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h당 60원은 넘어야 수지맞는데
요금 낮춘다는 명분···단가 후려치기
팔수록 적자 한수원, 국정과제 멈춰
당정 땜질 식 처방에 블랙아웃 우려

정부가 올해 2분기 전기료 인상 폭을 킬로와트시(kWh) 당 8원으로 제한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재임 기간 전력산업 수지를 맞출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울러 국정과제인 원전 10기 수출마저 올스톱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원자력 발전단가는 kWh당 37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료원별 발전단가를 보면 원자력 발전단가는 1월(67원/kWh)과 8월(60원/kWh) 60원을 잠시 넘어섰으나 나머지는 4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특히 LNG 발전단가가 304원/kWh까지 치솟은 지난해 10월에 원자력 발전단가는 48원/kWh를 기록했다. 이는 kWh당 60원은 돼야 수지가 맞는 한국수력원자력 적자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한수원 내부에서도 적자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출 사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수원은 지난해 원전 이용률 상승, 발전량 증대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전력 판매가격이 감소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과 한수원의 전력 판매량은 각각 81.5%와 165TWh 증가세로 전환했으나 전력 판매가격은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이 결과 지난해 kWh당 평균 52.5원을 기록했다. 양수 발전 단가가 전년(140원/kWh) 대비 138원 오른 278.3원/kWh을 기록하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kWh당 200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한전은 전력거래소를 통해 한수원이 생산한 전기를 도매로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한전의 전력 구매단가(SMP)는 할증률 성격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산정하는데 LNG 가격이 급등하자 원전의 정산조정계수를 하향시켜 원자력발전의 정산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매입 평균 단가를 낮췄다.
이에 따른 지난해 한수원 재무제표를 보면 매출 10조6077억원, 당기순손실 620억원을 기록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줄어드는 가운데 LNG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원전 가동률이 확대됐지만 발전단가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수원 한 관계자는 "발전단가가 60원은 돼야 적자를 면하고 수출 사업을 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팔면 팔수록 적자가 커져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체코 원전 수출 영업을 비롯해 고리원전 계속 운전,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약 3조 원가량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정산조정계수를 낮춰잡은 것이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져 국정과제 수행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과 발전자회사 간 재무 불균형을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된 정산조정계수가 한전의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력 업계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한다는 미명 아래 원전의 정산단가를 후려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무리하게 전기료 인상을 억제할수록 전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블랙아웃'(전국적 대정전)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름철 냉방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반 가구에는 전기료 누진 구간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전기 요금 분할 납부 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이 같은 정부여당의 정책이 자칫 수요 초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8원의 인상도 전기요금이 원가의 70%에 그치면서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늘어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력산업에 적절한 자원을 투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공기업 군기 잡기식으로 빚잔치를 할 요량이면 차라리 민영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