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이미 AGI적 흐름 가속하는데
전통 금융은 고속도로 옆 국도에 머뭇

인공지능(AI)을 거품이라 몰아붙이던 JP모건이 돌연 “장기 기회”를 강조하며 태도를 바꾸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이 금융 AGI(범용인공지능) 도입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빅테크 비판 기조를 고수한 탓에 스텝이 꼬인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JP모건은 그동안 빅테크 주도 AI 시장을 향해 “과열”, “거품” 같은 표현을 반복해왔다. 전통 금융사의 자존심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과 달리, 내부에서는 리서치 자동화·리스크 관리·투자 솔루션을 서둘러 도입했다.
결과적으로 JP모건의 이중 전략은 “AI는 장기 기회”라는 긍정 신호와 “빅테크 주도 AI는 경계해야 한다”는 부정 신호가 뒤섞이며 일관성을 잃었다. 금융 AGI 헤게모니를 잡고 싶으면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빅테크를 동시에 비판하려 한 태도가 자충수로 작용한 셈이다.
그룹 계열사인 JP모건자산운용의 매리 캘러헌 에르도에스 CEO는 전일 CNBC 행사에서 “AI는 아직 완전히 평가되지 않은 기회를 제시한다”며 “거품이 아니라 구조적 혁신의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변화는 서서히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전환될 것”이라며 “헤밍웨이의 ‘서서히 그러다 갑자기(slowly, then suddenly)’와 같은 궤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AI 인프라·추론 구조·대규모 자동화 플랫폼 경쟁은 이미 본격화됐지만, 글로벌 금융사의 실제 적용 속도는 핀테크·빅테크 대비 현격히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수첩] 주식시장 AI 진입 문턱···가짜 예측의 시대 끝난다
기술기업들은 추론 고도화·에이전트 자동화·대규모 워크플로 통합을 이미 시작했다. 대규모 모델은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맥락을 읽고, 절차를 설계하며, 인간 개입 없이 실행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반면 전통 금융사는 여전히 로보어드바이저·종목 추천 알고리즘 같은 단순 응답 1세대 도구에 머물러 있다. 빅테크가 고속도로를 깔아 질주하는데, 금융사는 옆에서 국도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혁신’이라 부르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JP모건 내부에서도 이러한 위기감은 존재한다. 에르도에스는 “수익과 비용 구조 모두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며 “공급업체들은 AI 파이프라인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기술 전략이라기보다 자산운용사 시각의 포트폴리오 해석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 업종은 AI 전환기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공급자인 빅테크와 수요자인 고객 사이에서 중간 매개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역량은 부족하면서도 AI의 성과는 가장 먼저 요구받는 처지이다.
이 때문에 JP모건처럼 낙관과 경계를 오가는 메시지를 지속하면 기술업계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을 제공하는 쪽과 흡수하는 쪽 사이에서 정작 금융사는 속도전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페이팔·스트라이프·캐시앱 등 글로벌 핀테크는 AI 전환에서 금융사를 앞질렀다. 국내에선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대표 주자다. 이들은 결제망·지갑·리스크 엔진을 언어모델과 직접 연결해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A2A(Agent-to-Agent) 결제·실시간 리스크 헤징까지 구현하는 단계에 근접했다.
금융은 언어와 수치가 결합된 세계다. 언어모델이 수학 추론 모듈과 연결되면 맥락·수치·의사결정이 하나의 공간에서 동시에 처리된다. 실제 금융 AGI는 프로토콜만 연결되면 즉시 발동하는 준비 상태에 이르렀다.
특히 금융 데이터는 실시간 피드백 루프가 빠르게 닫힌다. 은행 결제망, 거래소 API, 호가창·채권지표·주가지수는 모두 글로벌 네트워크로 구성돼 있어, 이는 언어모델의 컨텍스트 유지 한계를 외부에서 보강하는 구조다. 이 덕분에 금융 AGI는 제조·의료·로보틱스보다 더 빠르게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자기 개선 추론(Reasoning Model)의 등장을 금융 AI의 ‘결정적 분기점’을 넘어선 상태로 규정한다. 사고·교정·계획·의사결정까지 수행하는 모델이 금융 프로세스와 결합하는 순간 AI는 단순 보조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주(主) 엔진으로 이행하게 된다.
이미 시장 리스크 분석, 유동성 관리, 시나리오 생성, FRM(Financial Risk Manage) 프로세스 등 다수 영역에서 AGI적 성격의 자동화가 시작됐다. 핀테크는 이를 서비스에 직접 연결하고 있다. 금융사의 과제는 더 이상 ‘다가올 미래 준비’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진화하는 금융 AGI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 내부로 흡수하느냐가 됐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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