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차출론 성일종에 "공권력 갑질"
진짜 BTS 팬 "정치에 관심 없다" 반응
KBS·조선일보 등 진위 확인 없이 받아쓰기

8일 전국 TV에 송출된 KBS '뉴스 9' 화면 /유튜브 채널 'KBS News' 캡쳐
8일 전국 TV에 송출된 KBS '뉴스 9' 화면 /유튜브 채널 'KBS News' 캡쳐

KBS를 포함해 조선일보·중앙일보에 8일 보도된 방탄소년단(BTS) 팬 성명문이 팬들의 공식 입장이 아닌 한 개인이 올린 가짜 성명문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이 성명문은 삭제된 상태지만 지상파를 비롯한 언론 지면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었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BS는 전날 밤 '뉴스 9'에서 BTS 팬들이 성명문을 통해 잼버리 차출론을 제기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 "민주주의 퇴행이자 공권력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성명문은 BTS 팬 의견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한 누리꾼이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한 글이란 지적이 나왔다. KBS 등 언론은 진위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온라인 커뮤니티 발 '받아쓰기'를 했다는 것이다.

8일 오후 3시 10분 디시인사이드 '방탄소년단 갤러리'에는 '방탄소년단 갤러리'란 아이디를 쓴 누리꾼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팬들이 성명문을 발표해야 한다는 갤러리 여론의 공감대에 따라 성명문 발표한다"는 거짓 주장을 포함하면서다.

작성자는 성명문 끝에 "방탄소년단 갤러리 일동"이라고 사칭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성명문 게시 외에 갤러리에서 활동 기록이 전무하다.

이에 BTS 갤러리 이용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글에는 "정치 바이럴이 개념글 추천 찍는 겁니다. 방탄은 정치 관심 없어요", "방갤 의견이 아니고 하이브 직원 의견입니다", "성명문 빌런이네", "방탄갤은 정치에 관심 없습니다. 정치충들 상대진영 공격할 때만 방탄 위하는 척 이용해먹는 거 역겨우니까 꺼지시긔" 등 댓글이 달렸다.

(왼쪽) BTS 갤러리에서 썼다는 '가짜 성명문'이 8일 온라인에 유포됐다. (오른쪽) BTS 갤러리 측은 정치적 입장이 담긴 성명문을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디시인사이드
(왼쪽) BTS 갤러리에서 썼다는 '가짜 성명문'이 8일 온라인에 유포됐다. (오른쪽) BTS 갤러리 측은 즉시 정치적 입장이 담긴 성명문을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디시인사이드

또한 이용자들은 갤러리에 "방탄갤 성명문이라고 저 기획 누구 머리에서 나왔노", "쓰레기갤에 올라온 성명문을 기사로 내는 쓰레기 언론",  "방갤에서 의견을 모은 적도 없는 성명문이 돌아다니고 있긔" 등 반박 게시글을 올렸다. 

당초 새만금 잼버리 파행 대책으로 BTS 차출설이 퍼지자, BTS 팬들 사이에서 차출 반대 의견이 나왔던 것은 맞다. 하지만 BTS 갤러리 성명문 작성자는 이에 더해 "정부의 강압적인 요구"라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반민주주의", "공권력의 갑질" 등 거친 표현으로 여당 의원에 맹비난을 가했다. 또한 현역 군인인 BTS 멤버 정호석(제이홉) 일병의 계급을 '이병'이라고 표기하는 오류도 범했다.

조작된 성명문이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함에 따라 대다수 언론은 성명문이 BTS 팬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KBS·조선일보·중앙일보 외에도 YTN·연합뉴스TV는 방송 뉴스로, 한국일보·국민일보 등은 온라인판으로 성명문을 그대로 기사화했다. 다만 지상파인 MBC와 SBS는 해당 성명문이 아닌 사실 확인된 팬 내부 의견을 전했다.

BTS 팬들이 모인 플랫폼인 '위버스'에는 잼버리 차출설에 대해 "참석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아울러 팬들 중에서도 성명문 조작을 인지한 이는 "방탄갤에는 악성 개인팬 안티들밖에 없어요. 아미(팬 클럽명)들이 반대하는 건 맞는데 지들이 뭔데 성명문을 냄"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나왔다는 성명문은 결국 조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디시인사이드 연예인 관련 갤러리는 가입 절차를 따로 두는 공식 팬카페와 달리, 누구나 익명으로 자유롭게 글과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2월에는 가수 아이유 갤러리에서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의 아이유 성적 대상화 논란에 반발하는 성명문이 나왔으나 이는 거짓이었다. 진짜 갤러리 이용자들은 팬덤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는 것에 반대했다.

(왼쪽) 조선일보와 (오른쪽) 중앙일보가 9일 자 지면 기사에서 BTS 팬들이 "공권력 갑질"이라는 거친 표현을 썼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중앙일보 지면 PDF 캡처
(왼쪽) 조선일보와 (오른쪽) 중앙일보가 9일 자 지면 기사에서 BTS 팬들이 "공권력 갑질"이라는 거친 표현을 썼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중앙일보 지면 PDF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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