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요리에 생선가시 발견 시 처형하던 진시황 때 개발
이탈리아, 노르웨이에서는 어묵도 멋진 정찬 요리
홍콩식 카레 어묵, 태국식 샤부샤부 '수끼' 속 어묵

오랜만에 교회에서 봉사를 같이하는 분들과 밤참으로 어묵을 먹으러 갔다. 뜨거운 국물에 살이 통통하고 졸깃한 어묵은 추위를 잊게 해 줄 뿐 아니라 추운 겨울 포장마차에서 어묵꼬치 먹으며 노닥거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한국에서 어묵은 저렴하면서도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볶음으로도 먹고 국물을 넣고 탕으로도 먹고 다양하게 여러 요리에 사용되고 있다. 단체급식이나 식재료 취급하는 분들은 '생선묵'이나 '오뎅'이라고도 부르고, 북한에서는 어묵을 '물고기 떡'이라고 부른다.
으깬 생선 살과 밀가루, 쌀가루와 같은 전분을 뭉쳐서 찌거나 튀겨서 만든 어육 가공식품인 어묵은 음식으로 중국 진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중국 진시황 생선 요리에 가시가 발견되면 요리사를 사형
중국의 진시황은 생선 요리를 즐겨 먹었는데 생선 요리에서 가시가 발견되면 요리사를 처형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생선 요리를 하던 요리사들은 생선의 가시를 100% 제거하기 위한 요리를 개발하다가 생산살을 으깨서 경단을 만들어 먹으면서 지금 어묵의 시초가 되었다.
세계적으로도 어묵은 경단 형태로 만드는 것이 많은데 일본과 한국에서는 직사각형,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서 먹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로 마치 막부시대에 어묵을 처음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재료 구하기도 힘들고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명절에나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점차 튀김유가 다양해지고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대중화되었다.
특히 17세기부터 포르투갈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포르투갈 전통 절기인 텡푸라스(Têmporas) 때 여러 가지 튀김을 해 먹는 것에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어묵을 튀겨먹었다는 기원설도 있다. 일본에서도 일부 지역에선 튀긴 어묵을 덴뿌라라고 부르는 것이 이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에서는 어묵도 멋진 정찬 요리
서양에서는 해산물을 즐겨 먹는 이탈리아와 노르웨이에서 어묵과 비슷한 형태의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어업 강국인 노르웨이의 음식은 대구와 연어, 송어와 청어 등의 생선을 기본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스케볼레(fiskebolle)'라고 부르는 노르웨이식 어묵 요리는 당근, 감자, 브로콜리와 함께 베샤멜 소스를 곁들여 접시에 담아 근사한 정찬 요리처럼 먹는다.

지중해의 해산물이 풍부한 이탈리아에서는 생선 완자를 폴페타 디 페셰(polpetta di pesce)라고 부르며 어묵을 다양한 음식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어묵을 얇게 썰어 신선한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바질과 함께 곁들여 만든 어묵 카프레제는 파티 음식이나 간단한 에피타이저로 즐겨 먹는 요리이다.
이 밖에도 어묵의 면발과 어우러져 더욱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와 함께 먹는 어묵 파스타, 쌀로 만든 밥과 다양한 재료를 함께 조리하여 어묵을 넣어 더욱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인 어묵 리소토 등 어묵을 이용한 이탈리아 요리는 기존의 이탈리아 요리와는 다른 새로운 맛과 조합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음식이다.

홍콩식 카레 어묵과 태국식 샤브샤브 어묵
홍콩에서는 한국과 같이 어묵이 대중적인 길거리 음식인데 한국과는 다르게 주로 카레 국물에 어묵을 넣어서 먹는다.
태국에서는 수끼(suki)라고 하는 음식을 즐겨 먹는데 먼저 야채·해물·고기·면 등 50여 가지의 재료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전골냄비에 육수를 끓여 샤부샤부와 같이 한 가지씩 데쳐서 먹는다. 이 수끼라는 태국식 샤부샤부에도 어묵 형태의 완자 볼을 넣어 익혀서 먹는데 졸깃하게 씹히는 맛이 인기가 좋다.

밤늦게까지 대학가에서 어묵탕으로 배를 채우고 즉석 인생 사진을 찍으며 즐겁게 지내다 보니 마치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때 생각이 났다. 주머니가 가벼운 시절 추운 겨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꼬지 하나로 배를 채우고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
바쁜 일상으로 정신없이 살다가 잠시 향수를 불러일으켜 마음의 위로를 주는 ‘어묵’이 내 인생의 진정한 소울 푸드(soul food)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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