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시설, 주거와 지역사회 생활 지원하는 곳"

최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한 부모의 사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최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한 부모의 사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 거주시설을 대표해 인터뷰를 보는 독자분들에게 한 장애인 가족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지능은 어린아이지만 몸은 다 커서 성인이 된 아들을 둔 최중증 장애인 부모의 사연이다."

엄마는 늙고 병들어 105kg에 달하는 아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어쩌라는 겁니까. 아들과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릴 땐 힘이라도 약했으니 제어가 가능했습니다. 최중증 자폐는 '우영우'처럼 마냥 착하지 않습니다. 성인이 된 자폐아들은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집안 곳곳을 망가뜨리는 게 일상입니다. 환갑이 갓 지난 저는 도무지 컨트롤할 수가 없습니다. 한 시간이라도 내 아들이랑 살아보세요. 제발 살아보고 말해주세요. 그런데 장애인 거주시설을 10년 안에 폐지하라니요. 모든 장애인이 의무적으로 나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요. 비장애인은 원룸이든 주택이든 아파트든 주거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왜 장애인은 선택권마저 박탈하나요. 특히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가지고 나오신 건가요. 묻고 싶습니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엔 전라남도라고 한다. 최중증 장애인 아들을 둔 부모가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를 기다리다 끝내 버티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최중증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사연을 보냈다. "세상을 등진 지역사회 거주 최중증 장애인 가족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도 잘못된 선택을 할까 불안하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설은 감옥'이라는 일부 단체 및 정치권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 국민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 여론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혹은 '복지 선진국 유럽의 사례'를 내세워 보기 좋게 탈시설을 포장한다. 결국 장애인 거주시설 소규모화 정책은 '탈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해 정치권 싸움 '아이템'으로 번졌다.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 법인 단체를 대표하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의(한장협) 정석왕 회장을 만나 '탈시설' 논란을 깊게 들여다봤다. 한장협은 전장연과 반대 입장인 단체로 알려졌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전장연과 일부 정치권에선 탈시설을 적극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시설 즉 장애인 거주시설이란.

"장애인복지법에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거주 공간을 활용하여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거주·요양·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시설’이라 정의한다.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1호)

그 시초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고아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에서 출발해 민간 사회사업이나 외국의 원조·종교단체 등에 의지해 '복지시설'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장애인 시설은 1961년 당시 '생활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재활시설'이 제시됐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재활보다는 수용 보호시설의 기능이 강했다. 1980년대 이후부터 정부는 거주시설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자립생활, 탈시설, 소규모화와 같은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3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상담·치료·요양·훈련 등 재활 중심의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주거 기능 및 지역 사회생활 지원 중심의 ‘장애인 거주시설’로서 그 기능과 역할이 법적으로도 변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장애인 거주시설도 함께 변화 발전해 왔다. 장애인복지서비스 패러다임 변화와 장애인 거주시설에 요구되는 기능과 역할에 맞춰 장애 당사자 중심의 서비스 지원과 시설 운영 방향을 선제적으로 이끌고 변화를 주도해 왔다.

