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 <엄마의 방> 연재 10화
몇 년 엄마 도운 요양보호사 일주일 휴가
아르바이트 온 보호사는 괴로움만 안겨
엄마 대소변 받아주고 냄새 제거 실력자
요양보호사 마음과 경력의 중요성 절감

치매 환자들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것 같다. 지난번 며칠간 기도원 다녀온 뒤 치매 이상행동이 시작됐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가 바뀌는 것에도 민감하게 작용했다. 몇 년간 엄마를 도운 요양보호사를 엄마는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요양보호사 일주일간 동유럽 여행을 떠나게 됐고, 그 대신 다른 요양보호사가 찾아왔다.
외출복으로 말끔히 차려입고 온 요양보호사는 심심해서 아르바이트로 왔다고 했다. 딸이 알게 되면 야단맞을 것이란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지 어이가 없었지만, 해야 할 일의 순서를 이야기해주었다.
“이미 약은 드셨고요. 식사도 하셨어요.”
“그럼 내가 할 일이 거의 없네요.”
“아니죠. 환자가 있으니 청소도 해야 되고요. 목욕도 매일하시니 목욕을 시켜주시고요. 인지활동으로 엄마가 매일 문제를 푸시는데, 문제를 내놨으니 풀게 해주시고요. 또 의자에 앉아서 다리운동과 팔운동을 하시도록 도와주세요.”
엄마를 돕는 방법을 알려주자 요양보호사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화난사람처럼 말했다.
“어떻게 세 시간 안에 이 일을 다 해요? 기저귀 입으시는 분, 전 목욕은 못 시켜요.”
“요양보호사 맞으세요?”
“저 시험 보고 요양원 실습도 했어요.”
이런 사람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알겠어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어떻게 받으셨는지 모르지만, 청소만 하고 가세요. 제가 다 할거예요.”
청소기 사용법도 알려줘야 하고 밀대 사용까지 모두 하나씩 알려주다 보니 짜증이 났다. 요양보호사를 보내주는 센터에서 사람을 어찌 고용하는지 화가 났다. 엄마를 씻기고 함께 인지활동을 하고 운동을 하는 동안 요양보호사는 느릿느릿 청소로 시간을 채웠다. 요양보호사가 돌아가고 센터에 항의 전화를 했다.
“그분은 잘사시는 분이고 요양보호사 활동을 안 하셨던 분이라 그러실 거예요.”
“그런 사람을 보내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잠시 하려고 하는 사람은 구하기가 힘들어요.”
“이러면 보험만 축내는 거죠? 요양보호사는 치매 환자를 돌볼 정신무장이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 온 요양보호사 보내지 마세요. 제가 하는 게 나아요. 제가 다 하면서 스트레스만 받아요.”
오후 늦게 미안하다며 전화가 왔다. 내일은 엄마와 말동무도 되고 잘할 분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다음 날 집으로 찾아온 요양보호사는 할머니였다. 다른 건 몰라도 엄마와 말동무는 돼 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그릇장의 냄비와 그릇들을 꺼내더니 잔소리를 시작했다.
“냄비는 그을린 것을 왜 이렇게 두었어요. 양잿물로 닦으면 환해지는데.”
“양잿물이 뭐예요?”
“시장에서 팔아요. 나한테 돈을 주세요. 내가 시장 가서 사다가 깨끗이 닦아줄게요.”
나는 엄마의 인지활동이나 운동을 시켜주는 것을 기대할 수 없어 다른 제안을 했다.
“청소만 빨리 해주시고 엄마 모시고 사우나나 다녀오세요.”
그런데 청소기도 안 돌리고 걸레를 찾았다. 걸레질을 바로 하면 어떻게 하냐고 묻자, 자기는 옛날 사람이라 앉아서 깨끗이 닦으니까 필요 없단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말씨름할 기력은 없었다.
집으로 내려와 잿물을 검색해보니 독성이 강하고 옛날에 세제 없을 때 사용하던 것이었다. 사우나 입장료와 엄마 때밀이 비용 그리고 음료수나 간식을 사 드릴 돈을 넉넉히 계산해드렸다. 그랬더니 또다시 양잿물 살 돈을 얘기한다.
“그건 위생적이지도 않고, 우리는 그을리면 버리고 다시 새것으로 사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두 분이 함께 가까운 사우나를 다녀왔다. 그런데 뭘 드시게 했는지, 돈은 얼마가 남았는지 말이 없었다. 모자라지는 않았을 것이고 돈이 남았다면 그냥 드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다 됐다며 아무 말 없이 가버렸다.
다시 센터에 전화해 기존의 요양보호사가 올 때까지 사람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일도 거의 내가 해야 했다. 여행 간 요양보호사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예전처럼 모든 것을 내가 했다. 건강보험 외에도 자가 부담이 있는데, 액수가 얼마든 내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으며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요양보호사 자격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자격증이 남발됐구나.’
