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관심이라는 우물에 빠진(?) 해시태그
SNS 통한 사회참여와 '인싸' 사이에서
해시태그는 과연 세상을 바꾸는 도구?

동네에 멕시코 음식점이 생긴 건 한참 되었다. 초록의 선인장 그림 간판이 이색적인 그곳은 그리 흔한 맛집은 아닌지라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이름도 어려운 음식 몇 가지를 고민 끝에 주문했다. 그러자 직원은 해시태그#를 붙인 상호를 SNS에 올리면 서비스 음료와 후식이 무료라고 했다.
공짜라니~~ 그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터이다. 꽤 오랜 기간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긴 하지만 입맛엔 영 둔감한지라 맛집 리뷰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무료라는 달콤한 유혹에 당장 넘어가고 말았다.
해보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저 단어 앞에 해시태그를 붙인 것만으로 서비스를 주니 꿀맛 같은 찬스임이 틀림없다. 이런 걸 누이 좋고 매부 좋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업주는 홍보와 검색의 장점을 살리고 소비자는 달콤한 서비스를 주니 말이다.
문제는 익숙지 않은 멕시코 음식이 영 내 입맛엔 아니었음에도 맛있다는 말과 함께 해시태그로 맛집 홍보를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는 거다.

우물보다 깊은 그릇, 해시태그
언제부턴가 부쩍 많이 보이고 사용하는 기호가 있다. 한자 우물정(井)을 닮은 해시태그#가 그것이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서 관심거리를 분류하는 차원을 넘어서 각종 상업적 광고의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생김새대로 커다란 우물에 모든 이슈가 풍덩 빠져버린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무척이나 건조하지만, 그 사전적 의미는 '특정 핵심어 앞에 ‘#’ 기호를 붙여 써서 식별을 용이하게 하는 메타데이터 태그의 한 형태. 이 태그가 붙은 단어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분류하는 차원을 벗어나 세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어삼키는 파괴력을 지니기도 했다. 지금도 생생한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과 2021년 '미얀마 사태'는 그 영향력을 실감할 계기가 되었다. 해시태그로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좋은 수단으로서다.
그처럼 사회적 이슈를 담는 우물보다 깊은 그릇으로 널리 쓰이기 시작한 해시태그, 때로는 조금이라도 돋보이고 싶은 허황한 심리도 작용하는지라 그 부작용은 안타깝기도 하다.

우물에 빠진 해시태그
평범한 나조차도 의례 SNS 글의 말미에는 #를 붙이곤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의 글이 좀 더 많은 관심과 검색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서 일 것이다. 현존하는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때로는 가상의 공간이 되기도 하는 SNS에서 돋보이고 싶은 건 인간 본연의 마음일까?
그래선지 해시태그라는 의자를 딛고 올라서 더 빛나고 반짝이고 싶은 마음들이 충돌하곤 한다. 마치 '나는 이 정도의 위치야, 거봐 난 이렇게나 행복해 부럽지?'하고 #의 획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뽐내는 듯도 하다.
누가 더 많은 관심을 받을지 혹은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지 마치 단거리 육상처럼 초스피드로 오르내리곤 한다. 해시태그의 날도 있고 이번 달엔 누가 제일 많은 그걸 달고 인기 반열에 올랐는지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포털에서 검색하는 세대와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세대가 공존하는 지금, 우물에 빠진 해시태그가 시원하고 맑은 물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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