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위댄스] (27)
실제론 가르치려 들어서 많은 상처 입어
몸과 음악의 환상적인 조화 때문에 춤춰

댄스스포츠를 30년간 즐기면서 무엇이 가장 좋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한 사람은 여러 여자 파트너와의 관계를 기대한 모양이었다. 그중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귄 로맨스도 있었을 것이고 애인처럼 가까운 여인과 짜릿한 경험도 있었을 거라는 답을 바라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이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그런 쪽이 부러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내가 기량이 무르익어 선수 활동을 하면서 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보일 때 얘기다. 그러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에게 상처받았는지 모르고 하는 질문이다. 초보자 때는 같이 입문한 아내를 비롯해서 걸핏하면 내가 틀렸다는 지적을 했다. 둘이 다투는 경우도 많았다. 결국 강사에게 잘잘못을 가려 달라고 하면 둘 다 잘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강사는 남자 잘못으로 더 치중해서 말하게 되어 있다. 남자는 그 지적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만, 여성들은 지적에 대해 반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춤하면 여성 편력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영화 '더티댄싱 하바나 나이트'에서 /영화 화면 캡처
춤하면 여성 편력이 떠오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영화 '더티댄싱 하바나 나이트'에서 /영화 화면 캡처

초급자 때의 지적은 주로 스텝에 관한 것인 경우가 많다. 스텝은 처음 배우는 것이므로 당연히 틀릴 수도 있다. 스텝은 연습하면 어렵지 않게 고쳐진다. 루틴도 남자가 리드해야 하는데 루틴을 잊어버려 여성을 제대로 리드하지 못하면 곧바로 면박을 준다. 루틴도 연습을 반복하면 익숙해진다.

중급 정도 되면 개인 레슨을 어느 정도 받고 온 사람들이다. 중급 때의 지적은 어디선가 배우고 온 것을 고집하면서 고치라고 한다. 홀드에서부터 춤을 추면서 어느 부분에 들어가면 여지없이 춤을 중단하고 가르치려 든다. 남자들은 그런 여자와 춤출 순서가 돌아오면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억지로 춤을 춘다. 댄스는 예술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 어설픈 사람이 자기도 잘 못하면서 남을 지적하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많다. 남자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고급 과정에 올라가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지적질이 나온다. “뭔가 불편하다”는 식의 애매한 불평이 많다. 관계가 좋은 사이라면 원만하게 보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회 성적을 위해 신경이 날카로워지다 보면 서로 민감한 부분에서 충돌한다. 그렇게 결별하면 누가 손해인가? 결국 남자가 자존심 죽이며 숙이고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댄스스포츠 동호인은 나처럼 초보자 때 여성들에게 많은 시련을 겪는다. 여성들은 별 어려움 없이 아무 말이나 하지만, 남자는 가슴에 상처로 남는다. 이 과정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춤을 조금 안다고 코치하려는 여자가 종종 있다.

춤의 매력은 음악과 내 몸의 환상적인 조화다. /사진=강신영
춤의 매력은 음악과 내 몸의 환상적인 조화다. /사진=강신영

춤을 추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과 내 몸의 환상적인 조화다. 듣기만 해도 환상적인 음악에 맞춰 내 몸이 반응하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마치 구름 위를 날아가듯 꿈을 꾸는 것 같은 것이다. 영화 ‘더티 댄싱 하바나 나이트(Dirty Dancing; Havana Night)’에서 남자 하비에는 케이티라는 여성에게 처음 춤을 설명한다. 종아리쯤 차는 바닷물에 같이 들어가 케이티의 팔과 몸을 파도가 치는 것과 같이 맞춰 보라고 한다. 음악과 춤은 그런 관계이다.

춤이 제 궤도에 오르면 즐거운 자극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뇌 호르몬인 도파민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듯한 쾌감을 느낀다. 마약, 니코틴, 알코올, 카페인이 주는 효과도 도파민 회로에 작용한다고 한다. 맨정신에 경험하는 흡족감, 행복감, 즐거운 감정이다.

연미복을 잘 차려입고, 역시 드레스를 잘 차려입은 여성 파트너와 경기 대회에 나갔을 때의 짜릿한 긴장감, 그리고 심사위원들과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습한 대로 멋진 춤사위를 보였을 때의 기분도 비슷하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예선부터 결승까지 경쟁자들과 기량을 거두며 우승컵을 차지했을 때의 행복감은 그간의 노력과 땀은 물론이고, 아픔과 상처를 보상받는 기분이다. 빛나는 우승컵과 상장, 메달은 훈장이자 전리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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