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결제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정산
금융의 새 언어 ‘에이전틱 경제’ 문턱

인공지능(AI) 시대 결제 인프라의 주도권을 놓고 인터넷은행을 운영해온 카카오페이와 토스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카카오페이가 선타를 날렸다. 네이버가 포털·광고 중심 구조에 묶인 가운데 에이전틱 경제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핀테크 전쟁이 본격화했다.
6일 빅테크 업계 등에 따르면 AI 에이전트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은 별개가 아닌 한 몸 구조로 간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AI끼리 초 단위로 서비스를 사고팔 때 기존 결제망은 속도와 수수료의 한계를 가진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 즉시 정산, 무국경 거래, 스마트컨트랙트 자동화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AI가 실시간으로 거래하려면 즉시 정산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하고, 이를 연결할 표준 프로토콜이 ‘한국형 ACP’라는 것이 카카오페이의 구상이다.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가 참여한 공동 TF는 금융·플랫폼·콘텐츠 전반에 걸쳐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확대하며, AI 에이전트 결제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 중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그룹 내 불확실성이 정리된 만큼 AI 결제 실험을 본격화하겠다”며 “국내외 선도 기업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토스 역시 AI 기반 결제·자산관리 서비스를 내세워 맞불을 놓고 있다. 자체 AI 모델 ‘토스 AI’를 통해 소비 분석, 투자 추천, 자동 이체 등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AI 결제 API와 디지털 자산 정산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가 B2B 중심의 AI 결제 인프라를 설계한다면 토스는 B2C 기반 AI 금융 생태계를 먼저 확장해 개인 결제 경험에서 우위를 점하고, 이를 향후 디지털 자산 결제망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어느 쪽이 먼저 ‘AI가 스스로 결제하는 경험’을 상용화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AI 결제 인프라 주도권이 차세대 금융 플랫폼 질서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페이의 로드맵은 선명하다. 1단계로 ‘챗GPT 포 카카오톡’ 결제 기능 연결, 2단계로 ‘카나나’ AI에 A2A(Agent-to-Agent) 결제 연동, 3단계로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통해 결제 데이터를 AI에 제공, 마지막 4단계에서 결제 에이전트와 한국형 표준 프로토콜 구축에 나선다. AI가 연산하고 카카오페이가 정산하며 스테이블코인이 가치를 저장하는 자율 순환 구조다. 사람이 아닌 AI끼리 거래하고 결제하는 완전 자동화 생태계로 요약된다.
AI 서비스는 초당 수십억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 신용카드 승인에 2~3초, 은행 송금에 수 분이 걸리는 기존 시스템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한계를 해결한다. 1코인=1달러로 고정돼 변동성이 없고,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AI가 실행한 결제가 즉시 체결되는 만큼 마이크로초 단위 거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5000만 카카오톡 생태계에 내장시키려는 반면 토스는 자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유동성 중심 코인 결제 모델을 검토 중이다. 다만 양사 모두 협업 관계에 있는 오픈AI의 ‘에이전틱 커머스 프로토콜(ACP)’은 미국 신용카드·달러 기반 구조라 한국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한국형 ACP 모델, 토스는 AI 결제 API 표준화 모델을 각각 추진 중이다. 누가 먼저 한국형 프로토콜을 현실화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전망이다. 결제망 표준을 잡은 쪽이 AI 결제 시대의 ‘비자(VISA)’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사람 간 거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AI 간 자동 결제는 법·제도상 공백지대에 놓여 있다. AI끼리 거래할 경우 책임 주체와 개인정보 보호 기준이 불분명하고, 스테이블코인 역시 발행·준비금·자금세탁 방지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따라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새로운 법적 실험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로선 AI 결제와 코인 결합에서는 카카오페이가 한발 빠르고,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 측면에서는 토스가 앞선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AI가 직접 거래하고 결제하는 ‘에이전트 경제’의 주도권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며 “승자가 다음 세대의 ‘페이팔’이자 ‘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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