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쉘위댄스] (17)
프로는 웃고 있지만 아마추어는 경직된 표정
피겨 김연아 선수 특유의 싸늘한 미소는 압권
완벽할 필요 없어···틀리더라도 여유 가져야
댄스 초보자는 스텝이 틀릴까봐 시선을 아래로 깔기 바쁘다. 그러나 수준이 올라가면서 시선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얼굴 표정에서 그 수준이 완성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전성기 때 다른 경쟁자들을 압도한 이유로 점프의 높이와 비거리, 우아한 몸짓, 애절한 표정 연기를 꼽는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표정과 연기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든다는 평가였다. 탱고를 좋아하는 김연아 선수가 원래 탱고에서는 웃지 않아야 하지만 특유의 싸늘한 짧은 미소는 압권이었다.
댄스 경기대회에 가보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한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표정연기다. 일반인들이나 아마추어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바로 얼굴이 경직되어 몸까지 경직되어 보인다. 음악 맞춰야지, 루틴 안 틀리게 춰야지, 자세 유지해야지, 심사위원들 신경 쓰이지, 응원하러 온 사람들이나 관중들까지 의식하려니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다. 당연히 춤도 경직되게 출 수밖에 없다. 반면에 프로 선수들은 모든 것을 넘어서며 얼굴에 여유로운 웃음을 띠고 음악에 맞춰 자신 있게 리드해 나간다.
즐거워야 할 댄스파티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이 즐거워 보이지 않고 전투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 즐기지 못하고 너무 긴장해 있는 것이다. 복잡한 플로어에서 너무 완벽하게 잘 추려고 할 필요 없다. 틀릴 수도 있고 틀리더라도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여기서도 표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에는 댄스를 가르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스텝은 가르쳤지만 표정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표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김연아 선수의 예를 보더라도 일찌기 간파했어야 했다. 피겨나 춤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표정 연기는 몸 연기의 백미이므로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인류학자 폴 애크만(Paul Ekman)이라는 사람이 환한 표정으로 웃는 사람의 표정을 ‘뒤센의 미소(Duchenne Smile)’라고 명명했다. 뒤센이라는 프랑스 사람은 사람이 웃을 때 움직이는 근육에 대해 연구했는데 웃는데 진짜 미소는 오직 입술이 위로 당겨지며 두 눈이 약간 안쪽으로 모아지면서 눈가에 주름이 나타나고 양 뺨의 상부가 올라가고 눈가 괄약근이 수축하는 웃음만이 진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친절을 주 무기로 하는 백화점 점원이나 관광안내원들의 표정을 보면 손님이 다가갔을 때 미소로 대한다. 그러나 손님은 이미 다가가기 전에 점원이 딱딱한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봤기 때문에 그 미소는 인위적인 가짜 미소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럴 땐 진심에서 나오는 서비스가 아니라 강요에 의해 작위적 수준의 서비스라는 것을 알고 씁쓸해진다.
만약 점원이나 안내원들이 평상시에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면 다가가는 손님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을 것이고 미소 짓는 본인도 좋은 마음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커와 켈트너(Kacker &Keltner)라는 사람은 졸업생들의 졸업 앨범 속에서 뒤센의 미소를 짓고 있는 50명을 무려 30년간 분석했더니 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연구 조사 결과도 있다.
‘웃음 치료’라 하여 억지로라도 웃으면 건강에 좋다고 한다. 실제로 그 덕을 봐서 암 같은 난치병을 고치거나 경과가 좋아졌다는 사람도 있다. 억지 웃음이든 진정한 웃음이든 몸에서 좋은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웃고 있으면 인상이 좋아지고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게 된다. 반면에 찡그린 얼굴이나 심각한 얼굴은 상대방에게 무거운 느낌을 준다. 하커와 켈트너(Kacker &Keltner)의 조사 결과와 일치할 수밖에 없다.
댄스를 한 덕분에 자세가 좋아지고 건강해진다. 웃는 인상까지 하커와 켈트너(Kacker &Keltner)의 조사 결과를 염두에 두고 평소 웃는 인상을 연습해 둔다면 미래도 밝아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왕이면 가짜 미소보다는 진짜 미소를 연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 찍을 때만 웃는 웃음은 백날 해봐야 도움이 안 된다. 플로어에 서서 좋은 음악에 취해 진짜 ‘뒤센의 미소’가 나오도록 연습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려면 평소 긍정적인 마인드로 범사에 감사해야 ‘뒤센의 미소’ 연습이 자연스럽게 된다. '뒤센의 미소'는 행복을 부르는 미소인 것이다. 춤추는 사람들에게는 뒤센의 미소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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