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의 일상다반사]
추억으로 남아있는 자개장농
레트로 열풍에 화려한 부활
우리에게도 빛나는 컴백 올까
추억은 기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사물들에도 언젠가는 피어날 기회가 올지 모른다. 반짝거리며.
우스갯말로 왕년에 미남미녀 아니었던 사람 없고 장롱 속에 금송아지 안 키운 사람 없다고들 한다. 대부분(?) 진실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지나간 시간에 대해 아쉬움이나 그리움의 표현이라고도 하겠다.
좋게 생각하면 가슴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희망의 뿌리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주위에 레트로 열풍이 불어온 지는 이미 한참 전이다. 요즘은 단순히 그 시절의 외관을 흉내 내기보다는 추억이라는 상품에 기억이라는 경험이 더해져 사람들을 열광케 한다.
소위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발견한 '그것'들은 그 정점이었다. 분명 낡음과 올드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묘하게 빛나는 묵직한 반짝임이 있었다.
주인공은 단연코 자개로 장식한 가구 혹은 기물이다.
맞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짐작건대 자개로 장식한 가구를 모를법한 젊은이들이 그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며 신기해 하는 걸 보니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은 구순에 가까운 친정엄마의 소싯적 '플렉스'는 바로 자개장롱 세트였다. 안방에 그것들이 놓이던 날,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마치 첫 집을 장만하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즐거웠을까? 동네방네 자랑을 해야 할듯한 표정과 행여 흠집이라도 날까 봐 기름걸레를 들고 구석구석 반짝이는 광을 내던 몸짓은 사뭇 경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부심은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편리함을 내세우는 새 디자인의 요란한 가구 광고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전통은 장인들의 심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열풍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주 고가의 거의 작품 급 가구들은 열외로 하는 말이다.
지금은 용어조차 서먹한 삼층장. 경대, 문갑, 사각장 등등··· 스티커를 붙이는 분리수거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늘을 뚫을 것만 같던 친정엄마의 '플렉스'도 함께 사그라져 버린 것은 물론이다.
내가 그걸 왜 버렸을까, 생각할수록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방송에서 자개 가구들이 등장할 때마다 후회막급의 표정으로 엄마가 하는 말이다.
유행에 밀려 또는 시간에 치어 묻히고 사그라들었던 많은 것들, 이 또한 유행일지 몰라도 다시 관심을 끌고 우리 곁에 등장하고 있다. 세대를 넘나드는 기세로 말이다. 작동이 될까 싶은 전자제품부터 녹슨 풍로까지 온갖 것들이 다시금 그 쓰임새를 찾아가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없는 게 세상만사다.
이번 그림은 사진첩에서 찾아낸 그 옛날 자개장롱의 한 부분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 화려한 공작새 날개처럼 자칫 세월에 주눅 들었을지 모르는 우리에게도 반짝이는 '컴백'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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