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알고 보니 볼거리 천지인 여기는?
더 이상 노잼 아닌 꿀잼도시 대전,
그곳으로 떠나보자
한참 전부터 사람들이 장난삼아 우스갯말로 노잼이라 부르는 도시가 있다. 말 그대로 재미라곤 당최 없다는 말일 터인데 그렇다면 거긴 어디? 바로 대전이다. 지난해 대전시와의 인연으로 발행물의 표지 그림을 맡게 되었다. 나와는 접점이 없던 한 도시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0시 50분에 맞춰진 대전역 꽃시계
시작은 대전의 관문인 기차역에서부터다. 연배가 있는 이들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플랫폼의 가락국수는 사라지고 없지만, 여행자들의 시간을 디자인해주는 꽃시계가 있다. 특히 봄철에는 화사한 각종 꽃이 언덕을 이루며 이야기를 꽃피우는데···.
대전의 노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은 '대전 블루스'의 키워드인 '0시 5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이 흥미롭다. 요즘엔 전국 어디서나 이런저런 모뉴먼트를 만들고 홍보하는 시대인지라 레트로 감성 물씬한 꽃시계가 그다지 놀랍지도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 저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시곗바늘의 귀여운(?) 동작그만에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그해 여름엔 살인자의 기억법이?
다음으로 발길이 머문 장소는 한남대학교 깊숙한 곳에 숨듯이 위치한 오정동 선교사촌이다. 1950년대에 지어진 선교사들의 사택인 이곳은 1990년대 초반 선교사들이 떠나고 지금은 학술원 기념관으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세월을 말해주는 붉은벽돌과 기와, 서양식 창문들은 시대상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워낙 대학 캠퍼스 깊숙한 곳에 있어서일까? 젊은 택시 기사는 내비게이션이 없었더라면 못 찾을 뻔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날린다.
하지만 이곳은 나름 핫플이었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까닭인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손예진 주연의 '덕혜옹주', 설경구 주연의 '살인자의 기억법', 이병헌 주연의 '그해 여름'이 대표적이다.
이쯤에서 아! 여기였구나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안타깝고 으스스하며 아련한 스토리들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 촬영지가 바로 여기다. 여행자라면 고즈넉한 숲에 둘러싸인 선교사촌 건물을 거닐다 영화의 배경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도 좋겠다.


그 마을엔 클림트도 고흐도 하늘도 함께 한다.
이번엔 높이 더 높이 올라가 보자. 원주민보다 외지인에게 더 인기가 많다는 그곳은 대동 벽화마을과 하늘공원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보이는 게 벽화지만 여기 대동마을의 그것은 특별한 감성이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야트막한 담장 너머의 집들, 그 담장을 차지하고 있는 향수 어린 벽화 사이엔 반짝이는 클림트와 보고 싶은 반고흐가 지친 다리를 어루만져 준다. 그래선지 이 마을은 '한국의 아름다운 골목 비경'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힘을 내 보자! 꼬불거리는 골목길을 오르다 보면 마침내 하늘과 맞닿은 풍차 공원이 나타난다. 대동하늘공원이다.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함을 선사해 준다.
멀지 않은 곳엔 재밌는 사연을 지닌 장소도 등장하는데 '연애 바위'다.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6·25동란 시절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가 변변치 않았던 까닭에 한적한 이 바위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연애바위를 거쳐 간 커플들은 사랑이 이뤄지는 매직을 경험하게 된다고!

구수하고 고소한 빵 같은 그곳은 이제 꿀잼!
연애 바위까지 다녀왔다면 대전의 맛을 직접 느낄 차례다. 전국민의 빵심을 자극하는 국민 빵집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혹여 이번 크리스마스에 눈이라도 펑펑 내린다면 구수한 대전의 고소한 빵처럼 여행자들의 마음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야 말겠다.
이 정도면 대전은 노잼 아닌 아주 재밌음 인증이다! 앗? 난 대전사람 아닌데 어쩌다가···.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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