제대로 교육도 안 되고 치매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사람에게 자격증이 팔렸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건강보험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 환자가 늘고 있는 현재에서 앞으로를 생각하면 요양보호사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러므로 재교육과 더불어 더 많은 교육을 해야 하고 제대로 된 양성기관이 생겨야 한다. 자신이 요양보호사 역할을 못하는 경우 요양보호사의 자존감도 망친다. 파출부처럼 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격증을 박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늘어나는 치매 환자나 가족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여행 간 우리 요양보호사 김 선생이 너무 고맙고 그리웠다. 역시 어느 정도의 학력과 교양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떠났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엄마가 요양원에 갈 때까지 쭉 도와준 분이다. 공무원 퇴직 후 요양보호사를 시작했는데, 엄마를 어떻게 잘 모실까를 항상 상의하고 내가 새 정보를 가져와 뭘 하자고 하면 금방 이해하고 행했다.
여행이 끝나고 요양보호사가 돌아오자 엄마는 무척 반겼다. 어리광까지 부리며 어딜 갔다 이제 왔냐고 투정도 부렸다. 엄마와 요양보호사는 궁합이 아주 좋았다. 특히 자신의 아버님이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요양보호사는 엄마에게 더 잘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언니처럼 든든하고 의지가 됐다. 사소한 일도 집안일도 함께 대화하는 정말 언니 같은 분이었다.
요양보호사가 돌아오고 엄마가 갑자기 기저귀에 대변까지 보게 되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대변은 내가 치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색을 하며 요양보호사가 뭐 하는 사람이겠냐며 내려가 잠 좀 자라고 했다.
요양보호사는 엄마의 대변 기저귀를 벗기고 온몸을 깨끗이 닦였다. 그리고 평소대로 식사와 청소를 하고 엄마의 인지 공부, 운동도 시켰다. 엄마는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아갔다. 요양보호사의 산책길은 같이 노래 부르며 한강을 거니는 영상으로 가족들에게 항상 전달됐다.
엄마가 산책도 안 가고 운동도 안 하려고 하면 엄마의 기분을 돋우고 아이들에게 하듯 용돈을 드리며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자세와 신념이 있는 요양보호사들만 있다면 치매 환자나 가족들이 아무 걱정 없을 것이다.
엄마의 요실금은 산부인과 진단을 받고 약으로 얼마간 실수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변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괄약근이 약해져서 그런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가다가 속옷을 내리기도 전에 실수를 하기 일쑤였다. 잘 때는 자신도 모르게 대변이 나왔다고도 했다.
노인정에 가시라고 하면 노인 냄새 나서 싫다고 하고, 자신도 아침저녁으로 샤워하고 꼭 향수를 쓰던 분이 왜 그러는지 속상했다. 엄마의 대변 실수는 횟수와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다행히 침대에는 묻히지 않았다. 소변 때문에 방수커버를 몇 개 마련해 계속 깔아두고 있었다. 다행히 소화는 잘되셔서 설사 같은 건 없었다.
이렇게 대소변이 많을 때는 요양보호사가 가고 난 뒤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다 내가 할 일이었다. 엄마를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 입히고 나면 내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엄마도 내가 어렸을 때 항상 나를 이렇게 돌봤을 테니 이제 내가 할 차례였다. 이런 일을 우리 집에 시집온 죄밖에 없는 며느리에게는 절대 시키고 싶지 않았다. 올케는 직장 생활을 해서 그럴 환경도 못 됐지만 내 마음은 그랬다. 내 엄마니까.
그런데 엄마의 대변 세례는 병원 진찰실에서도 있었고, 동생과 올케와 함께 엄마가 평소 좋아하던 등산을 가서도 있었다고 했다. 경험이 없었던 올케는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나는 병원 외출만 해도 여분의 기저귀와 옷을 꼭 챙겨 다녔다.
엄마는 밥을 먹다가도 소변이 흐르고 대변 역시 그냥 흘러나왔다. 오전에는 요양보호사가 씻기고 치워주지만 남은 시간에는 다 내 몫이었다. 내 몸 컨디션이 아주 안 좋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화를 냈다.
“엄마, 자꾸 정신 줄 놓으면 요양원에 가거나 요양병원에 갈 수밖에 없어요.”
엄마는 그때마다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내가 어쨌다고 그런 곳을 가. 난 내 집 안 떠나. 싫으면 네가 네 집으로 가.”
대소변을 계속 보다 보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도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환자가 있는 집은 냄새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즈음 내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토요일마다 오는 요양보호사가 있었다. 처음 왔을 때 이름을 물어본 엄마는 항상 그분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분도 60이 넘었지만 요양보호사 생활을 오래했고, 친정엄마를 모시다가 요양원으로 보낸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엄마 비위도 잘 맞춰주고 싹싹하고 명랑해서 엄마가 무척 좋아했다.
“전순옥이는 언제 와?”
그분이 오고부터 엄마 집에서 냄새가 사라졌다. 식초와 물을 반반씩 섞어 화장실이며 온 집 안에 분무했다고 했다. 매일 그렇게 하니 집 안에서 냄새가 사라졌다. 경험은 중요한 처방이다. 정말 꿀팁이었다.
이후 업소용 식초 한 말을 동생이 사들고 왔다. 집 안에서 냄새가 사라지고 쾌적해졌다. 냄새 제거제를 뿌리고 청소용 락스로 닦아도 가시지 않던 냄새가 사라진 게 너무 신기했다. 환자가 있는 집에는 알게 모르게 냄새가 나게 마련이다. 우울한 냄새마저 사라지자 집 안이 맑아진 느낌이었다. 이 새로운 사실은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정보다.
※ 위 이야기는 유현숙의 <엄마의 방>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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