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 안 됐다" 박보균 장관 발언 화근
여론무마용 노력봉사 강요 비판 받아

폭염에 대한 준비 미비로 실패로 치달은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에 방탄소년단(BTS) 출연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K-팝 팬들은 정부가 잼버리 파행에 대한 반전을 모색하기 위해 라인업에도 없던 방탄소년단을 불러들이려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발단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박 장관은 전일 브리핑에서 당초 6일로 예정된 K-팝 콘서트를 퇴영식 날인 11일 저녁 전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히면서 BTS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이 '가능성이 열려 있다'로 받아들여지면서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K-팝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걸핏하면 K-팝 위상을 들먹이면서 K-팝의 주역인 아티스트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라는 배달음식점처럼 여기고 있다"고 했다.
잼버리 K-팝 콘서트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6일 오후 8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콘서트 개최 당일에야 안전 문제를 이유로 일정과 시간을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했다. 그러다 프로축구단 전북현대 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7일 오후 갑자기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또다시 변경했다.
이런 와중에 6일 오후 방탄소년단 출연설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다. 이미 라인업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의 신규 출연 가능성을 박 장관이 언급하고 새삼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에 앞서 불거진 블랙핑크 백악관 만찬 공연 취소 해프닝을 연상시켰다.

톱스타는 통상 3~4개월 전에 일정이 확정돼 스케줄 대로만 움직인다. 이에 연기된 잼버리 공연 일정에 맞춰 아티스트들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안대로라면 아이브와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스테이씨, 피원하모니, 앤팀, 베리베리, 이채연, 네이처, 에이티비오, 싸이커스, 아이키 등이 출연해야 하지만 이 가운데 다수의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이미 2명의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이 불과 4일 만에 스타디움급 콘서트를 준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개별활동 중인 멤버들은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지민과 정국의 빌보드 1위 등으로 인해 글로벌 활동 비중이 확대된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가 방탄소년단을 불러들여 '노력 봉사'를 시킨다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네티즌은 "주무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정작 문화산업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가 이번 새만금 파행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고 썼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2년 부산 엑스포 성공 개최를 위한 콘서트를 무료로 진행한 바 있다. 멤버들이 병역 의무를 이행하기 전 마지막 완전체 무대였다. 그나마 부산 콘서트는 방탄소년단이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대사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명분 자체는 있었다. 반면 이번 새만금 잼버리 K-팝 콘서트는 정부 차원의 실책에 대한 여론 무마용으로 방탄소년단을 동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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