문이다. 연준은 종전 기준금리 연 5.25~5.50%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2024년과 2025년의 정책금리(중간값)는 각각 4.6→5.1%, 3.4→3.9%로 50bp(1bp=0.01%)씩 상향 조정했다. 내년까지 5%대 고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책금리 전망이 높아진 것은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최근 요동도 고금리가 원인이다.

고금리 전망으로 미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4.53%) 상승했고 주요국 채권 금리 차는 더 벌어지면서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 달러화 대비 환율은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 상승·하락을 가시화한 지표 달러인덱스는 106선을 넘어서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우려도 위험회피 심리로 이어지며 강달러를 강화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자 한국 금융당국도 개입 가능성을 밝혔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56.0원까지 치솟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56.0원까지 치솟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56.0원까지 치솟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특별한 요인 없이 투기적인 흐름이 나타나거나 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당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미 금융당국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엔/달러, 위안/달러 환율을 보더라도 작년 10월에 기록한 고점 수준이거나 그 수준을 넘어섰는데 한국은 당시(1440원)보다 100원 정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 화폐 약세에 비해 원화는 비교적 강세라는 말이다. 환율 전쟁이 수면 아래서 벌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모든 화폐 가치의 약세는 미국의 달러 강세에서 기인한다. 강달러 피크까지의 시간이 미뤄지고 있고 금리 차 벌어지다 보니 그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환율이 불안하다”라면서 “원래는 올해 하반기 피벗이 전망됐지만 내년 2분기로 미뤄졌지 않나. 향후 미국의 노동과 소비 등 경제 지표가 좋으면 미국 고금리가 안 떨어질 확률이 커진다. 심지어 유로존에서 이번 금리 인상이 마지막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강달러 심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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