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로드맵, 페이팔과 ‘닮은꼴’
스테이블코인 결합 땐 국가급 AI 경제

카카오페이가 공개한 인공지능(AI) 결제 에이전트 로드맵을 살펴보면 페이팔과 오픈AI가 함께 개발한 ACP(Agentic Commerce Protocol) 구조와 거의 동일한 흐름을 띤다는 점이 드러난다.
특히 대화 인터페이스, 결제·정산 백엔드, 표준 프로토콜 레이어까지 기능적 구성은 일치하고 차이는 글로벌을 지향하느냐, 한국 시장을 겨냥하느냐의 범위 정도다.
6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CP는 샘 올드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피터틸 페이팔 창업자가 공동으로 만든 AI 에이전트 간 결제 표준 프로토콜로, 사람이 아닌 AI가 직접 서비스와 상품을 거래하고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규격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대화형 AI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가 “이 제품을 구매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가격 비교, 선택, 결제까지 자체적으로 처리하며, 사람은 마지막 승인만 하면 된다. 더 나아가 AI 에이전트끼리 거래를 자동으로 수행하는 체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상거래 모델로 주목받아왔다.
카카오페이가 밝힌 로드맵 역시 이 구조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대화 인터페이스는 카카오톡, 결제와 정산은 카카오페이, 그리고 향후 마련할 한국형 AI 결제 프로토콜이 표준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사실상 ‘챗GPT+페이팔’ 조합을 ‘챗GPT를 얹은 카카오톡+카카오페이’로 치환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카카오페이가 제시한 4단계 추진 계획도 ACP의 기능 확장 흐름과 유사하다. 카카오톡 기반 대화형 서비스에서 바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카카오의 AI 에이전트인 ‘카나나’가 다른 AI 에이전트와 거래를 수행하는 구조를 구축하며,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통해 결제 데이터를 AI 서비스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마지막으로 한국형 AI 결제 표준 프로토콜을 마련한다는 순서다.
인공지능이 직접 연산하고 카카오페이가 정산을 맡으며 스테이블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순환 구조를 확보하면 AI가 모든 결제 조건과 위험을 실시간으로 계산한 뒤 결제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페이팔이 ACP와 함께 스테이블코인(PYUSD)을 활용하는 것처럼 카카오 역시 그룹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이 낮고 정산 시간이 짧아 AI 에이전트 간 거래를 위한 결제 수단으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차이는 지향하는 시장 규모다. 페이팔과 오픈AI는 글로벌 상거래 네트워크를 전제로 ACP를 확장하려는 반면, 카카오페이는 50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한 국내 생태계에 최적화된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을 한국 시장 환경에 맞게 현지화한 셈이다.
카카오가 ACP 구조를 적극적으로 참고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검증된 모델이 존재하고, 한국 금융 규제 환경상 외산 ACP를 그대로 도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페이팔이 달러 기반의 글로벌 AI 결제망을 구축한다면 카카오는 원화 기반의 국가 단위 AI 경제권을 형성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국내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이러한 흐름과 맞물린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통제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반면, 시중은행들은 새로운 결제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간 주도형 모델을 검토 중이어서 핀테크와의 협업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카카오의 전략은 글로벌 결제 질서 자체를 새로 짜려는 수준”이라며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하면 한은은 통화 주권 측면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고, 시중은행들도 결제 인프라 주도권이 빅테크로 넘어가는 상황을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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