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유럽인은 소고기와 장어로 원기 회복
동남아시아에선 돼지갈비와 염소탕
중동 사막에선 양고기와 비둘기 고기

같은 여름철이라도 나라별로 습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체감하는 더위의 정도가 다른 것 같다. 습도가 높고 기온도 높은 한국의 여름 더위는 불쾌지수도 높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반면에 습도가 낮고 건조한 지역인 호주나 미국 서부의 더위는 그늘에만 들어가도 선선함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더위이다.

한국에서는 무더운 복날에 땀을 많이 흘려 몸의 원기를 보충하기 위해 삼계탕과 같은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는다. 이런 보양식은 식품 자체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이 몸 안에서 상호작용을 해 여러 가지 병의 증세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우리 신체를 본래 기능대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용을 한다.

유럽인의 무더운 여름철 원기 회복에는 소고기와 장어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랑받고 있는 보양식이 있는데 ‘포토푀(Pot au feu)’라는 소고기 스튜다. /https://www.tasteatlas.com/pot-au-feu/recipe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랑받고 있는 보양식이 있는데 ‘포토푀(Pot au feu)’라는 소고기 스튜다. /https://www.tasteatlas.com/pot-au-feu/recipe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랑받고 있는 보양식이 있는데 ‘포토푀(Pot au feu)’라는 소고기 스튜이다.

소고기와 채소, 뼈와 각종 채소를 넣고 오랜 시간 동안 푹 고아서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먹는 음식이다. 포토푀는 ‘불 위에 큰 솥을 걸어놓고 오래 끓여 먹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큰 냄비에 소고기, 채소, 부케 가르니를 물과 함께 넣고 약한 불에서 장시간 푹 끓여서 만든다.

소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넣고 푹 끓여낸 포토푀 국물에는 고기의 육즙과 함께 채소의 영양분이 우러나 원기 회복에 아주 좋은 프랑스 국민의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와인을 사랑하는 나라답게 와인을 넣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독일의 장어로 만든 보양식 알주페(Aal Suppe) /https://eatsmarter.com/recipes/hamburg-eel-soup
독일의 장어로 만든 보양식 알주페(Aal Suppe) /https://eatsmarter.com/recipes/hamburg-eel-soup

독일 북부 지방인 함부르크 지방 사람들은 '알주페(Aal Suppe)’'라는 장어요리를 여름 별식으로 즐겨 먹는다. 알주페는 장어를 뜻하는 알(Aal)과 수프를 뜻하는 주페 (Suppe)가 합쳐진 말로 우리나라에서도 보양식으로 먹는 장어탕과 비슷한 음식이다.

장어와 채소, 허브, 건과일, 와인 등을 넣고 팔팔 끓이면 독일식 장어탕인 알주페가 완성되는데 장어는 단백질과 비타민A 함량이 높아 영양 보충과 기력 회복에 아주 좋은 음식 재료이다.

동남아시아의 찜통더위에는 염소와 돼지갈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돼지갈비 보양식 /https://greatcurryrecipes.net/2022/08/11/singapore-style-bak-kut-teh/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돼지갈비 보양식 /https://greatcurryrecipes.net/2022/08/11/singapore-style-bak-kut-teh/

동남아시아도 여름철에 습도가 높아 우리나라와 같은 찜통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보양식을 즐겨 먹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는 ‘바쿠데(BaKuTeh)’라는 돼지갈비 요리를 먹는다. 돼지갈비에 각종 약재와 허브를 넣고 푹 고아낸 음식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이주해 온 중국 출신의 이민자들이 무더운 날씨 속 힘든 노동 뒤 지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 먹던 요리에서 유래되었다.

돼지갈비에 계피, 정향나무, 버섯, 당귀, 마늘 등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되는 각종 한약재를 듬뿍 넣고 푹 끓여 만든 바쿠테 한 그릇을 먹고 땀을 쫙 빼면 더위가 물러날 것 같다.

1년 내내 더운 베트남에서는 ‘라우제(lau de)’라는 염소탕과 비슷한 요리를 더위를 이기기 위해 즐겨 먹는다. 이 라우제는 베트남 왕족이 즐겼던 고급 베트남 요리로 특히 다산으로 인해 보양이 필요했던 왕비를 위해 만들어진 산후조리용 궁중 음식이었다.

베트남 보양식 ‘라우제(lau de)’는 염소탕의 일종이다. /https://tastykitchen.vn/mon-ngon-moi-ngay/cach-nau-lau-de-thom-ngon-chang-khac-gi-ngoai-tiem-p1297
베트남 보양식 ‘라우제(lau de)’는 염소탕의 일종이다. /https://tastykitchen.vn/mon-ngon-moi-ngay/cach-nau-lau-de-thom-ngon-chang-khac-gi-ngoai-tiem-p1297

13가지 약재와 함께 염소 뼈로 고아 낸 사골국물에 염소 고기, 죽순, 연근, 연밥, 구기자 등을 넣고 고기 냄새가 사라지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푹 끓이면 은은하게 약간의 단맛이 나는 육수가 완성되는데 여기에 부추, 쑥갓, 시금치, 얇게 썬 타로, 오크라, 두부, 차조기, 갓, 팽이버섯 등의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인 후 피시 소스인 늑억맘에 찍어 먹는다.

중동 사막의 불볕더위엔 양고기와 비둘기 고기

중동 사막의 더위는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는 다르게 습도가 낮고 강한 햇빛으로 인한 복사열이라 그늘에 들어가면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비둘기나 양고기를 이용해서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다.

이집트의 보양식 ‘하맘 마쉬(hamam mahshi)’ /https://stock.adobe.com/kr/images/arabic-cuisine-egyptian-traditional-stuffed-pigeon-or-hamam-mahshi-dish/570587161
이집트의 보양식 ‘하맘 마쉬(hamam mahshi)’ /https://stock.adobe.com/kr/images/arabic-cuisine-egyptian-traditional-stuffed-pigeon-or-hamam-mahshi-dish/570587161

이집트에서는 비둘기 안에 쌀을 넣어 푹 끓여낸 ‘하맘 마쉬(hamam mahshi)’ 라는 음식을 먹는데 우리나라의 삼계탕과 비슷하게 비둘기 내장을 빼고 그 안에 쌀을 듬뿍 넣어 만든다.

기온이 40도가 넘는 건조한 사막의 기후인 요르단에서는 ‘막로바(makloba)’라는 음식을 보양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지방 함유량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양의 어깨살과 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음식으로 체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양고기를 이용해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특히 중동 국가의 운동선수들이 원기 회복을 위해 즐겨 먹는다고 한다.

요르단의 ‘막로바(makloba)’ /https://www.pinterest.co.kr/pin/450430400242543025/
요르단의 ‘막로바(makloba)’ /https://www.pinterest.co.kr/pin/450430400242543025/

더운 여름철 전 세계인들은 각자의 나라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보양식을 즐기고 있다. 비둘기, 양고기, 장어, 소고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보양식은 원기를 회복하고 더위를 이겨낼 힘을 준다.

장어, 소고기, 염소 고기, 양고기, 돼지갈비를 모두 푹 끓여서 전 세계의 보양식을 한 그릇에 담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시도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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