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외교 막후 조율 경제·안보통
중견기업 한 우물 판 경제인 대표
전경련, 싱크탱크로 환골탈태 숙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선출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마평에 오른 류진 풍산그룹 회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선출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마평에 오른 류진 풍산그룹 회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새 회장을 뽑기 위한 정기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간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김승연·신동빈 회장이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일각에선 수장 공백 위기설도 제기되지만, 실제론 정몽규·구자열 회장 등으로 후보군을 넓혀 물밑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10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미국 헤리티지재단에 버금가는 싱크탱크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적임자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후임을 선출하는 정기총회가 23일 예정된 가운데,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회장추천위원장으로 총대를 메고 나섰지만, 일시를 맞추지 못할 경우 본인을 권한대행으로 정해야 하는 촉박한 상황이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기총회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는 통상 예결산 지출 등에 대한 안건 승인이 진행되는 회의이기 때문에  차기 회장 인선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난 자금을 누구보다 잘 쓸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류 회장이 거론된다.

먼저 4대그룹은 박근혜 정부 말기 국정농단 사건에 휩쓸리며 탈퇴했지만, 전경련의 전체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다. 당시 639개였던 회원사는 420여개로 줄고 전체 250여명이던 직원은 100명으로 감소해 인건비도 크게 감소했지만, 전경련회관 임대가 가득차면서 연대 임대수입이 약 300억원을 넘어섰다. 전경련의 수입은 연 400억원가량으로, 국력을 감안할 때 기부금을 제외한 헤리티지재단의 수입 1520억원(기부금 제외, 환율 1300원 적용)에 뒤지지 않는 규모다.

여의도 역세권 핵심 부지에 위치한 전경련회관은 지하 6~지상 50층의 초고층 빌딩으로 '프라임급'에 속한 다른 빌딩보다도 임대료가 더 비싸다. 전체 56층 가운데 20층만 차도 20년간 건설비 상환이 가능한 구조다. 여기에 더해 회비는 따로 거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자금이 부족해서 혁신이 안 된 것이 아니다"며 "최근엔 상무 이상급 직원에게 차량을 지원할 정도로 풍부하다"고 말했다.

즉 다른 단체가 가지지 못한 풍부한 자금력을 이용해 본격적인 싱크탱크로의 체질 개선을 이뤄낼 적임자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류 회장이 떠오른 것. 2021년 전경련 부회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오랫동안 전경련에서 활동해온 인물인 류 회장은 김장환 목사, 홍석현 회장, 김승현 회장과 함께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미국통이자 국제외교 실력자다.

지난 2015년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초청을 받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천에서 골프회동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초청을 받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인천에서 골프회동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7년 3월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상임위원, 2005년 3월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05년 6월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2014년 2월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 등 굵직한 활동을 이어왔다. 또 2017년 5월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이끄는 특사단에 기업인 중 유일하게 참가하기도 했다. 

또 전경련 회장단으로 활동하면서 매년 열려온 한미 재계회의는 류 회장의 주무대였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영문학과와 미국 다트머스대 경영대학원(MBA)을 나와 영어와 일어에도 능통하다. 특히 미국 정계의 '마당발'로 불릴 만큼 민주·공화당을 넘나드는 인맥이 최대 강점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래된 인연을 맺으며,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권의 대미외교와 관련해 막후 조율자 역할을 해왔다. 

2015년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천 골프 회동을 주선한 바도 있다. 이뿐 아니라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보를 지지한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과도 친분이 깊어, 조 바이든 정부와도 가까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친미 인사로 분류된다. 

전경련이 류 회장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미국 싱크탱크에 참가하면서 얻은 정보력과 경험이다. 류 회장은 지난해 5월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로부터 벤플리트 상을 받기도 했다. 제임스 벤플리트 미8군 사령관은 공군중위였던 아들을 잃으면서도, 한국군을 지켜낸 한미동맹의 상징적 인물이다. 류 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CSIS 이사회 이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먼저 전경련의 롤모델인 헤리티지재단은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반면 CSIS는 중도로 분류되면서 대중적 이미지 개선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밖에도 동(銅)제품 한 우물을 파 풍산그룹을 재계 70위권에 속한 중견기업으로 올려세운 것도 류 회장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재계 한 인사는 "전경련이 대기업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활동은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나서기 껄끄러워하는 이슈에 총대를 멘 것이 많다"며 "중견기업인이자 경제안보 전문가인 류 회장 선임도 하나의 개혁적 메시지가 될 수 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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