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李 총질에 국민의힘 선대위 총 사퇴까지
'호랑이상' 박근혜·김종인 등에 탄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전열을 가다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 선대위는 파열음이 연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 이준석 당대표가 있다.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을 거론하며 선대위 활동을 전면 보이콧 선언한 바 있으며 윤석열 대선후보와 울산 회동 후 복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선대위 직책을 자진 사퇴했다. 많은 이들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작은 트집을 핑계 삼아 또다시 반기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간 이준석 대표는 언론에 등장해 자당의 선대위를 연신 저격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질 것이라는 공개적인 험담도 마다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대표가 아닌 민주당 대표로 착각할 정도다. 일부에서는 먼저 포용해야 할 당대표가 내부에 총질을 해댄다고 뒷말이 많았다. 당대표 사퇴까지 거론됐다. 결국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종인 위원장을 포함해 전원 사퇴하는 상황이 됐다.

김종인과 이준석의 '쿠데타'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만약 선대위에 김 위원장만 남았더라면, 새로 꾸려지는 선대위에서 대선후보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했을 것이다. 그럼 향후 선대위는 김 위원장이 호감을 가졌던 최소한의 인사들로 채워졌을 것이고, 거부감을 가졌던 인사들은 캠프에 얼씬도 못했을 것이다. 그럼 윤 후보도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만들어주는 조직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을 것이다. 윤 후보가 아무리 대선후보라고 해도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만들어주는 조직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윤 후보가 원하는 사람을 기용하고 싶어도 김 위원장과 이 대표가 대선 승리에 도움 되는 인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난색을 표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대선이 64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조직 문제로 언제까지 옥신각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을 잘 이용하면 천하의 '악어상'을 지닌 윤 후보도 무릎을 꿇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즉,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갓 젖을 뗀 '어린 여우상'이다. 꾀 많은 '여우상' 이 대표가 악어의 약점을 정확히 짚었다. 그래서 한 번 물리면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는 악어를 어린 여우가 겁도 없이 막다른 절벽 끝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한계라는 게 존재한다. 여우가 아무리 잔꾀가 많더라도 여우 혼자서는 악어를 상대로 거사를 치를 수 없다. 반드시 앞뒤 안 가리고 덤빌 수 있는 배짱 두둑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려 권력을 휘두르는 행위를 말한다. 김 위원장은 '호랑이상'이다. 호랑이 중에서도 야생호랑이다. 야생호랑이는 무조건 직진하는 배짱을 지녔다. 어린 여우는 호랑이가 뒤에 없으면 너구리는 물론이고 삵이 나타나도 도망가야 한다. 그러나 뒤에 호랑이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입한 '박근혜 키즈'다. 그때 이 대표는 잘 나갔다. 박 전 대통령도 '호랑이상'이다. 호랑이 위세를 등에 업고 잠깐이나마 활개를 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동일한 '호랑이상' 김 위원장, 이 대표는 관상 궁합이 딱 맞는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기에 서로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 여우'가 그동안 자기 당의 선거캠프를 공격하며 대선판을 흔들었던 이유가 과연 뭘까? 왜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말리지 않았을까? 충분히 그만두도록 할 수도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 대표가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했을 때 김 위원장은 강제로라도 복귀시키던지 아니면 조용히 당대표 업무만 매진하게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방관했다. 이 대표가 자당의 선거캠프를 공개 저격하고 다녀도 별 말이 없었다. 이런 과정을 놓고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대표는 현직 당대표로 권한이 막강하다. 언론의 이목도 이 대표의 입에 쏠려있다. 이런 여우상이 판을 흔드는 것은 매우 쉽다. 그럴듯한 인물을 타깃으로 삼아 싸우기 시작하면 그 싸움은 곧 무리 전체로 번진다. 상대가 말려들기만 하면 된다. 그 후부터 싸움은 걷잡을 수 없는 난장판으로 변질된다.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후보는 물론 김 위원장, 선대위 탓도 있지만 내부에서 서로 싸우며 분열한 것이 가장 컸다. 그래서 대선후보 지지율은 점점 추락했다.
