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철의 아리아 속 명작스토리]
별을 노래하는 <토스카>의 '별은 빛나고'
별을 그린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많은 이들이 로마를 파리와 함께 유럽여행의 출발지나 종착지로 여깁니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연극, 영화와 오페라 등도 많이 있지요. 오드리 헵번이 매력을 발산한 <로마의 휴일>이 영화의 으뜸작이라면, 오페라에서는 푸치니의 <토스카>가 대표작입니다.
1800년대 로마가 배경인 이 오페라는 아름다운 아리아로 인해, 1900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열렬하게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토스카>를 소개하며 그 배경지인 로마 명소 세 곳을 독자와 함께 여행합니다.
1막의 배경은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입니다. 화가인 카바라도시가 예배하러 성당에 왔던 후작부인을 모델삼아 마리아 초상화를 그리고 있지요. 그는 애인 토스카의 작은 초상화를 꺼내 들고, 그녀와 초상화 속 여인의 머리와 눈 빛깔을 비교하며 토스카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지요.

이 성당에 들어서면 천장과 벽에는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엄청 크고 둥근 천장에서는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와 금빛 천정을 화려하게 비춘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성당은 성 안드레아를 모시는데, 그분이 바로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동생이랍니다. 위 제단화와 같이 엑스(X)자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했다고 합니다.
이때 토스카가 등장하는데, 질투심 강한 그녀는 왜 성당 문을 잠그고 작업을 하냐며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냐고 따지네요. 카바라도시는 자신은 오로지 토스카만을 사랑한다며 그녀를 꽉 안아주지요. 마음이 풀어진 토스카는 밤에 별장으로 가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자고 하고, 두 사람은 아름다운 사랑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잠시후에 투옥된 공화파이자 친구인 안젤로티가 탈출해 오자, 카바라도시는 토스카 몰래 그를 자신의 별장에 숨겨주려 나갑니다. 이때 왕당파인 총경 스카르피아가 나타나 탈옥한 안젤로티를 잡으려고 성당을 수색합니다.
그는 예배당에서 후작부인의 부채를 발견하곤, 토스카의 질투를 유발하는 계책을 씁니다. 토스카에게 후작부인의 부채를 보여주며 그녀와 카바라도시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들지요. 질투에 휩싸인 그녀는 어쩐지 그가 문을 잠그는 등 행동이 이상했다며 분노하여 별장으로 달려가고, 스카르피아는 부하에게 그녀를 뒤쫓게 합니다.
2막은 ‘파르네제 궁’에 있는 스카르피아 집무실입니다. 스카르피아는 카바라도시를 고문하며 토스카에게 범인을 숨긴 곳을 대라고 압박합니다. 고문 받는 애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에서, 알고 있는 것을 끝내 숨기기는 힘든 일이지요. 결국 토스카는 안젤로티가 숨어있는 곳을 실토합니다.
토스카가 자백했지만 카바라도시가 나폴레옹 만세를 외치자, 스카르피아는 그를 사형 집행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이에 카바라도시를 살리려고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에게 선처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스카르피아가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임을 알아챈 토스카는 격렬하게 저항하지요.
절망적인 토스카는 평생 불쌍한 이를 돕고 하나님을 섬겨왔건만, 왜 이리 힘든 고통을 주느냐며 유명한 아리아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부릅니다. 결국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대신 카바라도시를 위장 처형하여 살려줄 것을 다짐받습니다. 그 뒤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의 가슴에 식탁 위의 칼을 깊숙이 찔러 넣지요.

2막의 배경인 파르네제 궁의 방과 복도에는 후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카라치의 천장화가 있습니다. 특히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의 승리’ 등 프레스코화가 천정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요. 화려한 벽면 조각과 천정의 그림을 배경으로 추악한 협박과 호소가 이어지고 ‘죽음의 키스’를 찔러 넣는 배경만큼 극적인 장소가 또 있을까요?
3막의 배경은 로마를 방문했다면 한 번쯤 가보았을 산탄젤로(성천사) 성입니다. 카바라도시는 이 성의 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대기하고 있지요. 죽음을 앞둔 그는 토스카와의 달콤했던 사랑이 그립고 삶에 대한 애착도 간절합니다.
그가 처절하게 부르는 아리아 ‘별은 빛나고’는 다소 관능적인 노래인데, 그의 가장 행복한 추억을 노래한 것이겠지요. 죽기 전에 꼭 정치적으로 강직한 의지 표명이나 남은 연인의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뜻밖에 토스카가 나타나 완벽한 계획을 설명해줍니다. 가짜로 사형 집행이 있을 것이니, 총소리가 나면 실감나게 죽은 척하라고 말이지요. 다시 살 수 있다니, 카바라도시는 꿈만 같습니다.
마침내 산탄젤로 성의 옥상에서 사형이 집행되고, 카바라도시는 푹 쓰러집니다. 토스카는 애인의 죽는 연기가 멋지다고 감탄까지 하지요. 하지만, 애당초 연극은 없었습니다. 위장 처형은 스카르피스카의 속임수였을 뿐! 토스카를 잡으러 병사들이 달려오자, 절망한 토스카는 성벽 아래로 몸을 던지고 막이 내려집니다.

산탄젤로는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을 쫓아준 믿음과 상징으로 그 성 꼭대기에 대천사 미카엘 상을 세웠습니다. 성 베드로 성당 인근에 있으므로, 교황이 비상시엔 이 성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성 뒤쪽에 비밀 회랑도 설치되어 있지요. 실제로 교황 클레멘스 7세는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의 침입 때 그 회랑을 통해 이 성으로 피신하기도 했습니다.
산탄젤로 성에서 죽음을 앞둔 카바라도시는 ‘별을 노래’했지요? 여기 ‘별을 그린’ 화가가 있습니다. 바로 빈센트 반 고흐입니다. 고흐의 삶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가 동생 테오와 나눈 편지들을 보면, 항상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고 심지어는 단체 급식소에서 무료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지요.
그는 밥을 굶으면서도 붓과 물감을 살 수 있기를 소망했답니다. 1889년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절망의 상황에서도 그를 숨쉬게 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지요. 죽는 순간까지 그는 그렇게 열정으로 그림을 그렸답니다. 그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1889)'은 더욱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상에서 하늘에 닿은 것은, 그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선이 아름답다고 찬미했던 사이프러스 나무와 교회의 첨탑뿐입니다. 허나 교회에는 불이 꺼져 있군요. 고흐는 노동을 하며 힘든 삶을 이어가던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가 더 따스한 불을 지펴주기를 소망했습니다.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고 했던 고흐는 결국 영원한 별이 되어 우리들의 가슴속에 빛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