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김영환, 산불 중 외부 행보
"직무유기" "폭탄주 20잔 마셔" 비판
총선 앞둔 '지방 민심' 악화 우려

김진태 강원도지사(왼쪽)와 김영환 충북도지사 /연합뉴스
김진태 강원도지사(왼쪽)와 김영환 충북도지사 /연합뉴스

최근 2주간 연이어 발생한 강원도·충청도 산불로 해당 지역 국민의힘 소속 도지사의 재난 대응 책임론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지방 민심 이탈을 우려해 사태 뒷수습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쯤 춘천의 한 골프 연습장을 방문해 30분가량 골프 연습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강원 화천·홍천·원주에선 산불 잔불 진화 작업 중이어서 비판을 받았다.

또 김 지사는 지난달 18일 오전 7시쯤에도 골프 연습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습 당시 산불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당일 오후 평창에서 산불이 발생해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다.

김 지사는 지난 9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저의 근무 중 행동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달게 받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3월 31일 방문은 부적절했지만 3월 18일 방문은 산불 나기 9시간 전으로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항변했다. 해당 KBS 기자와 보도책임자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산불은 끊이지 않았다. 11일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379ha의 산림을 태웠고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이에 김 지사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를 막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재산 피해와 부상을 입은 주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제천 봉양읍 봉황산에서 산불 진화가 이뤄지고 있던 지난달 30일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와 술자리를 겸한 비공식 간담회를 진행했다. 술자리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와 파문이 일자 김 지사는 10일 “도민과 공무원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논란이 생긴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사소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김영환 지사 측은 "술자리에서는 물을 마셨다. 붉은 얼굴은 외부 행사로 그을린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박진희 충북도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지사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 20여 잔을 마셨다. 당일 자리를 함께했던 복수의 동석자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두 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강원도의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2일 "직무유기, 허위사실유포, 협박,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무고 등의 혐의로 김진태 지사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11일 "산불이 계속되던 시간에 술판을 벌이고 거짓 변명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진 '식물도지사' 김영환 충북지사는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7일 KBS 보도 이후 즉각 김진태 지사에 대한 당무감사를 지시했다. 최근 당 지도부의 부적절한 언행과 맞물려 여론이 악화되자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지금 우리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원내에선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무리한 입법을 강행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중진 의원들의 경험과 혜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날 예정된 국민의힘 전임 지도부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은 산불 피해를 고려해 취소됐다. 윤 대통령은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전임 지도부와의 식사는 추후에 다시 기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으로 강원도와 충청도 광역·기초의원을 다수 확보했다. 하지만 강원도와 충청도는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힌다. 정권 심판론 바람이 거셀 경우 야당에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기는 이유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집권 중반기 총선은 정권심판 속성이 많아 다들 준비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지자체장 산불 대응 논란으로 지방 민심 악화가 우려된다"며 "김진태 지사보단 김영환 지사 쪽이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데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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