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모으는 사람이 이긴다
은퇴 준비, 딱 한 가지만 하면 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욕심을 버리면 보여
직장에 다닐 때의 에피소드다. 재직 중이던 금융회사의 고객 중엔 자산이 넉넉한, 이른바 부자들이 많았다. 하루는 그중 한 사람과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마시며 그에게 돈을 모으게 된 비결을 물었다. 그랬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빙그레 웃기만 한다. 재차 물었더니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고 열심히 저축했다고 한다. 그건 모두 아는 얘기니까 그만의 특별한 비결을 알려 달라고 해도 정말 비결은 없다고 말한다.
당시에는 그 말이 곧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지 큰일은 항상 이처럼 작은 일부터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때만 해도 정기예금의 금리가 18~20% 정도 되었으니 금리가 꽤 높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중동 건설수출이 붐을 이루고 종합상사들이 세계를 누비며 시장을 개척할 시기였다. 금리가 높은 건 자금 수요는 많은데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하지 못해 늘 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개미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기가 한창이지만 아무리 투자수익률이 높아도 20% 가까이 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당시 직장인들은 구태여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예금이나 채권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복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그 비결을 실천한 사람은 부자가 되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자가 되지 못했다.
요즘 부모 세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을 무척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이 매우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시락을 갖고 오지 못하는 어린이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부지런히 일을 해서 돈을 모은 덕에 이제는 옛날처럼 밥을 굶지 않고 제법 여유가 생겼다.
자식들이 결혼할 때가 되자 자녀만큼은 결혼식을 성대하게 하고 싶은가보다. 혼수도 꽤 비싼 것을 고른다. 어쩌면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려는 마음에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야 어떻게 하든 상관없지만 없는 사람들까지 이런 풍조를 따라가려 한다. 결국 살림에 보태야 할 비용까지 웨딩업체의 상술에 넘어가 헛되이 쓰이고 만다. 이전의 부자들이 불필요한 낭비를 하지 않고 열심히 저축했다는 말이 무색하다.

유대인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돈을 버는 사람보다 모으는 사람이 이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만큼 씀씀이가 크다면 결코 돈을 모을 수 없다. 그러므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검소한 생활을 하며 당연히 지출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 기업의 마케팅에 넘어가 어렵게 모은 돈을 그냥 낭비해서는 안 되겠다. 부모가 자식 세대에 가르칠 것은 합리적인 소비와 마음의 평정이다.
직장에서 퇴사할 때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두려움에 무척 걱정했는데 막상 은퇴하니까 좋은 점이 많다. 그중 제일 좋은 것은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사회생활을 계속하면 부라든가 지위, 그리고 명예 같은 것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말 중요한 것을 포기해야 한다. 바로 자유다. 나중에 이런 자유를 누리리라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생은 생각만큼 길지 않다.
은퇴를 준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딱 한 가지만 준비하면 된다. 바로 욕심을 버리는 일이다. 욕심을 버리면 보다 많은 자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검소한 생활을 하겠다고 작정하면 돈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조금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조금 더 돈을 벌겠다고 너무 자신을 굽히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낮은 자리에 임하여 검소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며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인생 2막은 돈보다 시간과 자유가 더 중요함을 깨닫는 시기다.

알렉산더 대왕의 에피소드다. 디오게네스의 명성을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하루는 자신의 권위를 뽐낼 겸 신하를 대동하고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디오게네스, 자네의 소원을 말해보게.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지금 제 앞의 햇볕을 가리고 있거든요. 제 소원은 당신이 잠깐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하는 겁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권위를 뽐내기는커녕 망신만 당하고 돌아갔다. 그날 밤 대왕의 신하이자 디오게네스의 친구가 그를 찾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충고를 했다.
"디오게네스야, 네가 대왕에게 조금만 아첨할 수 있으면 이렇게 콩깍지만 먹고 살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오히려 친구를 측은하게 여기며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자네가 콩깍지만 먹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대왕에게 아첨하지 않아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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