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호기심에 냉동 김밥을 직접 주문해 봤다
무려 1년에 달하는 유통기한이 놀라웠다
전자레인지로 데우자 여느 김밥 못지않아

냉장도 아니고 냉동이라고? 그것도 김밥을?

5060세대에게 김밥은 추억과 함께한다 /그림=홍미옥, 갤럭시탭S6
5060세대에게 김밥은 추억과 함께한다 /그림=홍미옥, 갤럭시탭S6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냉동 김밥을 극찬하는 영상으로 날 안내했다. 파란 눈동자의 크리에이터는 한국의 음식, 소위 K푸드를 극찬하고 있었다. 이미 알려진 불고기, 갈비가 아닌 야채 김밥이다.

거기까지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니 이건? 꽁꽁 언 얼음 방망이 같은 냉동 김밥이란다. 냉동이라고? 갑자기 자세를 고쳐잡고 화면 앞으로 가까이 갔다. 정말 냉동이다. 화면에서조차 냉기가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다. 저게 맛있을까? 냉장도 아닌 냉동인데?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다들 김밥의 추억이 자신의 나이만큼이나 길 터이다. 어릴 적 엄마가 싸주시던 언니 오빠의 소풍날 김밥은 얼마나 먹음직스러웠던지···. 속 재료가 한 움큼 삐져나온 김밥 꼬투리에 저절로 손이 가고는 했다.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는 밥 위로 펼쳐지던 엄마의 정성스러운 솜씨를 잊을 수 없는데 느닷없는 냉동 김밥 열풍이라니! 그것도 바다 건너 미국, 유럽 등에서 인기라니 참 신기하다. 그렇다면 나도 맛을 볼 수밖에 없다. 아무렴···.

비담의 김쌈에서 틱톡의 냉동 김밥까지

유통기한이 무려 일 년인 냉동 김밥 /사진= 홍미옥
유통기한이 무려 일 년인 냉동 김밥 /사진= 홍미옥

꽤 오래전에 방영되었던 대하사극 <선덕여왕>에는 주인공보다 더 인기를 끌었던 '비담'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 비담의 먹방 장면이 생각난다.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듯하지만 깊은 슬픔과 한을 품고 있던 그가 장난스레 먹던 그것은 김쌈이다. 김에 하얀 밥을 날름 싸서 먹던 비담의 미소도 그렇지만 신라시대에도 김을 먹었다는 사실이 더 흥미로웠다.

정확히 말하면 비담이 먹은 건 김밥이 아닌 김쌈이라고 해야 맞는 말이겠다. 정월 대보름날 김에 싸 먹던 달처럼 둥그런 오곡밥도 김쌈의 일종인 셈이다.

철마다 소풍날이나 운동회가 찾아오면 으레 등장하던 김밥은 새벽 부엌의 분주함을 업고 만들어지곤 했다. 행여 상할세라 아침잠을 설쳐가며 만들어진 김밥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소풍이었다. 그랬던 김밥, 단돈 천 원으로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시대를 지나 온갖 재료를 넣어 멋을 부린 고급 김밥시대를 여는가 했더니··· 이젠 냉동 김밥까지 등장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먹다 남은 김밥 때문에 골치를 앓은 적이 많았다. 아쉬운 마음에 냉장고로 들어갔다가 전자레인지로 혹은 프라이팬 위에서 다시 데워지기도 했지만 영 탐탁지 않은 맛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기분으로 주문한 냉동 김밥은 다음 날 새벽에 도착했다. 차가운 아이스팩 사이에 얌전히 누워있는 냉동 김밥, 그런데 유통기한이 무려 일 년이다. 돌멩이처럼 단단한 김밥도 놀라운데 저토록 긴 유통기한이라니···. 아무튼 먹어봐야겠다.

꽤 맛있는 냉동 김밥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데운 냉동 김밥, 여느 김밥과 다르지 않은 맛이다. /사진=홍미옥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데운 냉동 김밥, 여느 김밥과 다르지 않은 맛이다. /사진=홍미옥

김밥 한 줄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데웠다. 과연 어떤 맛일까? 김밥 맛이 나기는 할까? 마음이 급해진다. 알맞게 데워진 김밥의 밥알은 야무지게 뭉쳐졌고 속 재료도 알맞게 부드러웠다.

눈앞에서 쓱쓱 말아주는 김밥 맛에는 비할 바 아니지만 제법 맛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한 개씩 집어 먹을 때마다 이 정도면 되었다는 혼잣말이 나왔다. 김 특유의 비릿한 맛도 찾아볼 수 없었다. 틱톡이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타고 유명세를 치렀다는 냉동 김밥, 이젠 한류의 물결에 K푸드도 합류하는 건가?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미국에서 냉동 김밥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한다. 품절 사태에 예약판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기차를 타고 떠나던 여행길, 아이의 첫 소풍 길을 함께하던 추억의 김밥! 그 변신은 어디까지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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