지금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 시설과 일상생활 및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각종 서비스가 결합되어 있는 복지시설이다. 그런데 전장연 등에서는 일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장애인 거주시설을 여전히 1960~70년대 수준의 수용 보호시설로 보고 장애인을 격리·통제·억압하는 곳으로 표현하며 시설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 거주시설은 법적으로나 실재적으로나 수용시설이 아니다. 지금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장애인 개개인이 각자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그 사람의 집’이다. 어떤 장애를 가졌든 어떤 처지에 있는 장애인이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주거와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는 곳이 바로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거주공간이 장애인 거주시설일 뿐 살아가는 방식은 이미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 이웃, 친구, 학생, 직장인, 동호회 회원, 성도, 가족 구성원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지역사회 생활, 즉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 많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는 지금도 이렇게 살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이웃, 시설 직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이 지난 3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이 지난 3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탈시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탈시설은 여러 논쟁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장애인 거주시설은 앞서 설명한 대로 이미 지역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고 거주시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탈시설=지역사회 거주’로 이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탈시설을 지역사회 거주로 본다면 지금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지역사회가 아니고 거주시설 장애인은 지역사회 구성원이 아니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탈시설에 대해 큰 틀에서는 2가지로 나눠서 말한다. 한 가지는 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을 시설에서 나오게 하는 ‘탈시설+화’를 말한다. 장애인을 시설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이고 시설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써 전장연에서 말하는 장애인 탈시설 개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장애인을 거주시설에서 탈시설시켜 정부가 마련해준 지원주택 등의 새로운 주거 공간 및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주거+서비스)하게 되는데 이 또한 시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즉 전장연의 방식대로라면 장애인을 지금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오게 해 또 다른 형태의 시설로 가게 하는 것인데 이를 탈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른 한 가지는 ‘시설화’한 지원방식이나 환경을 바꾸는 ‘탈+시설화’이다. 시설화란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식이 수용시설처럼 되는 현상으로서 개개인의 욕구나 특성, 취향과 관계없이 일방적 획일적인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폐쇄성, 권력 불평등성, 비선택성 등이 수반된다. 시설화는 지원방식에 따라 거주시설뿐만 아니라 복지관, 지원주택, 일반가정 등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시설화를 시설 존재 자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즉 ‘탈+시설화’는 어디서 사느냐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지원을 하느냐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살더라도 장애인이 지역사회 한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관계 속에 보통의 삶을 살 수도 있다. 반대로 전장연이 말하는 탈시설로 거주시설에서 나가 지원주택에 살더라도 개개인의 욕구 및 특성에 상관없이 활동지원사나 주거 코디네이터에 의해 설계된 일방적·획일화된 생활, 또 다른 형태의 시설화된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장애인이 시설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시설화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시설 밖에서 산다는 자체만으로 시설화된 지원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

장애인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탈시설+화’가 아니라 ‘탈+시설화’다. 장애인이 시설에 살든 지원주택에 살든 일반가정에 살든… 어디에서 살든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과 탈시설, 장단점이 뚜렷할 것 같다.

"장애인 거주시설 vs 탈시설 이분법적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시설이든 탈시설이든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지원하는가에 따라 각자의 삶의 질이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시설이냐 탈시설이냐만 두고 장단점을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우선 장애인 거주시설의 첫 번째 장점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사회복지사,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조리사 등)로 구성된 인력에 의한 일상생활 및 지역사회 생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은 1일 24시간, 1년 365일 생활 전반을 아우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장애인 개개인의 일과와 특성, 욕구, 선호도 등을 파악하여 장애 당사자를 중심으로 그에 맞는 개별화된 계획을 수립하여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 거주시설에 살아도 시설화되지 않고 장애인 개개인이 자기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둘째 시설 운영 전반 및 장애인에 대한 서비스 질 등을 모니터링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매년 지자체를 통한 지도점검 및 안전 점검, 정기적·상시적으로 운영되는 인권지킴이단 및 각종 인권 실태조사, 3년마다 진행되는 시설평가, 각종 외부감사 등 장애인에 대한 인권 및 권리보장, 서비스 지원의 적절성, 시설 운영의 투명성을 점검·감시하는 기능이 내·외부에서 상시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언론매체를 통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운영비리나 인권침해 사례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이러한 점검 시스템과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셋째 장애인 가족이 안심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기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중증장애인 한 명이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게 되면 가족 중 누군가는 자기 삶 전체를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온 가족이 중증장애인 한 명에게 맞춰 살게 된다. 이런 생활을 장애 당사자나 그 가족에게 좋다 나쁘다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삶은 아니라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인 우성원을 방문, 거주 장애인들과 대화 도중 난방비에 대한 질문을 하며 방바닥에 손을 대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소재 장애인 거주시설인 우성원을 방문, 거주 장애인들과 대화 도중 난방비에 대한 질문을 하며 방바닥에 손을 대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거주시설의 단점으로는 첫째 건물 및 주거환경이 단체생활 중심 구조라는 점이다. 과거 정부 지원이 없던 시절 많은 인원의 장애인을 소수의 인력과 적은 예산으로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단체생활과 관리에 용이한 시설 건축이 주를 이루었다. 또 정부 지원이 시작된 이후에도 대규모 시설에 유리한 지원 구조라는 점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개개인의 사생활 보장이나 취향에 맞는 주거환경을 갖추기에 제약이 따르는 부분이 있다. 잦은 다툼이나 분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기능보강 등으로 다인실을 1~2인실 주거 공간으로 개선하고 시설 외부 체험 홈 운영 등을 통해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둘째 시설운영자의 가치철학, 운영 방향에 따라 시설별로 지원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시설운영자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서비스 내용, 직원들의 역량, 시설 장애인 삶의 질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수용시설처럼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도 있고 지역사회 일반가정과 같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

셋째 정부 지원 체계가 아직은 대규모 시설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소규모시설일수록 인력, 예산 지원 등이 열악하다. 때문에 소규모시설은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도 어렵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계가 있다.

