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등 해외 자본 대비 경쟁력 낮아
자체 창작력 부족·산업 구조 문제가 '원인'
전문가 "창작자 중심 환경으로 재편해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흥행으로 K-POP의 세계적 영향력이 다시금 입증됐다. 그러나 현재 한국 K-POP 산업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해외 자본과 제작사에 의해 완성된 케데헌이 K-POP 산업의 창작력 부재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대중문화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은 지난 6월 공개 이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전날(현지 시각) 빌보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에 실린 8곡이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골든'이 2위, '유어 아이돌'이 4위, '소다 팝'이 10위에 각각 진입했다.
엔터테크 전문 미디어랩 다이렉트미디어랩도 케데헌이 공개 52일 만에 누적 조회수 1억8460만회를 돌파했다고 알렸다. 이로써 케데헌은 넷플릭스 사상 2번째로 많이 시청된 영화가 됐다.
케데헌의 흥행은 K-POP 시장의 호재로도 이어졌다. 외국인·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와 맞물리며 엔터주가 상승한 것이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는 'KRK K콘텐츠' 지수가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1.95%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요 기획사인 YG(17.27%)와 SM(7.81%), 하이브(7.71%), JYP(4.13%)가 모두 강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도 전문가들은 K-POP 시장의 미래에 우려를 표한다. 케데헌의 성공이 한국 K-POP 산업의 자체적인 역량으로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케데헌의 성공으로 K-POP의 단기적인 전망은 밝다"라고 분석하면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뒤를 이을 간판급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어 상당한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케데헌은 K-POP을 중심 소재로 삼고 있지만 제작은 해외 기업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넷플릭스에 의해 이뤄졌다. 케데헌으로 K-POP이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됐지만 한국의 콘텐츠 제작 능력은 여전히 높지 않다. 넷플릭스 같은 대규모 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본지에 "케데헌의 성공이 K-POP에 엄청난 호재인 것은 맞다"라면서도 "왜 한국에서는 케데헌과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현재 K-pop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다시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가 나온 데에는 K-POP을 넘어선 한국 콘텐츠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큰 영항을 미쳤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300억을 투자하면 해당 콘텐츠는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케데헌의 경우 제작에만 1000억이 들었다"라며 "글로벌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면 칭찬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욕을 먹는다. 한국의 수직 계열화된 구조에서 콘텐츠가 발전하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케데헌의 성공으로 해외 자본가들과 기획자들이 K-POP 콘텐츠를 바로 생산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K-POP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라며 엔터 산업을 비롯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해외 자본에 침탈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K-POP이 가지고 있는 문화의 힘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창작 환경과 구조적인 문제로 K-POP 산업의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산업의 구조가 창작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평론가는 "아이디어는 사람이 내는 것이다. 아무리 외부에서 자본이 들어와도 창작자 없이는 콘텐츠 산업을 할 수 없다"라며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대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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