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와 신용 스프레드 갈수록 벌어져
MMF서 유출, 11월 금통위도 상승 요인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7일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7일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리스크 관리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레고랜드발 채권 파동을 차단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시켰지만, 기업어음(CP) 금리가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다소 안정세로 돌아왔지만, 레고랜드 사태의 도화선이 된 기업어음(CP)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4.254%에 장을 마쳤다. 장기물인 10년물 금리는 3.4bp 상승해 연 4.313%로 20년물은 연 4.233%로 4.7bp 올랐다.

또 같은 날 CD·CP 91일물 금리는 각각 3.940%, 4.550%로 마감했다. 정부의 50조원대 유동성 프로그램 조치 발표 이후에도 CP 금리는 사흘 연속 올라 1개월여 만에 124bp(1bp=0.01%포인트)나 급등했다.

국고채 금리는 지난 24일 정부 정책 발표 뒤 하락세를 보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으로 다시 상승세를 탄 것이다. 반면 회사채는 레고랜드발 신용 위기로 국고채와 격차(스프레드)가 벌어지며 금리가 급등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당장 증권사에는 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지급하는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에 대한 환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증권사 신탁자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서도 자금이 유출돼 CP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집계를 보면 MMF 시장에서는 한 달 사이 약 21조3227억원의 순자산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유출세가 심각하다. 과거에는 통상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에 투자가 몰리면서 CP 종목의 수급이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레고 사태는 ABCP 거래가 마비되면서 CP를 더 높은 금리로 발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까지 덮친 것이다.

강원도청의 레고랜드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촉발된 채권 파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전경 /강원도청
강원도청의 레고랜드 지급의무 불이행으로 촉발된 채권 파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 전경 /강원도청

금융 데이터상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이날 CP 91일물 금리와 CD 91일물 간의 금리 스프레드는 610bp를 기록해 한 달 만에 490bp 넘게 벌어졌다. CP와 CD 금리의 격차가 커질수록 기업의 신용 위험도가 은행보다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한국은행은 오는 11월 1일부터 3개월간 한시적으로 대출 적격담보증권과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공개시장운영 RP(환매조건부채권)매매 대상 증권을 확대키로 했다. 또 일각에선 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무제한 매입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또 이런 가운데 한은이 오는 11월 24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금통위 발표 이전에 매수를 꺼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발행 측은 거꾸로 공급을 늘리려고 하는 움직임도 CP 시장의 약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CP 스프레드는 팬데믹을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며 "정책당국에서 채안펀드 및 회사채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제시했지만, 한번 무너진 심리를 세우는 것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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