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 강조하며 나선 여당
도적적 해이 문제 꺼내 든 것은
한 자릿수 전기요금 인상 목적
2분기 요금 최종 결정 尹에게

국민의힘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부채가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복귀 이후 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온다.
주 52시간 근로제 탄력 운용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정 홍보 실패를 지적한 여당 지도부가 직접 대국민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전기 요금 결정에 대통령의 정치 일정까지 고려하는 후진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1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전기·가스요금 관련 당정 간담회를 개최한다. 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열리는 이번 간담회엔 여당에서는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소관 상임위원회 간사인 류성걸·한무경 의원이 참석한다. 장동혁·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두 명 배석됐다. 반면 산업부에서는 박일준 2차관과 이호현 전력정책관, 유법민 자원사업정책국장이 참석해 한전의 자구책을 설명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한전의 채무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침에는 공감대가 이뤄졌지만, 이철규 사무총장 중심으로 한전의 도덕적 해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여당 내부에선 ㎾h당 5~9원가량 올리는 한 자릿수 인상론을 기정사실로 하는 모습이다. 결국 두 자릿수 인상을 강조해 온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빠지고 한미 정상회담 이후 귀국할 윤석열 대통령 손에 2분기 전기요금 최종 결정권이 주어진 꼴이 됐다.
앞서 한전은 오는 2026년까지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h당 51.6원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부도 이에 올 1분기에는 13.1원 인상하고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만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적자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尹정부 때 한전 부채 급증 지난해 192조
한전채 10조 이하 발행해도 200조 돌파
한전 적자 줄이기가 시급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 들어 재무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45조790억원이던 한전 부채는 2022년 192조8047억원으로 32% 넘게 불어났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5년간 부채 증가율(34.2%)에 맞먹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된 지난해 한전의 자산총계 234조원 중 82%인 192조원이 부채총계로 잡혔다. 자본총계는 42조원에 불과해 민간기업이었다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며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재정 준칙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전과 같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으로 350개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채무의 절반이 넘는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전의 부채가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특히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7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 앞으로 1조만 더 발행해도 부채가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관리 가능한 수준의 한전채 규모를 10조원 내로 봤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앞으로 3조원이 남았는데 정치권이 자의적 방식으로 전기요금을 규제해 공기업 부채 덩치를 키우는 나라는 적어도 선진국 중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기사업법상 전기요금은 한전이 조정안을 작성해서 산업부에 신청하면 전기위원회가 심의·의결해서 산업부 장관이 최종 인가하는 결정 구조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에 더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기재부와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단계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을 깨트린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공익산업규제위원회(PUC)를 둬 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CAC)와 전력회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정부여당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 아울러 유럽연합 역시 국민의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을 위해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없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에 대한 부가가치세율 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오는 24일 미국 방문 일정을 고려하면 결국 인상 여부는 방미 후 윤 대통령이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력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을 표를 의식해 정치권이 좌우하는 것도 문제인데, 국민의힘처럼 대통령 해외 방문 일정까지 고려하려는 여당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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