탈시설(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의 장점으로는 첫째 주거환경이 일반가정과 유사하며, 주거 공간에 대한 점유권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주거공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와 개인 취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둘째 주거 공간이 지리적 물리적으로 지역사회와 가깝게 위치해 있다. 지역사회 누구나 이용하는 공간 서비스 문화 제도 등을 장애인 거주시설보다는 쉽게(대중교통 등 물리적 요소를 말함) 이용할 수 있다.

셋째 개인 일과와 외부 활동 등을 보다 자유롭게 계획하여 활동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활동 지원 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역량 있는 좋은 활동지원사를 두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왼쪽)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정석왕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왼쪽)과 박경석 전장연 대표.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탈시설(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의 단점으로는, 첫째 활동 지원 보장 시간과 활동지원사의 역량에 따라 장애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활동 지원 시간을 적게 받게 되면 장애인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나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고립된 생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활동 지원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거나 활동지원사의 역량이 부족할 경우 장애인의 삶의 질도 낮아지게 된다.

둘째 탈시설 후 장애인의 삶이 어떠한지 지역주민이나 가족, 활동지원사 등에 의한 인권침해가 일어나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의 금전이나 재산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악용되는지, 건강이 악화되는지, 활동지원사 등 타인에 의해 인권침해가 일어나는지 정기적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감시하는 기능이 없다. 서울시에서 이번에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장애인의 가족들이 안심하고 지내기는 어렵게 된다. 장애인이 원가정으로 탈 시설하게 될 경우 더욱 그러하고, 지원주택 등에서 혼자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늘 들여다보고 챙겨야 하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전장연에서 주장하는 탈시설의 이러한 단점들이 바로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등 가족들이 탈시설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이분들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이용하기 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일상이 어떠한지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이 꼭 필요한 장애인이 있을 것 같다.

"근본적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 필요 여부는 장애인 당사자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 대상은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기준에서는 장애인 거주시설 우선 이용 대상으로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부양자가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라 명시하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기능제한 점수 기준을 필요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이 ‘필수적이다’ 혹은 ‘당연하다’고 단정해도 되는 장애인은 없으며 그 기준 또한 명확히 제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장애인이 자신의 상황(욕구, 필요, 특성 등)을 고려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법 개념이나 지침 기준에 맞아도 당사자가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지침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애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당사자가 원한다면 장애인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설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대부분은 일상생활 전반에 강도 높은 돌봄이 필요한 중증‧발달‧고령 장애인이다. 중증 및 고령장애인의 경우 상시적인 의료 지원(석션 및 관급식, 욕창 및 호흡, 투약 및 장케어 등 관리 필요)과 요양 지원(노인성 질환 치료 등)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심한 도전행동(자해・타해 등의 행동)으로 본인이나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해할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가정지원서비스가 지원되더라도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결국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은 중증 또는 발달장애인 등 정신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비율이 높은 반면 지체장애인 등 신체적 장애를 가진 장애인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는 연도별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체적 장애인 이용시설(지체・시각・청각)은 2009년 말 기준 63개소 5509명에서 2022년 말 기준 48개소 1621명으로 감소한 반면 정신적 장애인 이용시설(지적・중증)은 2009년 말 기준 325개소 1만9267명에서 2022년 말 기준 559개소 2만1309명으로 증가했다."

연도별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연도별 장애인 거주시설 현황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국가 입장에서 탈시설을 추진한다면 이에 따른 예산과 시설 거주 시 예산을 비교해 줄 수 있는지.

"장애인 거주시설은 국고보조금 및 지방보조금으로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보장시설 수급자 생계급여와 장애인 개개인에게는 장애 수당 등의 예산이 지원된다. 지역사회(재가)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연금 및 수당,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 급여, 활동 지원 서비스 등이 지원된다.

각각의 상황과 개별 장애인의 장애정도, 재산 및 경제활동 정도, 수급자 여부 등에 따라 지원되는 예산이 다르기 때문에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과 지역사회 거주에 대해 명확한 예산 차이나 기준을 구분해 비교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따른다.

