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추진할 것"
팬심 오히려 함부로···경호원 자질도 문제
전문가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시장 반응"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이 이어지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연예인을 지키려 폭력을 일삼는 경호가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일각에서는 기획사의 태도를 바꾸려면 팬덤의 시장 반응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연예인 과잉 경호 논란이 K-컬처의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문제는 전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의 첫 국감에서 언급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 연예인 과잉 경호 장면을 담은 영상을 틀며 "저게 경호냐 폭력이냐. 10대, 20대 여성 팬들을 상대로 난폭하게 제압하는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태도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기획사 협회·단체에 협조 공문을 발송한 바 있다"라며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겠다"라고 답변했다.

국감에서 과잉 경호가 언급된 데에는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최근 공항 등에서 연예인 경호 목적으로 이용객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배우 변우석이 공항 라운지로 들어오던 도중 그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이 갑자기 강한 플래시를 일반 승객들을 향해 쏴 논란이 됐다. 결국 해당 경호원과 소속 경호업체는 지난 2일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과잉 경호는 열정적인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측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7월 31일 9인조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매니저가 공항에서 팬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6월에도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경호원이 공항에서 여성 팬을 거칠게 제압해 염좌·좌상 등 전치 4주 상처를 입혔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SNS나 인터넷 등에서는 '연예인이 벼슬이냐'라는 비아냥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기획사들이 해당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소속사가 팬덤을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팬심은 한없이 좋아하는 마음인데 이를 함부로 대한다"라며 "'우리 연예인을 너무 좋아하니까 함부로 대해도 계속 쫓아다닐 거야'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호 업체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경호 업체가 경호원들의 훈련을 제대로 시키지 않아 소비자의 불쾌감을 자아낸다고 생각한다"라며 "관련 협회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현장에 나가는 경호원들이 이를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관련 지침이 없으면 경호 업체는 하고 싶은 대로 규율을 정한다. 전날 국감에서 민 의원이 공개한 계약서 원본에는 '팬에게 플래시 또는 레이저를 비추는 행위가 현장 책임자의 판단에 따라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진행이 가능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경비 입법에 있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 정당한 활동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를 무력화시키는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획사의 태도를 바꾸려면 팬들의 행동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잘못된 행위에 항의하지 않으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중요하다"라며 "팬이 아닌 그냥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때 사업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잉 경호 등 격한 사건이 일어난 데에는 일부 극성팬의 난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일부 팬이 과도하게 달려들거나 붙잡기도 해 경호원들의 대응도 심해지는 것 같다"라며 "경호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과잉 경호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가 일어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팬덤이 자발적으로 안전선 문화를 만드는 것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2018년 상징색인 보라색 리본을 활용해 공항 동선을 정리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퍼플라인'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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