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28)
춤추는 데 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
어릴 때부터 가르쳤으면 면했을 텐데···

한국인은 영어 울렁증이 있다고 한다. 국제 행사에 가면 한 마디도 않고(Silent), 어색하게 미소만 짓고(Smile), 못 알아들으니 졸고 앉았다(Sleep)해서 ‘3S’라는 것이다. 한국인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소리를 들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영어를 단어와 문법 위주로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외국인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초급 수준의 단어의 나열이나 조합이다. 미국 영화를 보면 그렇다. 우리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듣기(Hearing)와 말하기(Speaking) 위주로 영어를 배웠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댄스도 그렇다.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파티 자리에 가면 여지없이 ‘3S’ 신세이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 소리를 듣는다. 그러다 보니 댄스 울렁증이 있다. 댄스를 몸이 아닌 머리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춤추는 자리에 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인 사람이 많다. /사진=강신영
춤추는 자리에 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인 사람이 많다. /사진=강신영

댄스 마니아들이 꼽는 소원 4가지가 있다. 댄스스포츠의 본고장 영국, 댄스의 나라 쿠바,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크루즈 투어에서의 댄스까지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댄스에 대해 섭렵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댄스스포츠의 본고장이 영국이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은 이미 100년 전에 나라마다, 지방마다 춤이 달라서 같이 어울려 춤추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댄스스포츠 10종목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먼저 볼룸댄스 분야인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롯, 비에니즈 왈츠, 슬로 리듬댄스까지 들어간다. 그 후 라틴댄스인 자이브, 룸바, 차차차, 삼바, 파소도블레를 체계화하여 세계적으로 통일시켰다. 정통 댄스스포츠를 익히면 세계 어디서나 통하게 만든 것이다.

국제적인 댄스스포츠 기구로 IDTA, ISTD 등 본부가 영국에 있다. 그래서 영국에는 100년 넘은 댄스 스튜디오, 강사진들이 있어서 일종의 댄스 문화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최대이면서 유서 깊은 블랙풀댄스 대회는 그해의 챔피언을 가리는 유명한 대회다. 영국이 원조가 아닌 춤을 영국에서 체계화한 것도 큰 공적이다.

탱고는 원래 아르헨티나 춤인데 그대로는 상류층 사람들이 즐기기에 다소 격조가 떨어진다 하여 다른 볼룸댄스를 기반으로 하여 만든 것이 댄스스포츠의 인터내셔널 탱고다. 퀵스텝과 폭스트롯도 사실은 미국 사람이 만든 춤인데 당시 영국이 댄스의 대세였으므로 영국에서 자리 잡았다.

라틴댄스는 더욱 영국과 거리가 먼 나라의 춤이다. 자이브는 미국 춤이며, 룸바, 차차차는 쿠바 춤이다. 삼바는 브라질 춤이고, 파소도블레는 스페인 춤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고 체계화하지 않으면 여전히 나라마다, 지방마다 춤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댄스의 지르박을 댄스스포츠처럼 체계화하지 못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댄스의 나라 쿠바는 룸바, 차차차는 물론 맘보, 살사 등 다른 라틴 댄스도 원조다. 공산 독재 국가 체제에서도 국민들이 인생을 즐기고 사는 까닭이 춤 덕분이라고 들었다. 작은 나라인데 대단한 춤 문화를 지닌 나라다. 독재 정권 때 미국과 사이가 나빠 우리도 쿠바에 가기 어려웠던 여건 때문에 가본 사람이 많지는 않다.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은 세계적인 댄스 행사다. 가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댄스가 얼마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고 댄스를 즐기며 사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크루즈 여행은 춤추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사진=강신영
크루즈 여행은 춤추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사진=강신영

크루즈 여행은 춤추는 사람에게는 신나는 나날이다. 하루 종일 댄스 레슨이 있고 저녁에는 춤을 출 수 있는 여건이 항상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춤을 출 줄 모르면 여기서는 3S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춤을 못 추니 가만히 입도 뻥긋 못하고(Silent), 어색하게 미소만 짓고(Smile), 재미없으니 졸고 앉아 있게 되고(Sleep) 해서 ‘3S’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세계인의 상식인 댄스를 가르쳤으면 크루즈 여행에서 그런 신세는 면했을 것이다. 어릴 때지만, 이미 해 봤다면 잘 추지는 못해도 거부감은 없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