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토마토값 5배 폭등 인도 토마토 뺀 햄버거 판매
가뭄 덮친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 가격 2배로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브라질은 슈가플레이션
소>사람, 아르헨티나 소고깃값 60% 이상 인상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서 미리 선물로 보낼 과일도 살 겸 해서 시장에 갔다. 일하면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장 볼 시간이 없어서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계속 온라인으로 사진을 보고 식재료를 주문해서 먹다가 과일이랑 채소는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양배추 한 통에 5000원이 넘고, 상추 한 봉지가 3000원에 육박하고 있어서 요즘은 고기보다 채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추석을 전후해서는 과일값과 채솟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김장 김치도 거의 다 떨어져서 상에 오를 김치까지 준비하려다 보니 배추 한 포기가 거의 1만원에 육박하고 대파 한 단이 3000원 가까이 되다 보니 다른 양념거리를 사기도 전에 포기하게 된다. 그냥 완제품 김치를 조금 사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요즘은 김치도 사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재료 물가 상승이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해로 전 세계의 식탁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토마토값 5배나 폭등한 인도에서는 토마토 뺀 햄버거 판매

인도에서 가격이 5배나 오른 귀한 토마토 /https://www.euronews.com/green/2023/07/12/price-of-tomatoes-soars-400-in-india-as-heatwaves-and-flooding-hit-crops
인도에서 가격이 5배나 오른 귀한 토마토 /https://www.euronews.com/green/2023/07/12/price-of-tomatoes-soars-400-in-india-as-heatwaves-and-flooding-hit-crops

인도에서는 올해 이상고온 현상으로 45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토마토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토마토는 인도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식재료로 인도 대중적인 음식인 마살라의 기본 소스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카레에도 토마토를 넣어서 먹는다.

이런 토마토의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민심이 악화하고 있다. 밭에서 토마토를 훔치거나, 토마토가 실린 트럭을 납치했다는 소식을 종종 들을 수 있다. 토마토와 양파는 인도인의 민심을 좌우하는 농산물로 이로 인해 시위가 벌어질 수도 있는 중요한 식재료이다.

이렇게 토마토 값이 5배나 급등하게 되자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인도의 맥도날드에서는 토마토를 뺀 햄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인도인 밥상에서 빠지지 않던 토마토는 어느새 대기업도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고급 식재료'가 된 것이다.

가뭄이 덮친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 가격 2배로

스페인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올리브유 /https://www.alizila.com/spanish-olive-oil-giant-deoleo-launches-tmall-store/
스페인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올리브유 /https://www.alizila.com/spanish-olive-oil-giant-deoleo-launches-tmall-store/

역대급 가뭄으로 인해 유럽도 식탁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특히 올리브유의 주요 생산 국가인 스페인에서 올리브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2배 가까이 높아졌다.

스페인은 전 세계 올리브유의 41%가량을 생산한다. 유럽에서도 올리브유 하면 당연히 저렴한 브랜드부터 고급품까지 전부 스페인산을 취급하는 게 상식일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산 올리브유가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자국에서 대부분 소비해 버려서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이 섭취하던 기름이란 인식 때문에 올리브유 하면 그리스나 이탈리아를 떠올렸지만 사실 올리브유 중 대부분이 스페인산 올리브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이렇듯 올리브유는 스페인 식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재료로 각종 볶음요리, 튀김, 드레싱 등 대부분 요리에 사용하고 있다. 마치 한국인에게 밥과 김치, 국이 기본 밥상에 올라가는 것처럼 스페인에서는 조각낸 바게트와 치즈, 올리브유, 하몬이 기본 세팅이라 볼 수 있다.

이렇게 스페인의 주요 식재료인 올리브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가뭄의 장기화로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하니 올리브유의 가격이 2배 이상 껑충 뛰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브라질 슈가플레이션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브라질의 슈가인플레이션 /https://foodbeverageasia.com/sugar-can-be-made-more-appealing-to-consumers-with-new-packaging/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 브라질의 슈가인플레이션 /https://foodbeverageasia.com/sugar-can-be-made-more-appealing-to-consumers-with-new-packaging/

16세기 중엽인 1530년부터 사탕수수 경작이 브라질에 유입되면서 열대 기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설탕 제분업이 브라질에서 급속히 성장했다. 이러한 설탕 산업은 바야흐로 브라질 경제 수익의 원천이 되었다. 브라질의 설탕은 유럽 시장을 석권하게 되었고, 지금도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설탕 생산국이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도 이상기후로 인한 사탕수수의 재배량이 줄어들면서 국제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로 인해 설탕이 들어가는 과자, 빵 등의 가공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은 설탕 가격 상승으로 설탕을 원료로 쓰는 가공식품을 포함해 외식 물가까지 따라 오르는 현상으로 브라질 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 식탁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나라 아르헨티나의 소고깃값 인상

아르헨티나에는 ‘팜파스’라고 불리는 대초원이 있는데 이 초원에서 소들이 맘껏 뛰어다니면서 사육되기 때문에 품질이 좋고 육질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특히 비좁은 농장에서 지방을 축적해서 마블링이 하얗게 끼어있는 소고기에 비해 친환경적으로 방목해서 키운 팜파스에서 풀을 먹으며 자란 아르헨티나 소는 더욱 고품질로 주목받게 되었다.

한때는 아르헨티나 국민 1인당 연간 소고기 소비량이 100kg이 넘었다고 하니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소고기 소비량을 자랑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사람보다 소가 많은 곳으로, 인구는 4400만명인 데 비해 소는 5400만 마리 정도 된다고 하니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나라라는 별칭이 사실로 다가왔다. 19세기 이후 교통과 냉동, 냉장 시설 등의 저장 수단이 발달하면서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최대 수출국으로 성장하게 된다.

꽃등심 1kg에 9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아르헨티나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소고기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대중 식재료였다. 하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사룟값이 폭등하고 중국에서 소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물량이 부족하게 되자 소고깃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게 되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소고깃값이 1년 전보다 60% 이상 올랐다고 하니 이런 소고깃값 인상에 아르헨티나인들의 1인당 소비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 아르헨티나의 소고깃값 폭등 /https://blog.amigofoods.com/index.php/argentine-foods/why-is-argentinian-beef-so-delicious/
사람보다 소가 많은 나라 아르헨티나의 소고깃값 폭등 /https://blog.amigofoods.com/index.php/argentine-foods/why-is-argentinian-beef-so-delicious/

이렇듯 식재료값 인상은 이제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농작물 수확량 급감은 식량 가격을 꾸준히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수많은 식재료가 이제 전 세계의 식재료 물가에 영향을 받고 있다. 토마토값이 5배나 폭등한 인도, 2배로 가격이 오른 스페인의 올리브유, 브라질에서 급등한 설탕, 아르헨티나의 비싼 소고기까지 이런 식재료 물가 상승이 각 나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밥상 물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전 세계가 함께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때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문제와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 등 인류에게 닥친 식탁 물가의 비상은 이제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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