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가해자들 정신질환, 자의 치료 중단
대부분 20대···1020 환자 수 5년 만 22→31%
정신 응급조치 저해 이유 “입원 병상 부족”
文 정부 입원 억제 정책으로 양호 시설 폐쇄

성남 흉기 난동,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이 정신질환자 보호를 위한 사회·의료 인프라 감소에 기인한 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통으로 가해자들이 자의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을 끊은 정신질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부터 진행된 입원 억제 정책에 따라 정신질환자 급증에도 입원 병상은 감소세에 있다. 이는 정신의학적 응급 대응(정신 응급) 조치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6일 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잇따른 정신질환자의 중대범죄에 대해 "비극의 예방과 사후관리 대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회는 “서현역 사고와 정신질환 간 연관성이 파악될 때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는 3년간 치료를 중단해 왔으며 자신을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집단을 알리려 범행했다는 둥 피해망상이 원인으로 발표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행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 시스템은 더 이상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다"며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할 게 아니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폐지를 적극 논의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정신건강 학계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일찍이 국내 정신 응급환자가 급증하는 반면 국내 대응체계가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지원단)이 지난 6월 29일 공개한 ‘정신건강 동향’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정신 응급환자가 6만4825명에서 8만4507명으로 30.4% 증가했다.
특히 지원단은 10·20대 젊은 정신 응급환자 수 급증에 주목했다. 10·20대 환자의 수는 2014년 1만4452명에서 2019년 2만6274명으로 81.8%나 늘었다. 전체 정신 응급환자 증가율(30.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또한 10·20대 환자가 전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2.3%에서 31.1%로 8.8%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신질환자의 급증에도 이들을 보호하고 치료할 의료 인프라가 약 6년 전부터 축소돼 이제는 병상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 응급 대응 인프라의 축소는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이전부터 지적돼 왔다.
2017년부터 입원 억제 정책 시행
입원 병동 축소···“정부가 나서야”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중증 응급 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손지훈 교수는 국내 급성기 정신과 병상이 줄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손 교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새 상급종합병원 내 정신과 보호 병동은 18% 감소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입원 억제 정책이 시행되면서 감소세는 더 가팔라졌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시설과 인력을 보유한 병원들부터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
실제 2014년 광주세브란스병원, 2018년 청량리정신병원, 2022년 성안드레아병원이 정신과 보호 병동을 폐쇄했다. 또 경기도립정신병원, 용인정신병원도 보호 병동을 축소했다. 2020년 2/4분기 기준 상급종합병원 정신과 보호병상 수는 840개에 그친다.
손 교수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정신이상 관련 신고 건수는 연간 2만 6000건에 달한다. 이 중 정신 응급 사례로 판단돼 출동한 건수는 1268건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는 37.7%에 불과했다. 나머지 60% 이상의 경우는 외래 치료 안내, 혹은 보호자 인계에 그치거나 별다른 조치 없이 마무리됐다.
손 교수는 “환자 보호자분께 물어보면 입원 병상이 부족하다는 것, 특히 입원 병상 중에서도 종합병원 내에 있는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중대범죄에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계속할 수 있도록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치는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호응해 정신질환과 관련한 전반적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지난 4일 출범시켰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이 참여하며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치료 지원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의 실효성을 높일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법무부는 흉악 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큰 중증 정신질환자에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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