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3대 유가 배럴당 70달러대 등락
본회의 전 OPEC 100만 배럴 추가 감산 논의
러 감산 노선 이탈? 푸틴 “현 석유 가격 타당”
서방에 우호적 합의 흑해곡물수출협정도 승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4월 기습 감산 통보에 이어 또다시 석유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2800개의 동전으로 구성된 예술가 헤샴 압드 라부(Hesham Abd Rabbouh)의 예술 작품.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4월 기습 감산 통보에 이어 또다시 석유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2800개의 동전으로 구성된 예술가 헤샴 압드 라부(Hesham Abd Rabbouh)의 예술 작품. /AP=연합뉴스

중국의 리오프닝과 공급망 경색 회복에도 글로벌 경기가 활성화하지 않고 오히려 둔화 움직임을 보이자 3대 국제 유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사실상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4월 기습 감산 통보에 이어 또다시 석유 감산 가능성을 내비쳤다.

뜻밖에도 반대는 아군인 OPEC 플러스(+) 내부에서 나왔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걱정에 골머리를 앓을까 두려워하던 중 감산을 막고 나선 것은 OPEC과 동맹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현 석윳값은 타당하다”면서 추가 감산에 반대 의견을 시사했다.

‘스위프트’ 복귀를 요구하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흑해곡물수출협정에도 합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3일(현지 시각) OPEC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 테이블에 100만 배럴 추가 감산 안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내일 있을(현지 시각 4일) 비OPEC 산유국들과 함께하는 OPEC+ 회의에 앞서 추진된 만남이다. 러시아와 러시아 동맹국은 제외한 채 OPEC 장관들이 추가 감산을 논의한 셈이다.

추가 감산은 저공비행 중인 석윳값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배럴당 70달러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 해소에 상승했지만 OPEC이 원하는 수준인 배럴당 80달러는 아직 멀었다.

2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64달러(2.34%) 상승한 배럴당 71.74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는 1.85달러(2.49%) 오른 배럴당 76.13달러에, 두바이유는 1.65달러(2.27%) 오른 배럴당 74.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OPEC+ 회원국은 작년 10월 하루 20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이어 지난 4월에는 5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116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예고 없는 감산 소식에 WTI는 바로 다음 날인 3일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전 거래일보다 6.02달러 급등해 81.69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다시 푹 꺼지는 석윳값에 OPEC 리더 빈살만 왕세자가 또다시 감산 카드를 꺼내들려 하는 모양새다.

왕세자는 배럴당 80달러를 원한다
석유 증산 러 서방과 화해 움직임?
‘스위프트’ 요구 러 흑해협정도 합의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경제 재편 계획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경제 재편 계획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석유 감산은 빈살만 왕세자에게 절실하다. 왕세자의 경제 재편 계획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이어야 한다. 더구나 사우디아라비아 외환보유액이 2010년 1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예산 균형도 맞춰야 한다. 

만일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이 합의될 경우 총 감산량은 작년 10월과 올해 4월 감산을 합산했을 때 하루 466만 배럴이 된다. 이는 전 세계 소비량의 4.5% 수준으로 또다시 인플레의 불씨를 댕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산 추진에 대한 저항은 내부에 있다. 최근 러시아는 증산을 지속하면서 OPEC+의 감산 노력에 방해를 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가 약속과 달리 값싼 원유를 시장에 퍼붓고 있다는 것이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세력을 비난하고 있다. 이는 추가 감산 전망의 단초로 해석된다. 앞서 압둘아지즈 장관은 지난주 한 포럼에서 "가격 변동성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은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이 같은 유가 하락에 대한 경계에도 러시아는 감산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가가 '경제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일 있을 OPEC+ 회의에서도 러시아가 추가 감산 안에 대한 반대표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유가가 '경제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일 있을 OPEC+ 회의에서도 러시아가 추가 감산 안에 대한 반대표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은 유가가 '경제적으로 정당화되는'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내일 있을 OPEC+ 회의에서도 러시아가 추가 감산 안에 대한 반대표에 가까울 것으로 예측된다. /연합뉴스

한편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후 지속해 서방에 스위프트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흑해곡물수출협정 만료를 앞두고 유럽 식량 위기 가능성도 불거졌지만 러시아는 재연장에 합의했다. 흑해곡물수출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단된 흑해 항로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허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기사 : ‘엘니뇨 재림’ 곡물값 폭등 코앞‧‧‧흑해 인질 잡은 러 식량 위기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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