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항·광주 등 관심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현대·기아, 노조 입김 커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지자체들이 앞다퉈 유치 구애에 나서고 있다.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파급효과를 기대하지만, 강성 노조의 영향력이 큰 국내 특성상 순탄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연간 200만대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아시아 제2의 전기차 생산기지를 검토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한국을 아시아권 최우선 투자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지금도 테슬라는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한국의 우수한 부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아시아 후보 국가들의 인력 및 기술 수준, 생산 환경 등 투자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조만간 입지와 정주 여건을 분석해 테슬라 측에 전달할 예정이며, 테슬라는 내년 상반기 중 입지를 정해 정부에 알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강원 △경남 △충북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인천 △경북 포항 △경기 고양 등이다. 항만을 보유한 도시들은 전기차 수출에 유리하다는 강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 수 있어 향후 총선 홍보감을 노리는 정치권에서 관심을 표하는 상황이다.
권성동(강릉)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함께 ‘기가팩토리 유치 전략회의’를 열고 “강릉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러낸 국제도시”라며 “강릉화학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각종 소재부품 산업들이 활발하게 들어서고 있는 요충지”라고 주장했다.
김병욱(포항 남구 울릉군)·김정재(북구) 의원은 오는 22일 여의도 국회에서 ‘대한민국 2차전지 산업경쟁력 강화포럼’을 개최하면서 전기차 연관 주제를 주로 다루기로 했다. 전기차 핵심부품인 이차전지 산업 요충지로서 포항의 강점 등도 적극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한국에 투자를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후보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3개국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공급망 등도 요건으로 꼽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테슬라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한국 완성차 업계는 노조의 입김이 세다. 인도네시아에 내줄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정가는 해당 리스크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노조 갈등 극복은 국정과제니까 지자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조 단위의 전기자동차 공장 건립 추진이 표류했다. 사측은 연 10만 대 규모로 우선 가동한 뒤 증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노조가 '시작부터 연 20만 대 규모로 지어야 한다'며 반대의 표시로 지난 10월 부분파업을 결의했다.
단체협약상 신공장을 짓기 위해선 노조의 동의가 필수라 14차례 노사협의를 거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사측이 제안한 △차량 구입시 할인 연령 평생에서 75세로 제한 △혜택 제공 주기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할인율 30%에서 25%로 하향 등을 얻어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 총 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구체적인 규모, 시기, 장소가 담긴 계획안을 내놓으라면서 경영간섭에 나섰다.
이 밖에도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야권 주도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된 실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강성노조는 한국 사회 전 분야에 뿌리내린 국민경제의 암적 존재"라며 "강성노조의 불법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타협을 하게 되면 경제가 죽고 외자 유치는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서 철저하게 원칙적인 대응을 고수해 왔기 때문에 과거와 다르게 노조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회피 않고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은 우리나라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한 필수로 결국 미래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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