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16가지 성격 유형 검사도구
묻고 답하며 관계 가까워져
"목적 아닌 도구로 활용해야"
|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대학생 이모 씨(여∙22)는 최근 아르바이트 회식에 참석했지만 참석자들 중 아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작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어 한 타임 당 일하는 인원수가 단 2명이기 때문이다. 어색한 침묵을 깬 건 MBTI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씨는 “서로 MBTI를 유추하고 자신의 MBTI를 밝히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며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수단으로는 MBTI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씨에게 MBTI는 새로운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16personalities(16가지 성격 유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MBTI 응답자 수는 약 4000만 명(2021년 5월 14일 기준)을 기록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활용되는 MBTI
사람들은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한 가벼운 대화를 시도한다. 소개팅 대상자, 업무 파트너 등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관계는 이러한 대화로 시작된다. 박모 씨(24)는 지금까지 여러 번의 MBTI 검사를 했다. 응답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가 바뀌었다. 그러나 박씨는 “MBTI는 과몰입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재미있는 대화 주제다”라고 말했다. 박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스스로가 MBTI에 과몰입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테스트할 때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지고 테스트 문항도 조금 애매한 게 많다고 생각해서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 그렇다면 왜 MBTI를 자주 하는가.
“진지하게 16개 유형으로 성격을 다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어서 한다.”
— MBTI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지.
“MBTI가 요즘 대세인 성격 테스트이고 '밈(Meme·문화 전달 단위)'처럼 한국에 많이 트렌드화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랑 친해질 때 예전에 혈액형을 물어보는 것처럼 이제는 MBTI를 물어보면서 대화를 튼다.”

친구와 연인 사이엔 맞추는 재미
이모 씨(여·22)는 SNS에 자신의 MBTI를 맞춰보라는 스토리를 올렸다. 친구들은 선택지 중에 가장 그녀와 맞을 것 같은 유형을 고른다. 이씨는 “SNS에 내 유형을 맞춰보라고 했을 때 친한 친구들이 정확히 맞추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친한 친구에게 MBTI 유형을 물어보고 내가 파악했던 그 친구와 유형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친구 사이에서는 MBTI가 하나의 퀴즈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 씨(여∙23)는 매일 연인과 MBTI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김씨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MBTI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니까 보게 된다”며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도 활용한다. 내가 그 사람을 잘 파악했는지,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등을 알고 결론적으로 더 사이가 돈독해지기 위해 본다”고 덧붙였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해 제시한다. 김모 씨(23)는 이 테스트의 장점으로 검사는 간단하지만 심도 있게 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뽑았다.
MBTI 과몰입, 인간관계 경계심 유발
김씨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정반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진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MBTI를 그저 재미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몰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겐 MBTI를 통한 자기소개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모 씨(22)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무슨 유형인지로 대충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다. 특정 유형은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MBTI를 상대방을 유추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자신과 상극인 유형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인터TV를 운영하는 손상윤 씨는 MBTI가 주는 편리함 뒤에 경계해야 할 부분을 강조했다. “MBTI는 타인을 대충 이해해 보려고 하는 건데, 그걸로 너무 재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MBTI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