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은미의 보석상자] (5)
한국산 자수정의 감정 결과 공개
합성석인지 천연석인지 확인해야

[더봄]의 시작을 함께 한 3가지 보석, '오팔·비취·자수정'.

장롱 서랍 속에 30년 넘게 보관해 왔던 보석 감정에 관한 시리즈 기사가 나간 후, 주위의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떤 분은 호주 오팔, 대만 비취와 유사하게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다른 이는 해외에서 진주, 다이아몬드 등을 사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다른 지인은 자신이 ‘보석 감정사’라는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속았던, 눈뜨고 코가 베인 사례를 얘기해 주었다.

호주산 오팔, 대만산 비취에 이어 한국산 자수정의 감정 결과를 소개한다. /민은미
호주산 오팔, 대만산 비취에 이어 한국산 자수정의 감정 결과를 소개한다. /민은미

이 외에 ‘나도 장롱 속 깊이 묵혀둔 보석이 있는데 기사를 보고 꺼내 봤다. 혹은, 꺼내 봐야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또 한가지 요청이 있었다. 앞선 기사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간 한국산 자수정에 대한 감정 결과를 자세하게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자수정(Amethyst)은 국내에서 산출되는 몇 안 되는 보석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질의 자수정을 산출하는 나라였다. 경남의 언양과 울진 지역에서 아직도 훌륭한 자수정이 극소량이지만 산출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질의 자수정을 산출하는 나라다. 경남의 언양과 울진 지역에서 아직도 훌륭한 자수정이 극소량이지만 산출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픽사베이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질의 자수정을 산출하는 나라다. 경남의 언양과 울진 지역에서 아직도 훌륭한 자수정이 극소량이지만 산출되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픽사베이

지인은 남편에게 선물 받은 2개의 자수정을 소장하고 있었다. 언양 근처 자수정 광산에서 난 한국산으로 알고 있다. 과연 한국산 자수정이 맞을까. 가치는 어떨까. 감정 결과를 소개한다.

한국산 자수정의 색

유색 보석의 산출지는 의미가 크다. 같은 종류의 보석이라도 지역에 따라 색상, 투명도, 광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색 보석은 특정 지역 출신만으로도 빼어난 색상으로 월등한 가치를 갖게 된다. 미얀마(버마)산 루비, 콜롬비아산 에메랄드, 스리랑카산 사파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감별서에 표기된다. 감별서(Gem Identification & Origin Report)에 있는 원산지 보증은 과학적인 근거와 연구에 기초한 것으로 감정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레드 스피넬 등 일부 보석에 한해 가능하다.

지인의 보석은 한국산 자수정이 갖는 독특한 색의 특성과 내포물을 갖고 있었다. /픽사베이
지인의 보석은 한국산 자수정이 갖는 독특한 색의 특성과 내포물을 갖고 있었다. /픽사베이

자수정의 경우,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수정은 전세계 각지에서 폭넓게 산출되는데 특정 지역을 산출지로 보증할만한 과학적인 근거가 지금까지는 충분치 않다. 따라서 자수정은 감별서에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는다. 다만, 보석이 갖는 색 분포와 내포물(현미경으로 관찰되는 보석 내부의 결정, 침상, 색대 등의 특징)을 통해 산출지를 유추할 수 있다.

지인의 보석은 한국산 자수정이 갖는 고유의 색과 내포물을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한국산 자수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천연석과 합성석

천연석은 자연이 만들어낸 돌이다. 합성석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천연석과 물리적, 광학적 특성이 같다. 겉모습도 똑같다. 하지만 천연석에 비해 금전적인 가치는 현저하게 낮다. 천연석과 합성석은 보석 감정 장비를 통해 구분할 수 있다.

합성석은 역사가 길다. 1890년에 합성 루비가 처음 개발되어 100년이 넘는다. 보석은 장신구용뿐만 아니라 공업용으로 산업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고급 시계의 사파이어 유리, 시계 내부의 루비 부품, 기계의 다이아몬드 칼날 등이다. 자수정은 수정의 한 종류로 수정은 고온에 견딜 수 있어 조명, 광학 렌즈, 강화 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반도체 제조 공정 및 광섬유의 중요 재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업용과 함께 장신구용 합성 수정은 1950년대에 개발되어 1970년대에 시장에 널리 유통되었다. 우리의 고조ᆞ증조 할머니의 보석 반지도 합성석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다행히 지인의 자수정은 천연석이었다. 자수정 2개는 각각 다른 색(옅은 보라색과 짙은 보라색)이지만 둘다 상급의 색을 지니고 있다. 자수정은 대중적인 선호도가 가장 높은 4대 보석(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다. 또한 젊은 층보다는 중ᆞ장년층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자수정은 비교적 큰 사이즈가 선호도가 높다. (위)7.23캐럿 자수정 반지, 0.70캐럿(2개) 자수정 귀걸이, (아래) 4.37캐럿 자수정 목걸이, 17.31캐럿 자수정 반지. /젬키주얼리
자수정은 비교적 큰 사이즈가 선호도가 높다. (위)7.23캐럿 자수정 반지, 0.70캐럿(2개) 자수정 귀걸이, (아래) 4.37캐럿 자수정 목걸이, 17.31캐럿 자수정 반지. /젬키주얼리

자수정에는 대만 비취 사기 사건, 호주 오팔 바가지 사건 같은 충격은 없었다. 지인이 알고 있던 그대로 천연석이었으니까. 단지, 자수정 2개 모두 크기가 작아 금액으로 그 가치를 책정하기 어려웠다.

감정을 진행한 한미보석감정원 김영출 원장은 “자수정의 경우, 합성 자수정이 널리 유통되고 있어 합성석을 천연석으로 알고 구입하는 일이 없도록 구입 시 반드시 감별서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호주산 오팔, 대만산 비취, 한국산 자수정. 3가지 중에 한국산 자수정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셈이다. 그래도 국산 제품이 1등, 진품이었다니 다행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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