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
부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돈푼깨나 있다고 부자는 아니다
부자들이 열망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과연 부자란 어떤 사람일까? 대개는 자기 집을 갖고 있고 현금자산을 100만 달러 -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억원- 정도 갖고 있으면 부자라고 정의한다. 아마 그런 정도라면 부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부자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위의 정의가 절대적인 개념이라면 어떤 사람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접근했다. 미국의 비평가 한 사람은 부자란 자기 동서보다 재산이 많은 사람으로 정의했다. 절대적인 액수보다 비교 대상의 사람보다 많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례가 있다. 입사를 꿈꾸는 사람에게 다음 두 가지의 연봉 조건을 제시한 후 어떤 선택을 할지 물었다. 첫째 자신은 10만 달러를 받고 동료는 20만 달러를 받는 안. 둘째 자신은 8만 달러를 받고 동료는 4만 달러를 받는 안. 당연히 첫째 안이 절대적으로 연봉이 높다. 그러나 그는 둘째 안을 선호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남과 비교하여 자신의 수준을 평가하기도 한다.

부유함을 물질적인 관점이 아닌 정신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사람도 있다. 세계 최대의 투자 클럽 옥스퍼드 클럽의 투자 고문 알렉산더 그린은 적어도 부자라면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에도 조예가 깊어야 하고 종교나 철학에도 관심이 있어야 하며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돈푼깨나 있다고 부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사실 세계 정상의 부자들은 우리가 예상한 부자들과 달랐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상속하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실제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가 사는 집은 오래전 젊었을 때 고향에서 매입한 것이며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 자동차도 한 대밖에 없다. 기자가 왜 자동차가 한 대밖에 없냐고 물었더니 그는 동시에 자동차 두 대를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멕시코의 부자 카를로스 슬림도 그렇다. 실제로 슬림은 세계적인 갑부이긴 하지만 워런 버핏과 마찬가지로 검소한 생활로 유명하다. 그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방 6개짜리 집에서 30년 이상 살고 있다. 집에 있는 가구 대부분은 부인이 1980년대에 샀던 것들이다. 그는 아들 셋, 딸 셋을 키울 때 방 2개를 아들들끼리, 딸들끼리 함께 사용하도록 했다. 슬림은 덕분에 자녀들이 절제를 배웠다고 생각한다.
해외에 집을 사지 않는다는 것도 원칙으로 지키고 있다. 물론 해외 부동산 투자는 하지만 자신이 머무르는 집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집 하나뿐이다. 해외에선 호텔을 이용하는 것이 자신의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승용차는 10년 이상 같은 차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디에 돈을 쓸까? 사람들은 부자가 돈이 많으니 보통 사람들과 소비 형태가 다를 것이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대부분 백만장자는 우리의 추측과는 달리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작가이자 유명 강사인 토머스 스탠리 박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부자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40만 달러 이하의 집에서 거주한다.
2. 현재 거주하는 집 이외의 집이 없다.
3. 롤렉스보다는 타이맥스를 착용한다.
4. 와인 수집 취미가 없으며, 보통 와인 한 병에 15달러 이상 쓰지 않는다.
5. 벤츠보다는 토요타를 탄다.
6. 고급 브랜드 제품이나 명품 등을 사는 데 거의 돈을 쓰지 않는다.
나열된 글을 읽어보면 분명 우리가 생각하던 부자와는 다른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명품들을 선호하는가? 스탠리 박사에 의하면 부자가 아니면서 부자인 척 행세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부자들이 즐겨하는 활동은 어떤 것일까? 스탠리 박사의 조사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1. 자녀들이나 손자들과 놀아주기
2. 투자 설계하기
3. 친한 친구와 함께 시간 보내기
4. 박물관 관람하기
5. 봉사 기금 조성하기
6. 시민 활동 참여하기
7. 예술 공부하기
8. 전문적인 모임에 참가하기

이런 활동을 하는 데에는 돈이 거의 들지 않거나 아주 저렴하다. 대부분 부자는 알고 있다. 진정한 즐거움은 그들이 차고 있는 값비싼 시계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 그들의 가족, 친구,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온다는 것을 말이다. 부자인 척하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부질없는 성공의 이미지를 사들이기 위해 그들이 애써 번 돈을 날려버리고 있을 때, 체계적인 부자들은 검약한 생활을 하면서 자유와 만족,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은퇴하기 전 금융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만났던 부자들도 이와 흡사했다. 자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객과 거래를 오래 했는데 그가 타고 다니던 차는 현대에서 제작한 자동차였다. 버핏이 미국 포드 자동차를 애용하는 것과 흡사하다. 가끔 점심을 함께 먹곤 했는데 우리가 주로 갔던 곳은 직장 가까이에 있는 한식 식당이었다. 사무실을 방문해 보면 집기 비품도 소박했다. 그러나 그와 얘기를 나누어 보면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을 알고 놀라게 된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럼 부자들에게 배우라. 그들은 값비싼 명품을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와 열심히 일한 노력에 대한 보상, 그리고 인정받음이다. 그들은 성공이 돈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성공은 성취이며 그것에 따른 독립적인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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