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본 세상]
16가지 성격 유형 검사도구
묻고 답하며 관계 가까워져
"목적 아닌 도구로 활용해야"

여성경제신문은 국민대학교 '뉴스문장실습 수업'(담당 허만섭 교수)과 함께 2022년 연중기획으로 '청년이 본 세상', 일명 '청세' 코너를 운영합니다. 청년의 눈으로 본, 그들이 겪은 다양한 사회 현상을 그들의 글로 담아내겠습니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편집자주
MBTI는 2030세대에게 '아이스브레이킹' 도구로 인기가 높다. /픽사베이
MBTI는 2030세대에게 '아이스브레이킹' 도구로 인기가 높다. /픽사베이

대학생 이모 씨(여∙22)는 최근 아르바이트 회식에 참석했지만 참석자들 중 아는 사람은 손에 꼽혔다. 작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어 한 타임 당 일하는 인원수가 단 2명이기 때문이다. 어색한 침묵을 깬 건 MBTI를 묻는 질문이었다. 이씨는 “서로 MBTI를 유추하고 자신의 MBTI를 밝히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며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수단으로는 MBTI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씨에게 MBTI는 새로운 사람과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16personalities(16가지 성격 유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MBTI 응답자 수는 약 4000만 명(2021년 5월 14일 기준)을 기록했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활용되는 MBTI

사람들은 누군가와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기 위한 가벼운 대화를 시도한다. 소개팅 대상자, 업무 파트너 등 사회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거의 모든 관계는 이러한 대화로 시작된다. 박모 씨(24)는 지금까지 여러 번의 MBTI 검사를 했다. 응답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가 바뀌었다. 그러나 박씨는 “MBTI는 과몰입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과 친해질 수 있는 재미있는 대화 주제다”라고 말했다. 박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스스로가 MBTI에 과몰입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테스트할 때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지고 테스트 문항도 조금 애매한 게 많다고 생각해서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

— 그렇다면 왜 MBTI를 자주 하는가.

“진지하게 16개 유형으로 성격을 다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재미있어서 한다.”

— MBTI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지.

“MBTI가 요즘 대세인 성격 테스트이고 '밈(Meme·문화 전달 단위)'처럼 한국에 많이 트렌드화가 된 것 같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랑 친해질 때 예전에 혈액형을 물어보는 것처럼 이제는 MBTI를 물어보면서 대화를 튼다.”

 

16personalities 통계 웹사이트 캡쳐.
16personalities 통계 웹사이트 캡쳐.

친구와 연인 사이엔 맞추는 재미

이모 씨(여·22)는 SNS에 자신의 MBTI를 맞춰보라는 스토리를 올렸다. 친구들은 선택지 중에 가장 그녀와 맞을 것 같은 유형을 고른다. 이씨는 “SNS에 내 유형을 맞춰보라고 했을 때 친한 친구들이 정확히 맞추는 것이 너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친한 친구에게 MBTI 유형을 물어보고 내가 파악했던 그 친구와 유형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친구 사이에서는 MBTI가 하나의 퀴즈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대학생 김모 씨(여∙23)는 매일 연인과 MBTI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김씨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MBTI와 관련된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니까 보게 된다”며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서도 활용한다. 내가 그 사람을 잘 파악했는지, 어떤 행동을 좋아하는지 등을 알고 결론적으로 더 사이가 돈독해지기 위해 본다”고 덧붙였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해 제시한다. 김모 씨(23)는 이 테스트의 장점으로 검사는 간단하지만 심도 있게 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뽑았다.

MBTI 과몰입, 인간관계 경계심 유발

김씨는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생각과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며 “정반대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고 관계를 진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MBTI를 그저 재미로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몰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겐 MBTI를 통한 자기소개는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모 씨(22)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무슨 유형인지로 대충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다. 특정 유형은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MBTI를 상대방을 유추하는 도구로 활용하며 자신과 상극인 유형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인터TV를 운영하는 손상윤 씨는 MBTI가 주는 편리함 뒤에 경계해야 할 부분을 강조했다. “MBTI는 타인을 대충 이해해 보려고 하는 건데, 그걸로 너무 재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MBTI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