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36)
춤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왈츠부터 배우라 권유
배우기는 어렵지만 일단 익히고 나면 자신감 붙어
지역 문인협회에서 알게 된 노인이 전화해 왔다. 요즘 동네 주민센터에서 춤을 배우고 있는데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는 것이다. 춤은 꼭 추고 싶은데 못 따라가니 도중하차할 판이라 마지막으로 내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했다. 따로 내게 개인레슨이라도 받아 주민센터에서 단체 반 강습이라도 따라가겠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대충 배운 것이 좀 미흡하다면 내게 고급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내게 배워 주민센터의 남들과 맞추자는 생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친한 관계이니 신세 좀 지자고 한 말이지만, 1회에 10만원 강습료를 내고 배워 한 달에 2만원짜리 단체 강습에 맞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무슨 춤을 배우느냐고 물었다. 지르박을 배우는 중인데 전 시간에 배운 것도 다음에 가면 제대로 생각이 안 나고 그 시간에 배운 것도 따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단은 나온 셈이다. 지르박의 빠른 박자를 소화할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지르박은 남자가 상당히 잘 춰야 여자를 리드할 수 있는 춤이다. 여자 스텝은 어렵지 않으나 남자 스텝은 복잡하고 고난도까지 할 줄 알아야 여성들의 파트너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언제 어떤 여자에게 무시당하거나 면박당할지 모른다. 더 배우고 오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노인이 그 나이에 제대로 지르박을 출 정도가 되려면 10년은 걸리는데 그 나이까지 견딜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나이가 되어 잘 추게 된다면 무엇을 기대하느냐고 물었다. 미안하지만 노인은 아무리 춤을 잘 춰도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 춤판이다.
그렇다면 느린 음악의 춤을 먼저 배우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다고 룸바는 느리지만 그래서 더 어렵다. 그래서 적당히 느린 템포인 왈츠를 먼저 배우라고 권했다. 왈츠는 느린 음악이니 지르박처럼 발이 못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3개월만 배우면 음악 한 곡으로 플로어 한 바퀴는 멋지게 돌 수 있다고 했다.
알아봤더니 주민센터에서는 왈츠는 안 가르치니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아는 댄스 전문학원을 소개했다. 전화해 보니 주 1회 하고 한 달에 10만원을 달라는데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 정도도 안 내고 배울 생각이면 춤은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했다. 5만원만 내면 즐길 수 있는 여러 스포츠 종목이 많으니 돈 액수에 맞출 것인지, 자기 적성이나 취미에 맞출 것인지 결정하라고 했다.
내친김에 내 말대로 전문학원으로 옮겨 왈츠를 배우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배워 보니 왈츠도 어렵다고 했다. 3/4박자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 노래는 대부분 4/4박자이다. 3/4박자 음악을 듣고 박자를 제대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스텝도 3박자마다 발을 모아야 하니 그다음 스텝은 어느 발이 나가야 할지 체중 옮기기를 제대로 할 줄 모르면 파트너의 발을 밟기 쉽다. 처음이라 어렵다고 느껴지지만 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했다.

연습은 하느냐고 물었다. 집에 오면 누가 볼까 봐 티를 안 낸다고 했다. 연습을 전혀 안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달에 10만원이나 내고 배우는데 제대로 못 추면 돈이 아깝지 않으냐고 반문하니 그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학원에 남보다 30분 먼저 가서 연습하고 30분 더 연습하고 오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열성에 강사도 한마디씩 가르쳐 줄 것이라고 했다.
영화 <쉘위댄스> 미국판에 보면 남자 주인공이 전철을 기다리면서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댄스 스텝 연습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 전철 플랫폼에서도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본다. 보통 사람들은 모르지만, 춤을 배운 사람들은 금방 안다. 골프 배우는 사람들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셰도 스윙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배우기로 했으면 몰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춤도 익숙해지면 누구나 잘할 수 있다. 일단 남들보다 자신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연습 부족 탓이다. 사람에 따라 이해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강사가 가르친 것을 금방 이해하고 따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 늦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기만성도 있는 것이다. 그 과정을 잘 넘어가야 재미도 느끼고 고수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
관련기사
- [강신영 더봄] 나는 몸치, 박치(?)인데 춤을 잘 출 수 있을까
- [강신영 더봄] 볼룸댄스? 볼륨댄스?
- [강신영 더봄] 댄스스포츠엔 에로틱한 동작이 많다?
- [강신영 더봄] 크루즈 여행 대비 어떤 춤을 배워둬야 할까?
- [강신영 더봄] 크루즈 여행에서의 정장 패션이란?
- [강신영 더봄] K-춤꾼, 크루즈 여행서 댄스 판을 평정하다
- [강신영 더봄] 당신도 혹시 댄스 울렁증?
- [강신영 더봄] 춤, 어떤 느낌일까?
- [강신영 더봄] 발레와 댄스스포츠가 무슨 관계?
- [강신영 더봄] 우리나라 진정한 댄스 1세대는?···그리고 그 후
- [강신영 더봄] 파트너와 어떻게 춤이 딱딱 잘 맞을까?
- [강신영 더봄] 왈츠만큼은 꼭 배워 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