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3)
대만 판매원 "한국선 구경도 못할 최상품"
전문 감정 받아 보니 차돌을 염색한 짝퉁
오팔·비취·자수정.
지인의 보석 3가지는 유색 보석이다. 유색 보석의 감별은 과학이다. 장비를 통해 광학적, 물리적 특성을 검사하면 보석의 종류는 물론이고 천연석인지 합성석(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인지, 혹은 모조석(유리나 플라스틱 표면에 셀로판지 같은 색을 붙이거나 반짝이는 코팅을 입힌 것)인지 알 수 있다. 보석의 색과 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처리를 가했는지도 드러난다.
지인이 대만으로 패키지 여행 갔을 때, 비취 전문점에서 1992년 1월 29일 구입한 비취 4개. 당시 가격은 미국 달러 550달러. 판매원과 여행 가이드가 “국내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최상품으로 비취의 산지라 가격이 저렴하다”고까지 설명했다.

그런데 감정 결과는 충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리소프레이즈(Chrysoprase)와 염색한 쿼차이트(Dyed Quartzite)로 둘 다 비취가 아니었다. 대만에서 구입해온 보석 4개는 2가지의 모양이다. 사진의 왼쪽은 크리소프레이즈. 사진의 오른쪽은 염색한 쿼차이트. 비취, 즉 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제이다이트(Jadeite)나 네프라이트(Nephrite)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보석이다.
크리소프레이즈는 비취와 닮아 보여 비취와 혼동하기 쉽다. 크리소프레이즈는 청포도 색, 풋사과 색의 녹색을 가진 보석으로 호주가 주요 산지로, 국내에서는 ‘호주 비치’라는 별명이 있다.
쿼차이트는 수정으로 투명도가 반투명 정도의 상태를 말한다. 지인의 보석은 염색한 쿼차이트. 즉 에메랄드나 비취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쿼차이트에 색소를 침투시켜 녹색으로 염색한 것이다. 쿼차이트는 한글로 표현하면 '차돌'이다. 더 쉽게 말하면 하얀 차돌을 녹색으로 염색한 것이었다.

대만 비취
지인이 구입한 영수증에는 ‘대만 비취’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는 호주 비취처럼 시장에서 통용되는 용어로 세계 시장에서 '대만 비취'는 연옥을 의미한다. 연옥(Nephrite)은 미색(米色, 쌀의 빛깔같이 매우 엷은 노란색)부터 옅은 녹색, 짙은 녹색까지 다양하다. 연옥 중에서 짙은 녹색을 대만 비취라고 부르는데 일명 ‘쑥비취’라고도 한다. 짙은 녹색으로 송편의 쑥 색과 같다.
지인이 사온 것은 비취도 아니고 대만 비취도 아닌 일종의 사기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실을 몰랐던 지인은 차돌을 비취라 믿고 장롱 서랍에 30년 넘게 고이고이 간직해온 것이었다. 30년 전에 550달러라는 큰 돈을 지불한 보석 4개(크리소프레이즈 2개와 쿼차이트 2개)가 현재 도매가 기준으로 개당 가격이 2만~3만원선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보석을 사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겉을 봐서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보석이다. 보석을 제대로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식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자주 사는 물건이 아닌데다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보석의 원산지라고 막연히 좋은 물건을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큰돈을 들여 해외에서 사오기 십상이다.
해외에서 상질의 보석을 좋은 가격에 구입해온 경우도 많을 것이다. 지인의 가짜 비취 사건은 한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더구나 30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났다. 해외 여행에서 보석 산지의 쇼핑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구입 전에 꼼꼼하고 세심하게 보증서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필자가 지인의 동의를 얻어 감정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는 이유는,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이런 일이 재발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석 감별을 진행했던 한미보석감정원 김영출 원장은 보석을 구입할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판매처에서 사라’ 고 권유했다. 보석에 대한 보증서가 있고, 보증서에 있는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판매처에서 구입하라는 얘기였다. 또한 구입 후에도 보석이나 주얼리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수선할 수 있고, 교환이나 환불을 원할 경우 손쉽게 상담할 수 있는 판매처에서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한가지 더 팁이 있다. 2019년부터 국내 수입 나석류에 부과되던 특수소비세가 폐지된 걸 아시는지. 2020년 4월부터는 관세도 면제됐다. 국내 보석상들이 해외의 유명 산지보다 더 높은 급의 최상질의 보석을 보유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나석을 구입할 경우, 특소세 폐지ᆞ관세 면제로 국내에서 사는 것이 전세계 그 어디보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최상급 비취라 믿었던 비취가 '차돌'로 드러나는 일이 또 일어나선 안 되지 않을까? 이게 대만 비취에 국한된 일일까? 마지막 편에서 국산 자수정의 정체를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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