다만 시설별, 개인별 상황에 따라 변수가 큰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 급여, 장애인 연금 및 수당, 기능보강사업비 등을 제외한 협의적 수준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 거주시설을 이용할 경우와 지역사회 거주할 경우 1인당 지원되는 예산의 대략적인 차이를 추론해 볼 수는 있다.

2023년 정부예산 중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지방비 포함)과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을 기준, 장애인 1인 년간 지원액을 비교해 보겠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장애인은 1인당 4260만9043원, 장애인 활동 지원 이용장애인은 1인당 1억3639만3200원으로 9378만4157원의 지원액 차이가 발생한다. 이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1일 24시간, 1년 365일 장애인이 이용하는 곳으로 장애인 활동 지원 1인 지원금 계산 시 시간당 단가를 24시간 365일로 적용 계산한 결과다.

장애인 활동 지원은 장애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인건비 성격임을 감안해 장애인 거주시설 운영지원예산 중 종사자 인건비만을 비교했을 경우 그 격차(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장애인 1인 3991만3853원, 지원액 차이 9647만9347원)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과 장애인 활동 지원예산 비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장애인 거주시설 예산과 장애인 활동 지원예산 비교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참고로 이 금액은 장애인 거주시설과 장애인 활동 지원 예산을 단순 비교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값으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장애인이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지를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의 권리이며 이를 위해 시설을 포함하여 지역사회에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거주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때 장애인의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원의 형평성이 반드시 구현되어야 함에도 현재는 그렇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끝으로 전장연이 말하고 있는 탈시설의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전장연이 말하는 탈시설은 반시설이다. 우리 사회에 시설을 두지 말자는 뜻이다. 더 이상 시설을 시설이 필요한 사람들의 선택지로 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시설의 폐쇄성, 권력 불평등과 같은 생활방식과 모든 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시설을 없애라고 한다.

첫 번째 전장연은 말하는 논리의 모순에 빠졌다. 시설의 문제는 불편한 시설문화(시설화)라고 말하고 대안은 시설 폐쇄다. 시설문화가 문제라면 시설문화를 개선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전장연은 개선 노력으로 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입증 불가능한 억지 주장이다. 전장연은 시설의 위치가 문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시설 위치를 바꾸면 될 일이다. 밀집 주거‧ 집단 주거가 문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분산‧독립 주거가 가능토록 법과 제도를 고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논리가 맞다. 그럼에도 시설은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설 운영방식이 문제라면 지원 방식을 고치라고 말해야 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든 전장연이 주장하는 해결책은 시설 폐쇄로 귀결될 뿐이다.

두 번째 전장연은 시설을 없애야 한다고 하고 시설 장애인은 시설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시설에서 나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전장연은 이러한 질문에 답변으로 원가정 복귀와 자립 지원주택을 언급한다. 그곳에서 장애인은 활동지원사에게 일상의 도움을 받으며 살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자립 지원주택도 늘리고 활동 지원 시간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시설에서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고 사는 것이나 자립 지원주택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고 사는 것이나, 장애인당사자 입장에서 바뀐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4월 21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열차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및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지난해 4월 21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열차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및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오체투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립 지원주택에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거주시설에서의 삶보다 더 좋다고 입증할 만한 근거 자료도 없다. 장애인에게 탈시설은 '시설에서 시설이 아니라는 시설'로 이사하게 될 뿐이다. 눈 여겨봐야 할 게 있다. 전장연 사람들이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 일하고 있다. 어마한 수익 사업이다. 이제는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을 위한 자립 지원주택 사업수행도 자신들이 잘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들을 사업 수행기관으로 인정(제도화)해 달라는 주장이다. 전장연은 탈시설을 주장하기 전 탈시설로 인해 자신들이 얻게 되는 ‘반사 이익’부터 내려놓는 것이 순리라 생각한다.

세 번째, 전장연이 주장하는 탈시설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이 있다. 상당 부분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시설 입주를 기다리는 894명의 최중증 장애인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지원이 필요한 사람(집단)이 아니다. 이러한 집단이 국내 장애 인구의 열 명 중 한 명이라고 가정한다면 30만명이 여기에 속한다. 이 중에 장애인 거주시설 장애인 3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27만명을 위한 주거 지원‧일상 지원 정책이 더 시급하다. 자녀를 장애인 거주시설에 보낸 가족이 동반사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나. 반대로 자녀를 시설에 보내지 못한 장애인 가족이 동반사했다는 가슴 아픈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시설은 감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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