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의 쉘위댄스] (9)
중증 시각장애인인 여성 파트너
24시간 동행하며 여러 대회 참가
결국 일주일 간 쓰러졌다 일어나

댄스 경기대회 출전은 강철체력이 필요하다. /사진=강신영
댄스 경기대회 출전은 강철체력이 필요하다. /사진=강신영

한창 댄스 경기대회에 나갈 때 파트너 중 한 명은 중증 시각장애인이었다. 가장 오랜 기간 파트너로, 그리고 덕분에 좋은 전적을 만들 수 있었다. 플로어에 나가면 왈츠, 탱고, 퀵스텝, 폭스트로트, 비에니즈 왈츠를 연이어 추는 스탠더드 5종목 전문선수였으므로 단종목만 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5배의 상당한 체력을 요구했다.

보통 장애인 댄스경기대회는 오전에 열린다. 선수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오전에 대회가 끝나고 돌려보낸다. 그러나 체육관은 하루 단위로 임차하므로 같은 장소에서 오후에 일반인 대회가 열린다. 일반인 대회도 두 대회를 겹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00시장배 댄스스포츠 챔피언대회’, ‘ 00일보 사장배 댄스 경기대회’ 등으로 경기장을 하루 빌린 김에 본전을 뽑는 것이다. 그러면 두 대회에 동시 참가 신청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방에서 대회가 열리면 부부인 경우 전날 가서 쉬고 다음 날 아침에 경기장에 가지만, 부부가 아닌 경우, 보통은 당일 새벽에 출발한다. 그러므로 전날부터 밤잠을 설친다. 도착하자마자 경기장을 익히기 위해 리허설을 해 본다.

밤 시간 지하 연습장에서 하던 것과 낯선 장소에서 환한 대낮에 경기를 하게 되면 방향 감각 등에서 혼선이 올 수 있다. 그래서 리허설은 굉장히 중요하다. 더 늦어지면 다른 선수들도 몰려오기 때문에 먼저 가야 그나마 공간을 이용한다. 그 후로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장소를 계속 익힌다.

오전의 장애인 대회는 전공인 스탠더드 5종목은 물론 4종목, 3종목까지 뛴다. 5종목을 할 줄 알면 4종목, 3종목은 5종목에서 한두 가지 종목을 빼고 추는 것이므로 더 쉽기 때문이다.

다른 장애인들은 오전에 대회가 끝나면 그 길로 귀경한다. 그러나 내 파트너는 남아서 나와 같이 일반인 대회를 뛰어야 하므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대회장에서의 휴식은 따로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대회장 복도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눕는다. 내 파트너가 쪼그리고 누웠는데 완전히 뻗었다. 차마 미안해서 깨우지 못할 정도로 피곤해 보였다. 밤에도 안마 일로 밤잠을 거의 못 잤다고 했다.

다시 일반인 대회는 스텐더드 5종목, 4종목, 3종목을 뛰는데 일반부, 장년부, 아마추어부 등 각각 참여하는 선수가 다르다. 그런데 내 경우는 모두 해당되므로 다 뛰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선부터 결승까지 올라가자면 하루 종일 상당히 여러 번 플로어에 올라가야 한다.

대회 타임 테이블은 리플렛에 미리 인쇄되어 나와 있지만, 참가 선수에 변동이 생기면 수시로 바뀌기도 해서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내 파트너는 뻗어 누웠지만, 나는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깨어 있는 동안에도 늘 플로어를 보며 파트너를 어떻게 리드해야 할 것인가 상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예선전은 그나마 타임 테이블이 띄엄띄엄 되어 있어 그 사이에 잠시 쉴 수는 있다. 그러나 결승에 오르면 장년부, 일반부, 아마추어부가 연속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공백도 없이 5종목을 세 번 연속으로 춰야 한다. 상당한 체력을 요구한다.

청주에서 열린 대회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자정에 끝났다. 부부라면 청주에서 자고 오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밤 12시 넘어서 귀경하기 바빴다.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중노동에 허기까지 지니 해장국이라도 대접해 보내야 했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그녀는 안마 일로 밤을 새웠고 전날 새벽 4시에 양재역에서 만나 출발했으니 무려 24시간을 같이 보낸 것이다. 그녀는 그 후 일주일간 또 뻗었다고 했다.

체력은 평소 연습량에서 나온다. 그래야 폐활량, 근력이 길러진다. 순발력도 생긴다. 그래서 주로 빠른 템포의 퀵스텝과 비에니즈 왈츠로 체력 훈련을 한다. 연습을 하루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심사위원과 선생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중이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댄스스포츠는 생활체육이기도 하고, 사교, 레크리에이션의 속성도 있으나 나처럼 경기대회 출전의 경우는 전문 선수로서 엘리트 체육의 범주에 속한다. 전국체전 정식 종목이고 아시안 게임까지도 정식 종목이다. 올림픽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시범 종목으로 선을 보였고 정식 종목이 되기 위해 기회를 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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