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 <엄마의 방> 연재 15화
맺음말과 함께 도서 연재 종료

시간은 정말 쏘아 올린 화살처럼 빨리 가고, 코로나19라는 괴물 때문에 엄마 면회도 안 되다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2m나 떨어져 얼굴만 바라볼 수 있는 면회가 허락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지난달 둘째 동생이 엄마를 보고 싶어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남미에서 날아왔다. 엄마는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과 마주 서자 너무 좋아하시고, 언제 손이라도 잡을 수 있느냐고 안타까워했다.

둘째 동생과 나와 큰동생이 같이 면회하러 갔을 때는 엄마가 무척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둘째는 남미로 돌아가기 전까지 엄마 면회를 갔다. 그리고 백신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언제 혜택이 올지 몰랐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요양원은 더 빨리 시작됐지만 요양원에서 맞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여서 내가 별도로 동사무소를 찾아가 화이자로 예약하고 큰동생이 엄마를 모시고 왔다.

엄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백신을 맞은 날만 열이 좀 났다. 다음 날 좀 쉬더니 집에 데려다달라고 했다. 이제 엄마는 요양원을 우리 집이라 하시고 무척 편안해한다. 2차 접종 후에는 다음 날 집에 데려다달라고 했다.

“서울은 공기가 안 좋아. 우리 집은 공기도 좋고 너무 좋아. 서울은 너무 답답해.”

엄마는 무사히 2차 접종을 마치셨으니 우리만 접종을 하면 면회가 가능하게 된다. 미국은 미국에 들어온 사람들은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기에 둘째에게 가까우니 미국 가서 접종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가는 길에 미국 막내 집에 들러서 이미 얀센 백신을 맞았다고 했다. 사실 남미는 브라질 변이도 있고 백신 구입도 어려운 상태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엄마는 백신을 맞으러 왔을 때 예전처럼 당당하고 백신도 아무 문제가 없어 기뻤다. 엄마와 우리 남매는 코로나19 전까지 가끔 만나 드라이브도 하고 밥도 먹었다. 큰동생은 지방 출장길에도 요양원에 들러서 엄마를 보고 왔다.

요양원에서는 엄마가 활동하는 모습을 공유해 주고 영상통화를 자주 시켜주었다. 엄마는 그때마다 명랑하고 항상 우리 걱정을 했다. 1차 백신을 맞은 뒤에는 요양원 친구와 나가서 인절미를 사드셨다고 했다.

엄마는 내가 모실 때보다 치매 증상도 완화됐고 더 건강해졌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밝아지고 편안하다는 점이었다. 요양원 프로그램을 따르고, 무엇보다 말동무가 있고, 나가고 싶으면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

원장님의 부친이신 목사님과 매일 밤 자기 전 기도를 함께하며 신앙생활로 마음의 안정이 이루어지고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집에 오셨을 때도 이웃들을 다 기억했고, 이웃들은 엄마가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엄마가 행복하게 지내고 건강하면 같이 있지 못해도 좋다.

그런데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우리 엄마가 치매인데 어떻게 하느냐?” “친정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치매라 어찌할지 모르겠다” “시어머니가 치매인 것 같다”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표지 /창해
표지 /창해

좀 더 빨리 이 책이 나왔더라면 같은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요양보호사나 치매 복지 담당자들이 이 책을 꼭 읽고 대책을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치매 보험을 파는 보험사들도 보험을 팔려고만 하지 말고 간병비 준다, 뭘 준다, 돈이면 다 된다고 말하지 말고 보험 드는 사람들이 치매가 뭔지 알 수 있게 이 책을 한 권씩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책이 다가올 치매 시대의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맺는다.

 

※ 위 이야기는 유현숙의 <엄마의 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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