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조 넘은 부채, 한전채 발행으로 덩치↑
인상 기회 놓치고 시간 끌면서 폭탄 키워
與에 끌려다닌 기재부 기존 계획 다 포기

윤석열 대통령 집권 기간 한국전력공사의 누적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전이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자구책을 내놨지만 시간 끌기에 불과한 과거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적자와 미수금 해소를 목표로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총 28조원 규모의 자구책 마련을 예고했지만 지금까지의 정책 실패의 되풀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여당은 올해도 한전채 발행 한도를 최대 6배까지 확대하면서 공기업 부채 덩치를 키웠다. 사실상 무제한으로 발행된 초우량(AAA) 등급의 한전채는 여전히 채권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포식자 역할을 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하고 있다.
무더기 회사채 발행은 한전의 부채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전 부채는 올해 181조5432억원으로 180조원을 돌파한 후 2026년이면 190조8690억원까지 불어난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 재정은 위험수위에 이르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으로 350개 공공기관 부채는 지난해 5월 말 기준 583조원으로 추산됐다"고 설명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공기업 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호소해온 두 공사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구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이 최근 주재한 '에너지 공기업 경영혁신 상황 점검 회의'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존의 내용과 달라진 것이 없고 갈수록 폭탄의 크기만 더 키우는 형국이다.
한전은 차장급 이상 임직원들의 성과급 반납을 고려 중이며 가스공사는 부장급 이상 임직원이 올해 성과급을 받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 업계에선 양 공사가 산업부에 보고한 성과급 반납이 확정되면 한전은 약 340억, 가스공사는 약 9억5000만원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전이 33조원, 가스공사가 8조6000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책에 불과하다.
결국 2021년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 요금 인상 계획을 유보한 것이 적자를 지속해 키우는 형국이다. 올해 하반기까지 1분기 요금인 ㎾h(킬로와트시)당 146원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올 1월 한전이 전기를 164.2원/㎾h에 사들인 것을 고려하면 1㎾h 당 18.2원의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근거 없이 내지르는 與에 행정 마비
현재 전력단가 유지해도 적자 완화?
또 전기·가스요금 인상의 주원인인 LNG 가격이 안정화되더라도 적자는 더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전이 1㎾h당 164.2원의 매입 단가는 에너지 원가 급등으로 발생한 수조원대 비용 부담을 민간 발전사에 떠넘기는 전력 거래 도매가격(SMP)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3개월간 시행한 SMP 상한제도는 3월 한 달간 중단됐다. '3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전력시장 도매가격은 1kWh당 215.90원이다. 1월 매입 가격에 비교해 kWh당 51.7원(31%) 오른 수치로 3월 한 달간의 격차는 한전의 적자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최근 10년간 SMP 평균의 상위 10%보다 높으면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매입가를 낮춰 전기를 구입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가중평균 SMP가 236.99원으로 집계되면서 SMP 상한제는 4월부터 다시 실시되고 있지만 LNG 가격이 안정화되는 추세여서 큰 효과가 없다. 한전 적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 수준의 전력 단가를 유지하더라도 한전의 적자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발상으로 정부의 요금 인상을 멈춰 세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정부는 당초 가격 인상 방침을 고수했지만, 김기현 대표가 선(先) 자구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기재부는 기존의 2분기 전력 단가 13.1원/kWh 추가 인상안을 반려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것을 지적할 것도 없이 행정부가 입법부에 끌려다니는 건 기형적인 모양새다.
이에 더해 지난 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머지않은 시점에 요금을 올리든 내리든, 얼마나 올릴지 등을 결정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13.1원/kWh 인상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국민의힘 한 고위 당직자는 "기존대로 인상했다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물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3분기 요금을 올리더라도) 원래 인상 폭의 절반 수준인 7원/kWh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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