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16)
시니어에게는 느린 춤인
룸바, 왈츠가 잘 맞는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댄스 교습은 일단 여러 종목의 춤을 초급 과정만 가르쳐 본다. 한 종목을 깊이 파서 중급 과정으로 가는 동안 못 따라가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사실 중급 과정으로 올리려면 초급 과정을 여러 시간 반복하고 배우는 사람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대상이 시니어들이라면 일단 각 종목별 초급 과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호하는 종목을 반복 학습시키는 것이 좋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다.
춤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일단 흥겨운 음악에 맞춰 주는 춤을 좋아한다. 라틴댄스 중 자이브의 인기가 가장 좋다. 음악이 신나기 때문이다. 차차차도 그런대로 잘 따라 하고 좋아한다.
그러나 시니어들이라면 몸이 못 따라가는 것을 실감하며 서서히 포기하게 된다. 자이브나 차차차가 빠른 템포의 춤이기 때문에 시니어들로서는 버거운 것이다. 보통 3분이 넘는 음악 한 곡을 춤으로 다 소화하려면 체력적으로도 힘들어한다. 피겨가 늘어갈수록 더 힘들어한다. 남자가 피겨를 리드해야 하는데 기억력이 받쳐 주지 못하는 것이다.
음악은 빠르고 몸은 못 따라가고 파트너는 앞에 있으니 제대로 못하면 당혹스러워진다. 마음은 젊을 때 기분인데 순발력도 예전만 못하고 동료들이 추는 것을 봐도 자태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좀 젊은 여성들은 느린 춤인 룸바를 좋아한다. 끈적끈적한 느낌이 좋다거나 음악이 느려서 몸이 좀 덜 힘들 것 같다는 이유다. 다른 춤도 대부분 비슷하지만, 룸바는 특히 여성의 춤이다. 여성 특유의 신체조건인 볼록한 유방 선, 가는 허리 선, 그리고 풍만한 히프 선을 바디라인으로 하여 바디 무브먼트를 하며 음악을 천천히 타는 춤이다.
사랑의 춤이라고도 한다. 4/4 박자인데 3스텝을 사용하는 춤이다. 한 스텝이 2박자가 되는 부분을 시간이 더 주어지면서 바디라인을 살려 바디를 움직이는 춤이다. 원래 느린 춤이 더 어렵다. 2박자가 되는 스텝 부분을 발만 옮겨 놓으면 뻣뻣한 춤이 되고 말지만, 천천히, 느낌 있게 몸을 쉬지 않고 움직이면 아름답다.
룸바도 커플 댄스지만, 유럽의 나이트클럽에서 본 룸바는 혼자 추는 여성들이 많았다. 혼자서도 몸을 교태스럽게 움직이며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춤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여성 특유의 아름다운 바디 라인과 바디 무브먼트를 즐길 수 있었다.

모던댄스에서 느린 춤이 왈츠와 폭스트로트라면 빠른 춤은 탱고, 퀵스텝, 비에니즈 왈츠다. 역시 빠른 춤은 겁부터 먹고 제대로 추지 못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려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결국 슬로 왈츠가 가장 적합한 춤이다.
폭스트로트도 좋은 춤이지만, 숙달까지는 어렵기도 하고 왈츠가 우선 배워야 하는 기본 종목이다. 음악부터 은은하고 우아하기 때문에 분위기에 젖는다. 몸만 만들어지면 멋진 춤을 출 수 있는 것이다.
시니어들이라 갈비뼈 하단을 거의 붙이는 바디 컨택트에 대한 부담감이 젊었을 때보다 덜하다. 시선도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추는 것이 부담감이 덜하다고 한다. 라틴댄스에서 아이 콘택트를 하라고 했더니 서로 무안해서 몇 초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던 것에 비하면 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틴댄스처럼 한 자리에서 추는 춤이 아니고 플로어를 따라 돌면서 추는 춤이다 보니 어려움을 호소한다. 동선이 길고 각도가 있어서 방향이 이리저리 꼬이니 방향감각까지 정신이 없는 것이다.
강습 시간에 집중하여 맹연습을 하든지, 일주일간의 공백 기간 동안 집에서 연습이라도 열심히 해 오면 좋겠지만, 시니어들에게는 무리한 요구다. 반복연습이 왕도인데 단순히 스텝을 반복하라고 하면 금방 싫증을 내는 것이 사람들 심리다.
중장년들이 춤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라틴댄스 5종목, 모던댄스 5종목을 다 섭렵해 보라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더 든 시니어들에게는 그 사람에 맞는 춤을 콕 집어 알려주고 집중적으로 배워보라고 한다. 얕고 넓게 춤을 배우는 방법도 좋지만, 깊이 있게 한 종목에 집중해서 그 춤에 푹 빠져 보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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