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인생사 마음먹기에 달렸다'
이렇게나 진부하고도 촌스러운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진리가 되는 중이다
사소한 순간부터 중차대한 결정의 순간까지

'위아래 이빨이 몽땅 빠지는 꿈을 꿨는데 불길해요, 온종일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저 어쩌면 좋죠?'

자주 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이다.

누구나 몇 번쯤은 경험하는 불길한 꿈 이야기에 회원들의 댓글은 이미 만선이다.

당분간 조심하라는 다소 불안한 댓글부터 그런 꿈 수백 번은 꿨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고마운 댓글까지 의견들이 오고 갔다.

한참을 댓글에 답글까지 토론의 장은 계속되었다.

내 경우만 해도 지난밤 꿈자리가 심상치 않거나 뒤숭숭하면 온종일 좌불안석이 되곤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이 쓰이는가 하면 사소한 실수조차 지난밤 꿈 탓으로 치부하기 다반사다.

며칠 후 문제의 꿈 이야기를 쓴 회원의 후일담이 올라왔다.

결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생각해보니 그날은 치과 신경치료를 받고 온 날이어서 통증을 참느라 긴장 상태였다고 했다.

문제는 온종일 꿈 덕분에(?) 입맛도 없고 행여 불길한 소식이 올까 봐 휴대폰만 바라보았단다. 쓸데없는 걱정에 시간을 쏟아부은 게 억울하다고도 했다.

어느 방향으로 상황을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상은 극과 극을 오가기도 한다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이란 게 나의 것이기도 하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을 표현했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을 표현했다.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꽃은 여전히 피고 지는데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다.

온 나라가 코로나의 공포에 휩싸여 술렁거리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2주의 자가격리라는 반갑잖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어디도 갈 수 없는 날들은 무섭도록 지루했다.

TV를 24시간 틀어 놓아도 무료함은 나아지지 않았다.

겨우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베란다 창가에 앉아 아파트 화단을 내려다보는 일이었다.

여름내 꼿꼿하던 보랏빛 맥문동꽃은 자꾸만 옆으로 눕고 있었다. 또 늦여름을 밝히던 여인네의 비녀 같은 하얀 옥잠화도 미모가 오그라드는 중이었다.

 

'자가격리',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자가격리',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늦여름, 해바라기가 피는 계절이니만큼 작은 화단에도 햇살을 머금은 꽃이 피어 있었다.

분명 샛노란 해바라기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겠는데 내 눈엔 그게 아니었다.

무자비한 태양에 바싹 말라서 한껏 고개를 떨구는 모습으로만 보이는 거였다.

분명 화단의 해바라기는 활짝 웃고 있는데도···.

자가격리라는 사태에 감정이 날카로워진 까닭이겠다.

아무튼 시간은 가고 격리 해제를 앞둔 어느 날, 달라질 게 없는 - 오히려 시들 날이 가까워진 - 그 꽃이 활짝 웃고 있었다.

 

'격리해제',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격리해제', 갤럭시노트20울트라 /그림=홍미옥

짧다고도 할 수 있는 2주일 동안 꽁꽁 묶어놓았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노랑꽃잎은 더 사랑스럽게 샛노랗게 피어나고 어제도 그제도 똑같았을 초가을 하늘은 어찌나 파랗고 선명하던지···.

분명 화단에 핀 해바라기는 한 송이었는데 말이다.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바라본 해바라기는 꽤 오랫동안 씩씩하게 견디어 주었다.

내 마음이 어땠느냐에 따라 꽃도 피었다 지고 시들었다 다시 활짝 피는 마법을 경험했다고 하면 오버일까?

앞서 말한 꿈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먼저 결론을 내리고 그 틀에 갇혀 버린다면 한번뿐인 인생이 억울하다.

그래서 옛말 틀린 게 하나 없다는 만고불변 진리를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인생사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게 그것이다.

굳이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를 지배하는 그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가 절실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그깟 불길한 꿈 정도는 내 선에서 처리(?)하는 건 어떨까 싶다.

모든 건 맘 먹기 마련이니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