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의 현대화 지연, ‘패키지 딜’에 악영향
美 빅테크 규제하는 디지털 규제도 변수
경제계 “관세 완화, 사실상 외교 변수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매듭을 지을 것으로 예상되던 한미 관세 협상이 미국과의 조율 난항으로 표류하고 있다. 외교가에선 관세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핵심은 무역 조건에 있지 않고, 본질적으로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하는 외교 지표에 있다고 해석한다.
28일 관가의 한 고위급 인사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한미 관세 협상 문제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는 데에는 한국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가 관세 이외의 영역에서 이재명 정부에 요구했던 외교적 사안들이 공전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관세 문제가 표류하는 이유”라고 비평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의 현대화 부문의 펑크가 한미 ‘패키지 딜’에 미칠 악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비롯한 역할 변경과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에 대해 주한미군이 공식 항의하면서 외교적 파장이 커졌다.
AEEC 2차 한미 정상회담 직후 양국 국방 수장이 만날 예정이다. 정상회담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반환, 동맹 현대화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서 또 하나의 사안으로 지적하는 건 ‘디지털 규제’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자국 기업에 대한 디지털 규제를 경고하며 대규모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유럽이 아닌 한국이 주요 표적이었다고 폴리티코를 통해 알려졌다. 쉽게 말해 친중 빅테크에 대해서는 관대하고 미국 빅테크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한국의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한국에 디지털 무역 제한 포기를 약속하는 내용이 포함된 공동 성명 조인을 압박했으나 한국이 해당 초안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한국이 동맹의 축을 어디로 설정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외교가는 바라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실무 협상 문제이지만, 관세 협상을 볼모로 트럼프 대통령이 던지고 있는 메시지는 “한국이 중국과 거리를 두지 않는 한, 실질적 관세 완화는 없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랜트 뉴섬 안보정책센터(SPC) 선임연구원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유력 매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른 것에 대해, 대북 송금에 대해, 강력한 친중·친북인 부분에 대해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APEC 기간(26~29일) 동안 말레이시아, 일본 등 친미 노선을 분명히 한 국가들과의 협력 일정을 우선 배치했다. 반면 한국과의 회담은 ‘실무 협의’ 수준으로 한정됐다. 이 역시 최근 이재명 정부가 ‘경제는 미국, 외교는 중국’식의 이중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관련기사
- APEC 관세 타결 ‘희망고문’···美 “정상회담→양자회담” 격하
- 관세 협상 대체 어떻게 돌아가나···물밑 접촉에 국민은 ‘깜깜이’
- 실무 관세협상 또 교착···트럼프 APEC 방한 때 진전 기대 ‘장밋빛’
- 미중 갈등에 등 터지는 K-배터리···“반사이익” vs “불확실성”
- ‘백지수표’ 논란 커지는데···한미 3500억 달러 협상, 국민 동의는 있나
- APEC 계기 글로벌 7개 기업, 5년간 13조 투자한다
- 트럼프 “한국과 무역 합의 매우 곧 마무리할 것”
- "문화는 자유롭게 흐르는 강과 같아"···BTS RM 'APEC CEO 서밋'서 발표
- 한미 관세협상 ‘타결’···현금투자 2000억 달러, 年상한 200억 달러
- [분석] 미국과 '5대5 배분' 함정···직접 투자 피하려다 단독 보증
- 정부는 쌀·소고기 지켰다는데···美 “시장 100% 개방 동의” 무슨말
- 세계인 사로잡은 우리 전통의 미···APEC '한복 패션쇼'에 쏟아진 호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