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14)
지인의 대만 비취 감정하다 학원 등록
내친 김에 보석감정사 시험까지 도전

대만 비취 때문에 시작한 보석감정사 시험. /사진=민은미
대만 비취 때문에 시작한 보석감정사 시험. /사진=민은미

필자가 보석감정사 자격증 준비를 시작한 것은 대만 비취 때문이었다.

[더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봄] 연재를 시작할 무렵 지인의 비취·오팔 사기 사건을 접했다. 당시 업계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한미보석감정원의 김영출 원장님이 보석 감정 결과를 하나하나 직접 설명해주신 적이 있었다. 김 원장은 설명을 녹음하는 것까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보석·주얼리 분야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화학 공식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쉽게 글로 옮기기가 만만찮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해왔으나 대만 비취에 막혔다. 제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사건의 발단이 된 대만비취(좌). 사진은 연옥으로 대만비취는 연옥의 한 종류이다. /민은미
사건의 발단이 된 대만비취(좌). 사진은 연옥으로 대만비취는 연옥의 한 종류이다. /민은미

김영출 원장님의 설명을 몇 번 반복해서 들어봤지만, 비취, 대만 비취, 호주 비취, 쑥 비취, 크리소프레이즈, 쿼차이트 등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인지 막상 내 자신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비취와 대만 비취가 무엇이 다르다는 건지.

보석·주얼리 관련 기사를 쓰는 데는 몇가지 어려움이 있다. 그중 한가지가 참고할만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계 논문, 언론 보도, 업계에서 나오는 자료와 서적을 봐도 궁금증을 재대로 해소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광고성을 배제한 콘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언론 보도는 광고성 기사를 제외하면 경매·고가·밀수·사치품 등 특정 사건의 틀, 혹은 한정된 시야 안에서만 다뤄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무렵에 4월 30일 개강하는 유색 보석 감별 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로 당장 수업 등록을 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민내일배움카드가 아닌 개인 비용 부담 100%로 등록한 경우는 필자가 유일한 듯했다. 내일배움카드 발급까지 최소한 일주일이 소요되는데, 개강 전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보석용 현미경으로 스톤의 내부를 보게 된다. /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보석용 현미경으로 스톤의 내부를 보게 된다. / 한국보석학원 인스타그램

막상 수업을 듣고 보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은 8주간 토요일 10시~5시 진행됐다. 강사의 설명은 졸릴 틈조차 없이 흥미 있었다. 2번째 수업에서 비취에 대한 설명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궁금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소될 만큼 강의가 명쾌했다. 

얼추 강의 경력 20년은 되어 보이는 강사 선생님은 미국 GIA GG(Graduate Gemologist)와 MV(Master Valuer), 영국 FGA(Fellows of the Gemological Association), 한국 AGK(Authorized Gemologist Korea) 자격을 보유한 분이었다. 그간 겪었던 다양한 보석 산지, 페어에서의 경험을 곁들여 설명해줘서 지루할 새가 없었다. 무엇보다 걸쭉한 말솜씨가 일품이었다.

이로써 ‘30년 전 550달러 주고 산 대만 비취’라는 제목의 기사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해당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몇 주간 수업을 듣다 보니 수강생 대부분이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얼떨결에 필자도 필기시험에 동참하게 됐다.

여성경제신문 5월 18일자에 게재된 필자의 [더봄] 칼럼. /여성경제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필기 시험 한 달을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전자 문제집 사이트에서 기출문제를 계속 풀고 이론서를 사서 독학했다. 기출문제를 보니 루비(경옥), 칼세도니(옥수), 타이거스 아이(호안석) 같은 영문, 국문 용어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 많았다.

보석을 보면서 실습을 반복한다. /사진=민은미
보석을 보면서 실습을 반복한다. /사진=민은미

샤토얀시(Chatoyancy)라는 용어는 보석 표면에 고양이 눈과 같은 광택을 내는 특수효과를 말하는데 묘안으로도 불린다. 헤마타이트, 히데나이트, 스포듀민, 조이사이트 등 처음 들어본 보석 이름들도 있었다. 이런 것들이 필자에게는 첫 난관이었다.

필기시험 당일, 시험 직전에 들었던 "58점으로 떨어졌다"는 여성의 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했다. 모든 시험은 컴퓨터로 이루어졌고 지정석으로 내 자리인 제 3교실, 14번의 컴퓨터 화면에는 이미 내 사진이 나와 있었다.

시험은 4지선다형이다. 1시간 안에 60 문제를 풀고 제출 버튼을 누르면 바로 결과가 나온다. 첫 문제부터 아리송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시간은 비교적 넉넉했다. 실수로 쉬운 문제에서 틀리지 않도록 문제 전체를 3번 검토했다. 마지막까지 긴가민가하는 문제도 있었다. 종료 10분 전, 제출 버튼을 눌렀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OO점. 합격했습니다.’

결과는 합격! 지난 한 달간 노력이 헛되지 않았나보다. 대만 비취로 인해 시작된 도전. 합격을 확인하고 대만 비취에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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