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파라미터 효율 극대화하며
해변가 떠나 AGI 바다로 나가는데
모래성에다 파라솔 세우는 구글팀
물리도 외면한 메타의 초자연 도전

글로벌 AI 신경망 장악을 위한 샘 올트먼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전쟁이 양강 체제로 전개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글로벌 AI 신경망 장악을 위한 샘 올트먼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전쟁이 양강 체제로 전개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시장에서 두 기업의 접근 방식이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오픈AI는 파라미터 활용 효율을 높이며 추론력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구글은 이른바 ‘에이전트 샌드박스’를 공개하며 AI를 제한된 환경에 고정하는 보수적 프레임을 선택했다.

글로벌 AI 신경망 장악을 위한 샘 올트먼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전쟁이 양강 체제로 전개되는 가운데 메타는 오픈소스 확산·초지능 연구 및 세계 모델 노선이라는 제3의 길을 고집하다 내분이 발생하며 경쟁사 대비 크게 뒤처진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됐다.

17일 빅테크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쪽은 파도의 패턴을 읽으려 하고, 다른 쪽은 해변가에서 모래성을 먼저 안전하게 구축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적 방향 자체가 다르게 잡혀 있어 결과적으로 두 기업의 AI 인프라 전략이 분기점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먼저 오픈AI의 GPT-5.1은 맥락 유지력·문맥 재정렬 능력·비선형 흐름 복원력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긴 대화에서도 구조적 일관성이 무너지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초반 입력 정보가 후반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중요한 정보는 자동으로 맥락의 앞쪽으로 재배치된다. 주제가 갑자기 바뀌거나 방향이 흔들려도 빠르게 균형을 되찾는다.

문제 분해와 결론 조립 과정 역시 자동 정렬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문제 → 추론 → 결론’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사고 흐름을 안정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답변 품질 향상을 넘어 향후 에이전트 API·외부 메모리 계층과 결합해 더 복잡한 작업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확장 기반이 된다.

특히 어텐션 버퍼(attention buffer)의 용량 및 압축 효율이 향상하면서 긴 입력에서도 오작동이 줄었다. 토큰 수가 많아져도 핵심 주제를 놓치지 않고, 논리적 튐 현상도 감소했다. 이러한 개선은 AI가 단일 작업을 넘어 복합 워크플로를 처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기술 전문가들은 이를 “모델이 더 넓은 문맥과 패턴을 처리하도록 개선돼 API 기반 자동화를 확장할 수 있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오픈AI는 모델의 표현력과 자유도를 넓혀 다양한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반대로 구글의 에이전트 샌드박스는 AI가 제한된 컨테이너 내부에서만 코드를 실행하도록 설계됐다. 접근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는 사전 정의된 목록으로 한정되며, 외부 네트워크 연결도 차단된다. AI가 인프라 전체의 흐름을 읽어 조율하는 구조가 아니라 일부 격리된 공간에서만 동작하는 방식이다.

구글은 이를 “책임 있는 AI 실행을 위한 보호 레이어”라고 설명한다. 샌드박스 내부에서 AI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동작하고, 예기치 않은 시스템 변경이나 보안 침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논리다.

해변가 파라솔처럼 표면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구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AI가 다뤄야 할 인프라 전체를 사용자의 시야 밖으로 밀어내는 ‘선 긋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시 말해 AI의 활동 공간을 좁힌 만큼 구글의 부담은 줄어들지만, 축소된 범위가 곧바로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전제는 성립한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사내 규범을 표준 안전 절차인 것처럼 외부 개발자에게 강요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버네티스(Kubernetes)는 본래 수백~수천 개의 컨테이너와 서비스를 자동 배치·조율하기 위해 설계된 ‘분산 오케스트레이션 시스템’이다. 하나의 노드가 아니라 전체 클러스터의 상태를 읽고 결정해야 운영이 성립한다. 구글의 샌드박스 접근은 이러한 장기적 자동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전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어야 하는 쿠버네티스 특성상 일부 격리된 영역만 바라보는 ‘샌드박스 방식’은 시스템 전반을 조율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AI가 전체 흐름을 해석하지 못하는 순간 오케스트레이션은 더 이상 ‘조율’이 아닌 단순 범위 제한으로 축소된다는 평가다.

두 빅테크의 전략 차이는 인공지능 시대 수익원인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확장성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레딧(Reddit) 등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구글의 샌드박스 같은 제한적 환경에서는 복잡한 워크플로 구현이 어려워 API가 다룰 수 있는 범위를 좁힌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나온다.

오픈AI와 구글이 각자의 방식으로 경쟁하는 동안 메타는 초지능 및 ‘세계 모델(World Model)’이라는 제3의 길을 고집하다 저커버그와 얀 르쿤이 갈라지는 결과에 이르렀다. 물리 법칙이 곧 지능이 될 것이라는 확증 편향적 가설은 냉혹한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마크 저커버그와 얀 르쿤의 화기애애했던 한때 /메타
마크 저커버그와 얀 르쿤의 화기애애했던 한때 /메타

르쿤이 제안한 JEPA(Joint Embedding Predictive Architecture)는 결국 이미지 패치 간 관계 예측에 머물렀다. 이는 “사과를 본다 → 객체를 식별한다” 수준의 표상일 뿐 “먹을 수 있다 → 배고프면 먹어야 한다” 같은 인과 체계로 확장되지 않는다. 인간의 다리에 뇌세포를 심지 않는 것, 눈 뒤의 망막이 사고 주체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자연도 선택하지 않은 길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오픈AI는 최근 범용적 처리 능력을 높여 API·에이전트 구조가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방향을 굳혔다. 긴 맥락 유지력과 비선형 복원력은 복잡한 다단계 작업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를 새로운 형태의 자동화 구조로 발전시키려는 흐름도 뚜렷하다.

이번 GPT-5.1 개선 역시 콘텍스트 윈도 내부 최적화에 집중된 단계로 볼 수 있다. 다음 단계는 금융·제조·의료 등 도메인별 외부 메모리 계층과의 구조적 통합이 유력하며, 장기적으로는 인간과 AI를 연결하는 지속형 메모리 보조 레이어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계층이 구현되면 AI는 단일 세션을 넘어 시간 축에 걸친 맥락 유지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업그레이드된 GPT-5.1도 매우 세부적인 사실이나 학술적 숫자는 틀릴 수 있다. 지금은 ‘흐름이 잘 안 깨지는 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정확한 팩트 회수 능력을 개선해 ‘복잡한 구조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인공지능 구조 작동 원리에 대한 현격한 인식 차이로 빅테크 업계 내부 전략은 앞으로 더욱 뚜렷하게 갈라지며 지형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표현력 확장과 금융, 의료, 제조 분야 에이전틱화 가속’을 지향하는 오픈AI와 ‘작업 범위 제한과 안정성 확보’를 우선시하는 구글 간의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 시대의 표준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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