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영의 세계음식이야기]
영국 절대왕정 시절 전쟁 준비를 위해 비축
이집트에선 미라 제작에 필수 재료로 쓰여
프랑스에선 부 상징···왕실 운영자금 조달용

일본의 오염수 방류 소식이 전해지자 갑자기 소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소금 사놓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너무 흔한 재료이고 여태까지 살면서 한 번도 소금을 사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이런 상황에 놓이다 보니 가장 기본적인 맛을 내는 식재료인 소금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소금(Salt)으로 월급(Salary)을 줬다는 기록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사람들은 소금을 얻기 위해 큰 노력을 해왔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소금이 묻힌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정복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소금을 얻기 위해 새로운 땅을 찾아가는 탐험 활동이 활발해지기도 했다. 소금이 워낙 귀했기 때문에 땅속에 묻혀 있는 소금 바위를 캐내면 부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인류사에 귀한 식재료 소금 /픽사베이
인류사에 귀한 식재료 소금 /픽사베이

인류가 지상에서 섭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암석인 소금은 예로부터 단순한 음식이 아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소금은 과거에 세례받은 아이의 입술에 얹어 주는 신성한 식재료였으며 기독교에서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한 것을 '빛과 소금'으로 비유할 만큼 소금이라는 물질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영국 절대왕정 시절 전쟁 준비를 위해 비축했던 소금

영국에서는 절대왕정 시절 전쟁 준비를 위해 소금을 비축했다. 소금은 상처를 입은 병사들의 상처를 소독하는 데에 사용되기도 했고 오랜 전쟁 기간에 대구, 청어 등 식량을 저장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적진을 점령한 군대가 적군이 식량 부족으로 전쟁에서 패하도록 적진의 농작물 재배를 방해하기 위해 논밭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

영국의 말돈 소금 /https://shop20305.itinerarymasters.com/content?c=maldon+sea+salt&id=22
영국의 말돈 소금 /https://shop20305.itinerarymasters.com/content?c=maldon+sea+salt&id=22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금은 말돈(Maldon) 소금이다. 잉글랜드 에식스 카운티 말돈 마을에서 나는 바다 소금으로 일반 소금에 비해 입자가 곱고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 함량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쓴맛이 없는 고유의 짠맛을 지니고 있으며 눈처럼 흰색을 띠며 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소금 결정으로 알갱이는 얇고 넓적하다. 모양은 속이 빈 피라미드 모양으로 불규칙하다. 부드러우면서 부서지기 쉽고 입 안에 넣으면 쉽게 녹아내리며 쓴맛은 전혀 없다.

일반 소금에 비해 칼슘과 칼륨,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아 전 세계 미식가와 요리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테이블 소금으로 적당하며 음식을 먹는 사람이 취향에 따라 음식에 조금씩 첨가하여 먹는다.

 

이집트 미라 제작에 중요한 재료였던 소금

이집트에서는 왕의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미라를 제작할 때 소금을 사용했다. 시신을 소금물에 7일 이상 담가 미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집트의 크리스탈 소금 /https://gourmetlife.com.au/products/egyptian-crystal-salt-45g
이집트의 크리스탈 소금 /https://gourmetlife.com.au/products/egyptian-crystal-salt-45g

이집트 소금은 사하라 사막 시와(Siwa) 호수 지반 아래 있는 청정 크리스털 암염으로 수천만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바다가 사막으로 바뀌면서 바닷물이 햇빛과 바람의 에너지를 받아서 만들어진 천혜의 크리스털 소금이다.

이집트의 크리스털 소금은 간수가 없기 때문에 쓴맛이 없고,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투명한 크리스털 형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부를 상징하는 프랑스의 소금···왕실의 운영자금 수입원

프랑스에서는 과거 부를 상징하기 위해 귀한 사람을 초대하는 식탁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통에 소금을 넣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풍습이 있었다. 왕실에서는 국민이 소금을 구입할 때 소금세를 내도록 하여 왕실의 운영자금으로 썼다고 한다.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 /https://www.suppliers-from-bretagne.com/products/fine-salt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 /https://www.suppliers-from-bretagne.com/products/fine-salt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el de Guérande’)은 세계적으로도 명품 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 해, 바람, 그리고 염전 일꾼들의 오랜 비법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고귀한 보물인 게랑드 소금은 수천 년 전부터 프랑스 남부 소도시 게랑드에서 고된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특별한 천일염이다.

철기시대부터 게랑드 반도에 최초의 도시가 생겨나면서부터 염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이곳의 염전은 무려 10세기에 형성되어 게랑드는 ‘하얀 금’이라 불리는 소금 무역을 통해 브르타뉴의 엘도라도, 황금의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100% 수작업으로 채취되는 게랑드 소금은 드넓은 갯벌에서 바닷물이 증발하고, 그 안에 들어있던 염분이 소금 결정체가 되면서 풍부한 일조량과 적당한 온도, 바람이 함께 어우러져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소금만 남는다. 이렇게 생산하는 게랑드 소금은 마그네슘이 풍부한 비정제 천일염으로서 프랑스 요리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한국의 신안 천일염 /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64078
미네랄이 풍부한 한국의 신안 천일염 /http://www.simi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64078

김치, 젓갈, 간장, 된장 등 소금을 이용한 절임음식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에서도 소금은 정말 귀한 식재료이다. 우리나라 신안에서 주로 생산되는 천일염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미네랄이 풍부한 명품 소금이다. 배추를 절일 때도 국내산 천일염으로 절여야 아삭한 질감이 살아난다.

우리 식탁에서 소금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소금 사재기하는 현실을 보면서 갑자기 위기감이 몰려온다. 인류사와 함께한 변함없이 귀한 세상의 소금이 인류의 환경오염으로 인해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