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끝이 보이는 코로나와의 전쟁
그 시작은 이미 진행 중이다
화사한 꽃 잔치로!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가요 '벚꽃엔딩' 중에서
또 왔다, 이 노래.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음을 상큼하게 알려준다. 희한하게도 이 노래가 들리면 헛것이 보이는지 자꾸만 눈앞에 꽃잎이 살랑이는 착각이 들곤 한다. 그동안 꽁꽁 얼어 움츠렸던 춘심이 발동해서 절로 콧노래가 따라 나오는 것도 신기하다.

취소한 꽃축제에도 굴하지(?) 않던 상춘객들, 이제는!
말해 뭐하랴, 지난 3년은 모두가 바이러스라는 블랙박스에 갇혀 움츠리고 또 움츠러들었다. 해마다 철마다 피고 지던 꽃들도 찾아오는 이를 드러내고 반가워하지도 못했으니 참 고난의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난감했던 지자체의 에피소드도 끊이지 않았다. 축제의 취소를 알려도 자꾸만 몰려드는 상춘객들 때문이다. 오는 사람 막지 않는 우리네 정서에도 반하는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났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상인들의 고충은 안 봐도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우릴 옭아매던 '그것'도 한풀 기가 꺾인 요즘, 그동안 못 했던 것에 대한 반발로 소위 '보복 소비심리'랄까? 여기저기 전국의 산하는 꽃망울을 힘차게 터뜨리고 상춘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다소 어감이 싸하기는 하지만 이런 보복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나도 난생처음 꽃축제를 가기 위해 예약을 마친 상태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노랑·분홍 꽃바람
매화를 위시하여 이른 봄에 피는 꽃 중에 특히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꽃이 있다. 노란빛이 앙증맞기도 하고 잔물결을 이루는 듯해서 사랑받는 봄꽃인 산수유다. '영원한 사랑'이라는 기특하고도 고결한 꽃말을 가진 산수유는 지금 남쪽 마을 구례에서 한바탕 잔치를 벌이고 있다.
무려 4년여 만에 열리는 구례산수유축제이니 만큼 인기 만점이다. 노랑으로 물든 산수유 곁엔 미모에서 결코 질 수 없는 분홍 꽃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차를 두고 피어난다. 바로 구례 옆 동네인 광양의 매화다.
감히 전국의 꽃축제 중에서 제일 사랑받는다고 할 만큼 규모도 광대하다. 매년 100만 명이 찾을 정도라는데 코로나 시국이 겹쳐 만개함을 보여주지 못해 꽃도 사람도 얼마나 아쉬웠을까!
아직도 나는 매화와 벚꽃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데 이번에야말로 직접 그 차이를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 매화 축제를 앞두고 소소한 결심까지 하게 만든다, 봄꽃들이.
고을고을 꽃잔치는 시작되고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많은 사랑을 골고루 받는 꽃은 벚꽃이지 싶다. 진해를 비롯 전국에서 벚꽃축제는 늘 사랑받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봄꽃의 대명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음~~노랫말처럼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을 온몸으로 맞고 싶다.
이번엔 수선화다.
'눈부신 아침 햇살에 황금빛 물들 때~~'로 시작하는 번안가요가 있다. '일곱 송이 수선화'라는 오래 된 노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선화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은 아니었다. 그저 노랫말에서나 만나는 특별함과 꽃시장에서 제법 비싼 값에 팔리는 도도한 꽃이었다. 이름과 외양에서 느껴지는 청순함과 우아함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꽃축제에 슬그머니 끼어들던 수선화는 이제는 SNS의 인기 해시태그가 되어버렸다. 그래! 이것도 놓치긴 아깝다. 올해는 꽃 도장을 찍으러 전국을 누비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들썩이기 시작한다.

혹여 수선화를 놓쳤다면 튤립이 있다.
서산에서 멀지 않은 태안엔 이름부터 거창한 태안 세계튤립 축제가 4월부터 5월에 걸쳐 열린다. 아주 예전엔 유명 놀이공원에서나 감상할 수 있었던 튤립의 바다를 이젠 서해의 바닷가 마을에서 만날 수 있으니 대박이지 뭔가.
그 외에 6월엔 고성에서 보랏빛 라벤더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환상적인 보랏빛의 향연에 푹 빠져 볼 흔치 않은 기회다.
가을에도 꽃축제는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국화꽃 축제 말고도 평창의 백일홍 축제가 있다. '인연· 행복'이라는 다정한 꽃말을 가진 소박한 백일홍 축제도 여행자들과의 인연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동네 담벼락에도 우릴 기다리는 꽃들이···

그렇다고 이름난 꽃축제에 가야만 그걸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봄, 코로나로 한창 조심스러울 때 아파트 담벼락에 피어난 벚꽃에 작은 위로를 받았던 적이 있다. 후두두 떨어지는 꽃잎과 그림자마저도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마스크 속에서도 삐져나오는 미소를 감출 길이 없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우릴 기다리고 위로해주며 토닥여주는 그것들이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더구나 마스크를 벗고 자연이 초대하는 잔치를 만날 수 있음에 고맙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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