막다른 지점까지 지지율이 떨어지는 그 순간, 위세 당당하게 호랑이가 등장해 "중요한 대선 앞두고 이게 무슨 짓들이야. 그렇게 싸울 거면 모두 그만둬!"라고 호통을 친다. 10%가까운 지지율 추락은 현실이기에 책임을 지고 모두 순순히 사퇴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부터 여우는 조용히 뒤로 빠져 숨죽이고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호랑이가 알아서 정리하는 거다.
이런 전략은 선대위의 판세를 한 번에 뒤집어 버릴 수 있다. 대신 정밀하고 지극히 자연스러워야 성공한다.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너무 이른 시기에 실행하면 효과가 없다. 지지율이 위기의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판을 이리저리 흔들어대야 효과가 크다. 들키면 조직에서 영원히 추방당한다. 대선 일정이 촉박할 때까지 기다리다 실행해야 판을 뒤집고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대선후보가 스스로 대통령이 돼야 할 간절함이 강할수록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윤 후보는 누구보다 대통령 당선이 간절한 후보다. 정권교체를 위해 자신의 몸과 인생을 통째로 걸고 대선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짜고 쳤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호랑이와 여우의 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할 뻔했다. 과거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에 합류해야 한다고 끝까지, 그리고 집요하게 윤 후보를 압박한 사람이다. 이 과정에서 당대표로서 권한도 십분 활용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동은 정권 교체를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없다. 욕심 많은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을 활용해 자신이 권력의 주도권을 쥐고 싶어 한 행동일 뿐이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정권교체에 큰 관심이 없었던 정치인이다.
김 위원장은 대선후보인 윤 후보의 최종 의견도 묻지 않고 갑자기 선대위를 해산시켜 버렸다. 더욱이 김 위원장만 빠진 채 사퇴한 것도 웃긴 모양새고 노욕으로 비칠 뿐이다. 이것만 봐도 김 위원장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정권 교체보다 자신의 권력을 가장 우선하는 사람이다. 대통령 후보에게도 예외가 없다. 김 위원장과 이 대표를 어떻게 할지 윤 후보의 결단이 임박했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은 입장이 전혀 다르다. 만약 윤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면 김 위원장은 집으로 돌아가 쉬다가 다음 총선에 다시 각 당의 러브콜을 받으며 노년을 즐기면 된다. 그러나 윤석열은 죽음을 각오할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여우와 호랑이의 연합 작전에 악어가 걸려들고 만 거다. 악어는 밧줄에 코가 꿰이는 순간 모든 힘을 잃는다. 김종인은 자신이 모든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선대위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력과 추진력이 강한 악어가 코에 꿰인 밧줄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호랑이와 여우의 쿠데타는 절반쯤 성공했으나 악어의 강력한 이빨에 호랑이가 그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상대를 잘 못 본 대가이며 호랑이와 여우의 자충수다.
원래 이 대표의 가장 큰 역할은 2030세대에게 당의 이미지를 거부감 없이 확장시키는 것이다. 그게 이 대표의 큰 소임이며 윤 후보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더 이상 욕심내면 안 된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지나온 길에 질곡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 없다. 선거조직은 새로 꾸리면 된다. 이번 쿠데타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 악어는 혼자의 힘으로 구름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김종인도 아니고 이준석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장관의 협조가 일부 있었을 뿐이다. 윤석열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미래도 혼자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
어렸을 때부터 자연의 섭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명상과 기(氣) 수련에 매진했다. 대구한의대학교 풍수지리학 석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 박사를 취득했고, 교육학 박사를 수료했다. 중앙일보에 2년간 《백재권의 관상·풍수》를 연재했고,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백재권의 관상과 지혜》를 92회 연재했다. 2018년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요청으로 김정은의 관상에 대해 인터뷰했다. KBS, SBS, 채널A, MBN, 동아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등 다수 언론과 신문에 관상·풍수 전문가로서 출연 및 기고했다. 저서로는 『동물관상으로 사람의 운명을 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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