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관계자 "쇼룸, 교외로 이동 준비"
코로나19 탓 높아진 건물 임대료 때문
테슬라 차량 카메라 데이터 수집 우려도

중국 베이징에 있는 테슬라 전용 전기차 충전기 '슈퍼 차저'.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테슬라 전용 전기차 충전기 '슈퍼 차저'. /연합뉴스

테슬라가 베이징 중심의 중국 시장 판매 전략을 전면 개편하고 나섰다. 테슬라 입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 베이징 중심지 거점을 교외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의 미국 기업 제재', '높은 건물 임대료 부담' 등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테슬라 차이나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베이징 내 일부 쇼룸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코로나19 확산 기간 도심 내 교통량 감소, 이에 따른 건물 임대료 상승에 따라 베이징 이외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현지 테슬라 수리 하청 업체 직원 A씨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베이징에 있던 3곳의 수리 센터를 교외로 이동시키기 위한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특히 사업 수익성이 높아진 애프터서비스(A/S) 사업장을 임대료가 저렴한 교외로 이전시키면서 A/S 분야에서 남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중국부동산협회에서 발표한 중국 내 4대 도시 건물 판매가 및 임대료. /중국부동산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중국부동산협회에서 발표한 중국 내 4대 도시 건물 판매가 및 임대료. /중국부동산협회,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앞서 2013년, 테슬라는 베이징 중심부에 중국 내 첫 테슬라 매장을 열었다. 현재 베이징 도심 지역에 테슬라 매장만 50여 곳 운영되고 있다. 특히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가 올해 발표한 ‘중국 4대 도시 오피스 가격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베이징 월평균 건물 임대료는 ㎡당 327위안으로 약 190위안의 서울보다 높았다. 상하이(310위안), 선전(237위안)도 서울을 앞질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제아무리 중국 내 두 번째로 판매량이 높은 자동차 기업이라 하더라도 전시장을 위해 사용되는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특히 테슬라 모델들이 출시된 지 5년~1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배터리 교체 등 차량 수리비 측면에서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 판매 거점을 교외로 옮기는 것은 테슬라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봤다. 

테슬라 통행 막는 중국정부

테슬라가 중국 내 판매 거점을 교외로 이동시키는 데는 중국 정부의 테슬라 차량 단속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출시한 모든 차량 외부에 많게는 8개의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다. 사각지대 없이 360도 촬영하기 위해서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영상 데이터는 저장과 공유를 할 수 있다. 클라우드로 전송할 수도 있다. 

테슬라가 선보이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을 위해서인데, 테슬라 본사에서는 차량 업데이트 등을 이유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테슬라 전기차가 모으고 있는 중국 수도권 내 도로 및 건물, 사람 등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 내 한 아파트에 '테슬라 차량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튜브
중국 베이징 내 한 아파트에 '테슬라 차량 출입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유튜브

중국 관영 매체 보도를 보면, 지난해 3월에는 중국 내 군사지역과 주택 단지 등 주변에서 중국 공안은 테슬라 전기차가 통행하는 것을 실제로 막았다. 이달 8일에는 쓰촨성 청두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부 도로에서 중국 공안들이 테슬라 차량만 확인해 청두 시내 진입을 막았다는 제보가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올라왔다. 이날은 시진핑 주석이 쓰촨성을 방문한 날이기도 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과 예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 정부 입장에선 첨단 장비를 동원한 미국 기업인 테슬라의 자동차가 중국 중심부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에 대해 무척 예민할 것"이라며 "중국 입장에선 미국의 정찰 장비가 중국의 심장을 휘젓고 다니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중국 내 테슬라의 독주가 끝났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완성차 업체인 BYD가 출시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니오(NIO)가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지르면서 강력한 경쟁 업체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제조 업체 판매량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제조 업체 판매량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BYD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완성차 업체다.

BYD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합쳐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었다. 총 64만 1350대를 판매했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56만 4743대 판매량을 보이면서 BYD에 뒤처진 상태다. 

BYD의 성장세 뒤엔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힘을 실어준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전기차 산업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왔다.

중국 정부는 2020년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전체 자동차 생산량 중 전기차 비중을 12%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148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기도 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전기차(NEV)에 대한 등록세를 내년 말까지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전기차 업체 판매 1위에 BYD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과의 예민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정부의 자국 중심 정책이 효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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